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48분
유쿠에서 health talk를 보다 보니 배가 출출했다. 뭐라도 먹어야지 해서 부엌에 가 냉장고를 열어 보니 밑반찬과 개사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라면 생각이 나서 선반을 열어보니 반가운 얼굴, 꼬꼬면. 냄비에 정수기 물을 받으며 창문 밖을 보았다. 어느새 새벽이 끝나려고 했다. 허공이 은은한 청남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걸 보며 여명, 동틀 무렵, 새벽, 해돋이 등의 단어를 생각해냈다. 그러다가 노을이라는 단어도 별안간에 생각이 났는데, 난 벌써 시간 감각이 없어졌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께 밤을 새고 어제 밤 7시에 잠을 잤다. 그렇게 해서 일어난 시간은 오늘 새벽 2시였다. 또한 물을 받는 중에 창문 옆을 지키고 있는 홍차팩을 보았는데, 五山小種이라고 커다랗게 글자가 적혀 있었다. 種자가 뭔지 기억이 나질 않아 네이버 중국어 사전에 입력해보니 간체자가 아니라 번체자였다. 간체자로는 种을 쓰는데, 그걸 보니 이건 대만으로 나가는 물품인가 싶었다.
오전 6시 3분 추가
엄마가 방문을 열어다가 부엌에 저게 뭐야라고 말을 하셨다. 서둘러 글작성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부엌에 가 보니 가스레인지 위에 얹힌 라면빨이, 참 환장할 노릇이네, 냄비 밑바닥에 빼곡히 눌러 붙어 있었다. 물이 쫄은 것이다. 그래서 젓가락을 들어 뒤적뒤적거려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색은 아직 산 사람처럼 건강한 누런색. 냄비 밑바닥만 조금 탔을뿐. 글을 적으면서 컴퓨터 왼쪽 하단에 있는 시계를 계속해서 확인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10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아마 물을 너무 적게 넣은 것이었다. 난 지금 라면을 먹고 있다. 이른 아침 정도.
오전 6시 6분 추가
라면에는 정수기 뜨거운 물을 추가했음. 먹을만 하다.
오전 6시 29분 추가
오전 6시 28분에 설겆이와 양치를 마침.
오전 7시 7분 추가
설겆이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 짓을 하며 그 짓만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때의 생각들을 생각나는대로 나열해보기로 한다.
그래, 방금 난 [산 사람처럼 건강한 누런색]이라는 비유를 했었지. 태양처럼 건강한 누런색, 원래는 이렇게 적었지. 적고 보니 친절한 클리셰 같아서 다시 바꿔 적었어. 사람의 피부색은 노란색보다는 누런색이 맞으니 그건 됐고. 비유 자체가 좋지 않아. 와닿는 표현도 아닐 뿐더러, 산 사람이라고 모두 건강한 것도 아니고, 누런색도 아니고, 마치 인종차별 같은. 곧 이행해야 할 국방의 의무 때문에 방금 난 해군에 지원했어. 인터넷으로 했지. hsk 6급 합격증서를 제출하면 가산점을 준다고 했어. 그런데 원본을 내야 할지, 사본을 내야 할지 고민이야. 잠시 생각. 9시에 전화를 해야겠군. 제출 방법으론 Fax, 방문, 우편이 있는데. 그래, Fax로 제출하는 건 분명히 사본으로만 가능했지. 그러니까 사본도 되는구나. 무엇보다 원본으로 제출하는데에는 많은 돈이 들어. 방법도 귀찮고. 중국 카드를 통해서 돈을 지불해야 하고, 5장에 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가 되려나. 사본으로 내면 되겠네. 6급을 따는데 소요된 시간은 한 8개월 정도가 되려나. 1년 정도 됐을 땐 중국 뉴스를 읽고 듣는데에 거의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또 병무청에 전화할 필요도 없겠어. 아버지께선 회사 동료들과 중국 남방에 위치한 계림에 여행을 가셨다. 지금은 잠을 자고 계실 거야. 곧 일어나실 테고. 이전에 중국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지. 광동 여자들은 왜 화장을 잘 하지 않아?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경제력 때문이지. 화장품은 비싸거든. 자못 신선했다. 하지만 지금 난 그것에 대한 대답이 막 생각났다. 아냐, 경제가 침울해질 수록 여자의 치마는 더 짧아지는 법이거든. 그 친구는 중산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과 석사과정을 수료 중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네. 그 친구가 쪈위!라고 부르면 난 哦,你吃饭了没?(오, 밥 먹었어?)라고 대답했었지.ㅡㅡ중국어로 적으면 내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어서 한글발음으로 적었음ㅡㅡ 그러고 보면 난 그 애 이름을 묻지도 않았어. 단 한 번도 말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 그리고 잠시 후 위챗에서 그 애 이름을 찾는데, 그 애 닉네임만 나오네. 翔(날개 정도의 의미). 飞翔? 날다? 난 타인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지. 고 3 때는 우리반 애들의 얼굴도 다 못 외웠고, 이름은 열명 정도 알았으려나. 학교 출석 일수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기억력이야. 같이 밥도 몇 번 먹었었는데, 흠. 오늘 문갤 채팅방에서 A에게 가장 최근에 쓴 습작을 보여줬다. A 왈, 힙합 같네. 클리셰 덩어리야. 그리고 너에 대한 미화가 너무 심해. 다른 말엔 시큰둥하지도 않았지만, 힙합 같다는 말엔 조금 반응을 했었지. 어쨋거나 상처로. 난 우울할 때 자기위안하는 방도로 시씀을 선택했어. 그래서 난 시라고 하지 않고 습작이라고 하지. 어쨋거나 태작인듯 해. 문갤에다가 올릴까? 그냥 버리는 시로 올리자. 태작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해놓곤 지금은 올리지도 않네.
1시간 반가량 산행 후, 방금 도착. 이제 슬슬 새벽 5시도 꽤나 어둑하다. 사실 초입엔 조금 무서웠다. 그래도 오싹한게 또 매력있다.
오전을 오후로 적었던 걸 방금 발견함.
오로시 // 새벽 산책 가는 걸 보니 우리 할아버지뻘 되시는듯.
새벽 산은 할아버지만 갈꺼라는 생각 훗 물론 나이 드신 분이 대부분이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일찍 깨서 운동, 나는 잘 자기위해 움직이는 것 낮과 밤이 달라
잘쓰네.
그 사이에 또...시간감 와닿아
잘쓰네->잘 쓰네.
잘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