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려하니까 무엇을 써야 할 지 고민하게 된다.
주제는 정하지 않았지만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알 수 없는 설렘과 비슷한 감정이 드는데 이유는 딱히 모르겠다. 아마 남들에게 한 번도 털어보지 못한 내 생각과 속마음, 지금까지 삶의 연대기를 익명성을 통해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 또는 일종의 해방감이 드는 이유 일 듯싶다.
짤막하게 유년 시절 얘기를 해볼까?
초등학교 체육관에 갔다가 관장님의 권유로 선수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계기로 대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길은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중학교 때부터 알 수 있었다. 실력이 없어서는 아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입상은 수도 없이 해봤고 대학도 용인대학교를 나올 만큼 전공분야에서 참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음에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나의 길이 아닌 것을 어떻게 알았냐면, 90년대까지 출생자이면서 엘리트 체육을 했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운동부 분위기가 좋게 말하면 와일드하고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폭력적이다. 뭐 투기 종목이다 보니 더 거칠었던 것도 있겠지만. 하지만 나란 사람은 굉장히 여린 편. 그리고 감성적이다. 그런 생활과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못했던 이유는 감독님 코치님이 무서워서 못 그만 둔 것도 있지만 다른이유는 누구한테도 지기 싫어하는 기질을 가지고있고 자의든 타의든 내가 선택한 길에서 낙오자가 된다는건 내 스스로 패배자가 될 것 같은 공포가 있었기 때문.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과거를 생각해보면 나도 참 미련했다.
돈벌이 되지도 않는 성향과 맞지도 않는 비인기 종목이 뭐라고 그리 육체적, 심적으로 고통을 감내했는지..하하.. 각설하고. 대학 선수 생활중 다리를 다치면서 양쪽 다리를 수술하고 내 운동선수의 삶을 마감하게 됐다.
난 운동선수 생활 내내 세상이 궁금했고 사람이 궁금했다. 어른은 왜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인간은 선함과 악함이 동시 존재하는데 왜 인간은 본인은 선하다고 생각하며, 본인의 악함을 세상사 똑같다 포장하며 정당성을 부여하는지? 여자는 무엇인지? 돈은 어떻게 많이 버는지? 외국은 한국과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자아실현을 위해 무엇을 해야는지 등 이런 생각들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다리 수술과 치료 재활을 마치고 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닥치는 대로 행동했다.
한마디로 생각은 요란했고, 망아지처럼 행동했다.
생긴 건 이 갤러리에 글 쓰는 사람중에 제일 잘생겼다고 자부할 만큼 생겨서 원 없이 여자도 꼬셨고 여행도 자주 다녔다. 집이 유복한 편이 아니어서 그렇게 망아지처럼 살려니 돈도 많이 필요해 닥치는 대로 일도 열심히 했다. 운동선수 생활을 하면서 쌓아둔 체력 덕분에 여자, 여행, 일 뭐하나 빠짐없이 즐겼다. 그래도 지치지 않았다.
그렇게 미친놈처럼 지낸 이유는 정답을 알고 싶었기 때문.
인생은 왜 사는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 세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일 던지며 정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정답을 찾으려 할수록 더 생각이 깊어지고 우울해지기만 했다. 도저히 정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살아갈 이유가 없으니 고통받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고통의 연속이며 허무주의에 빠져있다가 남들처럼 직장에 들어가서 소속감을 느끼는 삶을 살면 좀 괜찮으려나 싶어서 지금까지 공부는 해보지도 않았고 어떠한 자격증 공부도 해보지 않았던 나지만 취업준비를했다. (참고로 운동선수 생활을하면서 중학교, 고등학교때 정규 수업을 들어가본게 중간,기말 시험 OMR카드 마킹하러 들어간게 전부) 하지만 난 알고있었다. 소속감의 끝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 14년 운동선수 생활을 해보고 끝을보니 결국 개인의 영광도 소속에대한 자부심도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지푸라기도 잡고 싶었나보다.
운좋게도 문정부 때 정책으로 공기업자회사에 입사 할 수 있었다. 2차시험 NCS는 2달 벼락치기로 공부했었나? 꽤나 재밌었다. 고졸수준의 난이도였고 수리쪽은 아에 손도 댈수 없어서 다른 과목에 몰빵한 것이 결과가 좋게 나왔고, 그 순간 공부에 대한 기쁨을 처음 느껴본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1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달라질게 있나 싶었지만 역시나. 내 생각과 인생은 달라질게 없었고 어줍잖게 사람 괴롭히는 상사가 어리석게만 보일 뿐이었다.
난 그렇게 미련없이 퇴사를했다. 그때까지도 돈은 나에게 아무 필요도 없었다. 왜 사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 만이 내가 살아갈 유일한 이유였다. 그 이유를 도저히 못찾으면 죽을 생각이기도 했고.
돈이 문제였을까? 돈이 넘쳐 흐를정도로 벌면 내 안에 알 수 없는 우울감을 탈피할 수 있을까? 이런생각이 들면서 "그래 돈 존나게 벌어보자" 를 외치며 내가 손을 댄게 비트코인.
그 결과는 어땠을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듯이 돈을 벌긴커녕 있던 돈도 까먹고 빚만 생겼다. 웃긴게 빚을 까야하는 일종의 과제?가 생기니 사람이 움직이게 되더이다.
그게 바로 노가다판에 들어오게된 이유. 내가 노가다판에 들어온지 2년 반이 다되어가는데 재밌는 일이 참 많다. 아니 이 노가다판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1. 돈은 남의돈을 잘 뺐는 사람이 많이 번다.
2. 집단에 10중 9할이상은 말 뿐인 사람 뿐이다.
3. 세상에는 참 대충사는 사람이 많다.
4. 행복을 쫒았더니 불행만이 찾아오더이다.
5. 행복은 몰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6.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7. 나의 선함만을, 나의 호기심만을 채우는 삶은 이기적인 삶이다.
뭐 이런 부분빼고도 참 느끼는 바가 많은데 노가다가 여러 방면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는게 난 감사함을 느낀다.
물론 좋은점도 있듣이 나쁜점도 참 많다.
노가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노가다판은 상대가 조금이라도 젊다 느끼면 우악죽이고 선을 넘으려하는 사람들이 많고, 일도 휘뚜루마뚜루 하는사람도 천지다. 지금껏 와일드한곳에서 집단생활을 만을 해온 경험치가 있어서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 난 몸에 새겨져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젊은사람이 이 판에 들어와서 목에 힘주고 일하려면 최소 5년은 굴러야 그나마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사바사지만. 평생조공하는 반장님, 일머리 좋아서 빨리 기공달고 현장 뚫고다니는 반장님, 애초에 똥떼먹는 똥팀장으로 포지션으로 잡는 사람등등 여러 군상들이 있다.
나의 공종은 타설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건물 뼈대가 올라가면 데크, 철근깔고 그 위에 공구리를 토해내는게 타설공종이다. 일이 더럽다면 더럽기도 하고 많이 고된편에 속한다.
나는 행복은 몰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걸 알게된 것이 공구리는 한번 시작하면 레미콘차가 끊길 때 까지 일을 쉴 수 없는데, 계속들어오는 레미콘차량 물량을 쉬지않고 치다보면 시간이 정말 훅 지나가있다. 공구리 부울 때는 덴바를 잘 맞춰야하고, 자바라를 당기는 사람들을 컨트롤도 해야되고, 공구리 상태를 보고 액션이라 불리는 바이브레이터를 잡는 사람을 신경써주며 꽤나 집중을 요하는데, 그렇게 집중하고 몰입하며 물량을 다 쳐내면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도 모르겠고 알 수 없는 상쾌함만이 남는다.
난 그 때 깨달았다.
행복도 여러 행복이 있겠지만 진정하게 삶의 의미를 둘 수 있는 행복은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모를만큼 몰입된 순간이 행복이라고.
이제는 공구리말고 다른공종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난 똥떼는 사람을 나쁘게도 좋게도 보지도 않는데, 똥떼기 말고 단가가 30만원 넘는 일을 해보고싶다. 어느 공종이 그렇게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구리는 이제 그만 할 때가 된 것 같고 단가를 높이고 싶은 이유는 이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노가다 밥 먹기로 마음도 먹어서 자리 빨리 잡아서 가정을 이루고 싶어서 그런마음이 드나보다.
문학갤러리라는 것이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봐서 그런지 말에 두서가 없는 느낌인데 오랜만에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글로 써보니 재밌는거 같다.
얼마전 공구리 현장이 끝나서 내일 아파트 토목현장으로 인력나간다. 공구리 말고 다른일 해보는것도 오랜만. 다른 일 배워보고 싶었는데 잘 됐지 뭐.
무튼 그렇다고ㅎ. 오늘 일요일이기도 하고 다들 푹쉬고 내일도 건강하게 일하러 가자.
얼마나 잘생겼노
한가닥 한다.
건강미 있네. 어지간한 소설, 시보다 낫노. 머리와 육체가 같이 돌아가는 니 인생학교 멋지다.
죽음이 닥쳐올 때 까지 내 스토리가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게 내 조그마한 바램. 땡큐.
이걸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냐? 너무 직접적으로 다 표현해버리면 촌스럽잖여
에세이 아니고, 정말 오랜만에 마음속에 있는 얘기들을 필터없이 적어 내려간거라 이해좀해줘..ㅎ 원래 난 내 얘기를 쓰는사람이 아님. 주제를 정하고 내가 관찰한 것에 대한 고찰이나 인간군상이 정해진 사람의 이유를 스트로텔링하면서 쓰는것이 내 스타일이면 스타일.
무튼 그런류에 글을 과거에 많이 썼는데, 쓰는 동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참 많았다ㅎㅎ. 지금 써있는 글은 초등학교 일기수준이라 봐도 무방하지. 촌스럽다는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알고. 그런데 우연치 않게 이런 커뮤니티를 알게되서 내 얘기를 처음 해보기도 하고, 꾸밈없이 내 어릴적 얘기를 하다보니 과거 촌스러운 내 모습이 글에 투영됐나보다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