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밤
모든 것 이 하얗게 물들기 전 붉게 타오르지도 않은 푸름을 간직한 잎이 아직은 하늘을 바라 볼 때 그들 사이로 조용히 빗물이 떨어지고, 그 소리는 크게 보여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기대앉아 책을 손에 든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말없이 방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뭔가 가라앉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날 밤은 평소와는 달랐다. 그 침묵 속에서, 그들은 서로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그 작은 움직임 속에서, 둘은 묵묵히 자신들만의 리듬을 찾아 손가락 사이사이 서로를 채우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이 겁에 질려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손을 다시 한 번 꼭 쥘 뿐이었다.그의 따뜻한 손 그 온기는 마치 차가운 가을바람 속에서 작은 불씨를 지키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잠시 생각 속에 빠진 듯 머리를 조금 비볐다. 아주 천천히 그의 머리카락과 그녀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엉킬 정도로, 그녀 또한 비슷한 행동을 하였다. 다만 남자가 했던 것과는 다르게, 공허하고 숨 막힐 듯 적막하게 그에게 머리를 기대었다.
"이렇게 앉아 있으면, 모든 게 멀어진 기분이야,"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응, 나도 그래. 지금 이 순간만은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아."
둘 사이의 말은 빗물처럼 조용히 떨어지고, 그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그들이 앉은 창가에는 여전히 빗물이 떨어졌고 그의 체온과 바깥에 서늘함이 어울리지 못해 계절보다 먼저 색을 잃어가는 창밖을 그녀는 바라볼 뿐이었다.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들의 옅은 숨소리와 섞여 흐르고 있었다.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다, 살포시 그녀의 손을 놓곤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천천히 허리로 내려갔다. 그 손길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살랑이며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그 손길에 자신의 몸을 맡기며, 고요히 눈을 감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끝내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녀의 감정들도 하나둘씩 떨어져 내렸다. 이미 짓밟힌 은행처럼, 그녀도 자신이 무엇인가를 잃어버렸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채, 끝을 맞이하는 꿈처럼, 그녀는 그 순간에 잠겨버렸다.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오늘,,,”
그는 듣기 싫다는 듯 그녀의 말이 맺기도 전에 대답 대신 다시 한 번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마치 그 손끝에서 모든 답을 찾으려는 듯이. 그녀는 그의 침묵 속에서 미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비록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하지만, 그 침묵 속에 담긴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충분했다.
어느덧 밤은 깊어가고, 바람은 더욱 차가워졌다. 창밖에서 들리는 빗소리는 여전히 그들의 귓가를 스치고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그 자리에 있었다. 그의 손길은 그녀의 허리에서 천천히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 움직임 속에서도 여전히 그녀는 자신이 어딘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자신을 덮어싼 무언가가 깨질 듯한 순간이 오기를 바랐다.
그는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고,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 온기는 그녀의 차가워진 마음에 다시 한번 따뜻함을 불어넣었다. 그를 달래듯 쓰다듬어주는 그녀의 손길은 여전히 차가웠고고, 그는 그 속에서 맘 깊이 조용한 빗물을 내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째서인지 그것 두렵지 않았다. 그는 투명하게 내렸던 빛에서 나오는 오색 빛깔의 카펫이 서로의 길을 안내할 것만 같았다.
더는, 떨어진 낙엽도, 짓밟힌 은행도 그들에게 상처입히지 못하는 순간에 말이다 그녀와 함께하는 이 순간, 그 따스한 순간 속에서, 그녀는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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