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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을 한 바퀴 감고 도는 사이렌 소리는 분명 실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는 팔목과 쓰라린 목
거죽이 기억하고 있다. 감은 눈 속으로 기억의 파편들이 달려든다. 미영은 중얼거린다. 어차피 앞으로 보게될건
지옥이 분명할텐데. TV가 세상의 무서운 사건을 가르쳐 주었다. 죽고, 죽이고.... 그것은 미영에게 먼세상의
일일 뿐이었다. 그건 스크린 안의 세상일 뿐이라고
그때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머리끝까지 달아오른 술기운, 흥겹고 몽롱한 분위기까지 이성을 마비시켰다.
네온사인이 춤을 추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순간 축축한 손수건이 입을 틀어막았다. 마지막 장면이 몽롱하게
떠오른다. 봉고차의 바퀴, 검고 단단해 보이는 구두. 상희가 부르는 자신의 이름. 이름 끝에 짧은 비명.
미영은 이것이 유괴며 납치구나 생각하며 심장까지 부르르 떨었다. 매캐한 약냄새는 온몸의 힘을 빼앗아갔지만
심장 벽에 매달려 떨고 있는 공포라는 감정을 억제하지는 못했다. 봉고차의 흔들림을 아련하게 느끼는 동안에도
그녀는 무언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정적, 엷은 빛이 눈꺼풀을 넘어오고 있었다.
기다리는 것이 죽음, 강간, 아니면 단순 유괴일까. 몸값을 요구하기엔 너무 많은 나이 같은데. 그렇다면 살인이나
강간일텐데.... 불안감이 신경을 사타구니 쪽으로 끌고 내려갔다. 그곳에 통증의 흔적은 없었다. 잠깐의 안도감이
배를 따듯하게 만든다.
죽일것이라면 진작에 죽였겠지.
깜짝 파티가 아니라는 것은 팔목의 통증과 어디가 근원인지 모를 뻐근함 들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목에 느껴지는
아픔은 목을 조이던 사람의 손목시계가 만들어낸거 같았다.
긴 속눈썹이 바르르 떨린다.
너무나 새하얀 천장.
하얀빛의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단조로움은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여섯면이 모두하얀색인 그런 방이였다.
형광등 불빛은 방 안의 생길 수 있는 그림자를 허락하지 않았다. 벽 아래쪽에 보이는 침대 역시 하얀색이였고
하얀색 이불로 덮여있었다. 얇은 이불은 사람의 형태를 그려내고 있었다. 곧 이불 아래로 여자의 발이 나왔고
위로는 앳돼 보이는 얼굴 하나가 드러났다.
얼굴은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저학년이나 되었을까. 이곳이 어디라고, 저리도 편안한 표정으로 잘 수 있을까
마치 자신의 따뜻한 침대 속에서 아침잠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단발머리, 그리고 동그란 이마에 여드름 하나가
부끄럽게 솟아나 있었다.
또 하나의 침대는 기다란 방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곳에도 누군가 누워 있는것 같았다. 그냥 보이는
모양으로는 옆의 침대에 누운 아이와 비슷한 또래, 아니면 더 어릴것 같다.
미영은 침대옆으로 발을 내려 일어섰다. 하얀색 옷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옆자리 아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깊이 잠들어서 한참은 깨워야 일어날 것 같았던 아이는 바로 눈을 떳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누워버렸다. 미영의 존재에 관심을 두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얘, 괜찮니?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니? 여기가 어디지? 왜 여기있는지 아니?"
눈을 꽉 감은 아이에게 미영은 생각보다 많은 말을 뱉어버렸다. 아이는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버린다.
앳된 얼굴이 사라진 다음에도 미영은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어깨를 잡고 흔들자 이불이 천천히 내려왔다. 눈동자는 미영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보이는 눈
아이는 의외로 차분해 보였다. 이불 속에서 생각을 정리했다는 듯이.
"언니는 왜 여기 있어요?"
당찬목소리.
"나? 모르겠어. 아 납치당했어. 밤에 집에 돌아가다가. 봉고차가. 그리고 구두."
생각이 엉켜버렸다.
"구두 뭐요?"
"까만색 구두를 신은 사람. 그래. 까만색 구두를 신은 사람들이 나를 봉고차에 넣었어"
"그리고요?"
"여기서 깨어났어"
"그렇군요"
아이는 몸을 일으켯고 또다른 침대를 바라보았다. 손가락은 그쪽을 향해 향해있고 얼굴은 미영쪽으로 돌렸다
"누구예요?"
"몰라 아직 보지 못했는걸. 혹시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를 아니?"
"모르겠어요. 언니는....."
말허리에 긴 생각이 묻어있는듯.
"이름이 뭐에요?"
"미영. 주미영"
"저는 고등학생이에요 1학년이고요 미나라는 흔한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언니는
왜 여기에 왔는지 몰라요?"
"응 아직 몰라"
미나는 시선을 한쪽 아래로 고정시킨다. 미영의 조심스런 눈빛에도 반응이 없다.
"하느님...."
소리가 들렸고, 미영과 미나의 시선이 그쪽으로 이동했다. 제3의 침대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체구가 작고 여려 보이는 아이는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기..어디에요?"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커다란 눈동자는 미영과 미나, 그리고 벽과 천장을 차례로 훑는다. 풍성하게 감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스친다.
"아.....안돼"
미나의 굳은 시선을 등진 채 아이는 중얼거렸다.
미나의 굳은 시선을 등진채 아이는 중얼거렸다.
"하느님, 아버지, 저를 구해주세요. 하느님 아버지....."
미영은 다가가 아이의 눈가를 닦아주며 머리를 끌어았는다. 새어나오는 중얼거림에 미나가 짜증스런
숨을 뱉어냈다.
"이름이 뭐니?"
"희정이에요. 문희정"
"여기가 어딘지 아니?"
그녀들의 대화속엔 답이 없었따. 이곳은 그녀들의 관념 속에 없는 장소인것이다. 미나는 하품을 하며 희정을
내려보았다.
"그래서? 친구들은?"
"모르겠어요. 네 명 정도였는데, 어쩔수 없었어요.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미영은 자신의 눈물을 감추려 조그만 희정의 어깨를 당겨안았다. 뭐지? 손끝에 미끌미끌한 느낌. 눈물을
지운시선에 기름얼룩이 들어왔다.
"난 혼자 잡혀왔어요."
미나가 말했다. 단단한 말투였다. 현재 상황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를 더 중요시하는 말투
어쩐지 눈매와 눈썹 모양도 강해 보인다. 그 눈이 울먹이는 희정을 바라본다. 애처럼 찔찔대야 무슨 소용이냐는 듯이
"무섭지 않니?"
"무섭죠. 하지만 모르잖아요. 우리가 어떻게될지. 여기 가둬둔 사람이 곧 나타나겠죠."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고, 그 흐름을 느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 오직 자신의 감각만을 신뢰하는 수밖에 없었다.
희정은 미영이 누워있던 침대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모두의 감각은 밤이건 낮이건 잠자는 시간으로 향해가고있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이들의 감각을 다시 낮으로 바꿔놓았다. 벽인지 천정인지 근원지는 알수 없었다. 눈을 뜬 희정도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모두들 소리의 근원지를 찾지 못해 고개를 돌렸고,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았지만 모두 같은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조한석입니다. 저를 이미 신문이나 방송에서 본적 있을겁니다. 연예 면에 관심이 많은
여성분들은 모를수도 있겠죠'
그 목소리 끝에는 비웃음이 서려있었다. 미영은 찌푸린 미간 사이로 조한석이란 이름을 떠올리고 있었다.
동기 남자애들의 수다속에도 그 이름은 거론되었다. 실헙과 납치, 살인, 잔인한 시체, 수많은 희생자, 증거 불충분 등의
말들이 대화속에도 여러번 튀어나왔다. 남자 동기들은 희대의 살인마라 했지만 미영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죽음 따위는 먼 세상 이야기였으니까
'어쨋든 방송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정신과 교수고, 실험을 즐겨합니다. 여러번 실험을 했고 불행히 희생자들이
있었죠. 아, 뉴스에서 봤으면 제가 재판장에 많이 다녔고,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세상 사람들로선 참 다행이죠. 천재를 잃을뻔 했으니까요. 다시말해, 희생자를 만든건 제가 맞습니다. 실험도 처음에는
다듬어 지지 못했고 희생자들도 처참한 모습으로 사라졌죠. 원래 처음이란 다 그런겁니다. 그렇게 한 50명가까이 실험했습니다.
죄송한 말씀 하나 드리자면 이말은 녹음된 것입니다. 바빠서 스케쥴에 맞추어 생방송을 할 수는 없거든요.어쨋든 실험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상당히 정교합니다. 훨씬 많은 부분을 관찰하고 훨씬 많은 법칙을 찾아냅니다. 그러니까 죽더라도
상심은 하지 마세요. 아울러 이번 실험의 설계자인 스노보코스키 박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슾니다. 여러분이 하실
실험은 우리의 공통된 주제인 인간 정신에 관한 것이며 제한된 부분, 다시 말하면 실험에 필요한 부분만 제가 말씀드릴겁니다.'
'지금부터 생기는 불안과 불안반응은 면밀히 관찰될 것입니다. 적어도 흰색에서 오는 불안함은 없겠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가 해드리는 말은 실험에 필요한 들입니다. 필요없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교수나 박사들꼐서 저를 신임하는 이유도
그런 완벽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가래는 모으는 소리, 뱉는 소리가 이어졌다. 소리가 상상으로 스며든다.
'여러분들이 할 실험은 간단합니다. 먼저 실험 장소로 이동하게 되면 세 개의 목줄이 있습니다. 사형대 아시죠?
뭐 바보가 아닌 이상은.....하하. 목줄이니까 목을 조이는 줄이겠죠. 이 목줄기계는 단순히 목매다는 기능만
하는것이 아닙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지요. 무대는 세계단 정도 높이에 있고, 만약 한사람이 먼저
뛰어내린다면 기계는 그것을 감지하고 남아있는 두 사람의 목줄을 잡아당깁니다. 순식간에 잡아당기니까
목을 조인다니보다는 목뼈를 부러뜨리죠. 뛰어내린 사람은 어떻게 되냐고요? 살아남는겁니다.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는 것이죠. 나머지 둘은 죽고요. 배신자 한명에게 욕할 시간도 없이. 그런데'
액체가 식도를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일부러 마이크를 자신의 목에 댄것같다.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한, 미영의 한쪽손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른다.
'죄송합니다. 목이 말라서. 저는 물을 많이 먹거든요. 그래야 건강해지기도 하고요. 어쩃든, 다 살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5분이라는 시간동안 한명도 뛰어내리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나 이것도 확실하지 않은것이, 기계가 50%확률로 목줄을
잡아당길 겁니다. 기회비용이 1.5명이지요. 뛰어내리게되면 기회비용이 1명이고요. 당연히 이성적인 사람들이라면 기회비명이
.5명인 쪽을 선택하겠지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은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제가 실험을 하면서 즐거운 이유도
그것때문이고요. 이미 5명으로 실험을 마쳣고, 4명으로도 실험을 마쳤습니다. 인간의 본능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기뻣는지 모릅니다
이번 실험으로 또 다른 결론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중맹검법 등의 오류 제거 장치를 수 없이 많이 썻으니까 결과는
꽤 정확하게 많은 정보를 뱉어낼 것입니다.'
그러고는 사형대를 비추는 빔 프로젝트가 새하얀 천장에 비춰졌다. 마네킹이 목줄을 매고있었고 하나의 마네킹을 강제로
밀어서 떨어뜨리자 나머지 두 마네킹의 목이 댕강하고 날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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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자작이면 잘쓰네 오타만좀 매끄럽게하면 좋겠다
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