"이거 개시 첫날부터 불티나게 이용하겠는데?"
보던 모니터에서 시선을 이동하여 돌아보니 계장님이셨다.
무심코 밖을보니 언제부터 왔는지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

"아침만 해도 하늘이 맑았는데..."
비가 떨어지는 창문을 바라보며 나도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장마가 그렇지 뭐, 이따가 우산대여해 줄때 장부에 빠짐없이 기록하도록해! 분실하면 월급에서 차감이다 후훗"
계장님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말투로 말씀하시곤 사무실로 들어가셨다.
젠장 힘없는 연수생이 그렇지 뭐...


그렇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우산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이다.
내가 맡고 있는 카운터 뒤에는 모 기업에서 기부한 우산 20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주인이래봤자 1주일 사용하고 다시 반납해야겠지만....


"여! 우산 가져왔냐? '네 여자'는 안가져온 모양이던데? 낄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친구 k다.

"'내 여자'라니;; 말 조심해 너!"
나는 버럭한다.
k가 말하는 여자는 매일같이 도서관에 와서 공부를 하는 미모의 여인이다.
내가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소심한 내 성격탓에 난 그녀를 지켜보기만 할뿐이었다.
그러나 k는 이런 나를 보고 좋은 놀림감을 발견했다는 듯이 계속해서 놀려왔다.

"그 여자 비 홀딱맞으면 제법 섹시할거 같긴하다 낄낄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녀석을 사무실로 보내버렸다.

"어엇;; 인마 삐진거냐아?"

저녁쯤이 되자 계장님의 말씀대로
사람들이 너도나도 우산을 대여해 갔다.
그러나 우산꽂이에 남은 우산이 하나도 없을때까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쯤되자 나도 그녀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비를 홀딱맞고 집까지 갈 그녀가 눈앞에 선했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그때였다.


"저기요!"


그녀였다!
이런 하필 멍때릴때 나타나다니....
근데 날 부른건가? 왜지?
얼굴이 화끈해짐을 느끼며 당황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녀가 갸우뚱하며 말했다.

"우산.... 대여 하나요?"

아....
남아있는 우산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비를 맞게 할 순 없었다.
나는 책상옆에 있던 내 우산을 집어 그녀에게 건냈다.

"여...여기 있습니다만...;;"

"아 감사합니다 뭐 작성할건 없나요?"

이건 내 우산이니 장부에 적을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건 기회였다.
나는 메모지를 뜯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여기에 이름하고...여..연락처 좀...적어주세요"

그녀는 메모지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는 웃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깨끗히 쓰고 돌려줄께요!!"

나는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도 그녀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메모지를 쥔채
한참동안을 멍하니 그자리에 서있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내가 그녀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냈다니...

그렇게 멍하니 하다가
문득 정신이 든 것은
난데없이 들린 사이렌 소리였다.
무슨일인가 싶어
창문을 통해 비가오는 밖을 내다봤다.

비가오고 있는 가운데
밖에는 엠블런스가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시내버스 한대가 서있엇다.
앨블런스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리더니
어떤 여자를 버스 밑에서,
정확히 버스바퀴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그 여자는....
그녀였다.
그녀와 같은 인상착의를 보아도 그랬고
버스옆에 나뒹굴고 있는 우산도 내 우산과 같은 거였다.

나는 현기증을 느꼇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나는 곧 회복했지만
그녀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의 다음날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장마도 끝나가던 어느날이었다.
언제부터 왔는지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

"아침만 해도 하늘이 맑았는데..."
비가 떨어지는 창문을 바라보며 나도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오늘도 우산대여가 활발하겠구만... 근데 자네, 우산은 가져왓나?"
깜빡잊고 있었다.
오늘 비가 오는지 몰랐는데...망할 장마...
카운터에 엎드려 좌절하고 있는데
무언가 발에 채이는것을 느꼈다.

의자를 빼고 책상밑을 보니


그곳엔 내 우산이 있었다.
그녀에게 빌려주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