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술만 먹으면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 글 쓰고싶다."
물론 이 주사는 서로 고추털 보여준 사이의 한했지만
책도 안읽을 것 같은 놈이 글을 쓰고 싶다고 하니 친구는 놀란듯 보였다.
"글? 갑자기 무슨 글?"
"소설이든 시든 아무거나 그냥 아무거나"
소설 쓰고싶다고 말하면 줄거리 얘기해 보라고 할 것 같아 돌려 말했다.
"오~ 작가님! 내가 책은 안읽지만 네가 낸 책은 읽어볼게! 열심히 해봐"
친구에게 말하고 나니 몇 년간 가슴에 담아두었던 비밀을 말한 기분이었다.
또한 작가의 길로 한발 다가선 것 같았다.
그런데 나에겐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말로만 작가 지망생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예능프로그램과 미드 찾아보기 바빴고
주말에는 놀러가기 바빴다.
그래도 친구와의 술자리에선 항상 말했다.
"아 글 쓰고싶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취하면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는 주사와 비슷해졌나보다.
친구는 요즘은 어떤 글을 쓰냐니느 공모전에는 내봤냐느니 전과는 다르게 꼬치꼬치 물었다.
"아니"
할말이 없었고 사실대로 말했다.
"야 씨발 그렇게 할 거면 말은 왜하냐?"
"네가 뭘 아냐? 원래 창작은 존나 힘든거야"
자칭 작가님이 말했다.
집에 오니 기분이 찜찜했다.
내가 글을 못쓰는 이유는 망할 놈의 회사 때문인 것 같았다.
"회사는 뭔 회사야!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다음 날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백수 3개월 차 돈은 떨어지고 소주병은 늘어간다.
여전히 글은 안쓰고 있다.
나같은 병신 있냐?
박민규?
일단 뭐라도 쓰렴. 그리고 솔직히 글쓴다고 회사 관두는거 핑계지 않냐? 소설쓰면서 일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백수 3개월 차에 병신이라니...에구
산으로 토껴. 거긴 먹을 게 있어 밥도 생겨.
ㄴ 산에 없거든요? 밥 안 생기고 먹을 것도 없음. 산에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조난이나 당하지 마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