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양주를 훔쳐 마시는 중이다. 막 잠들기 전에 나를 자꾸 유혹해오던 것은 바로 맥주였으나, 집 냉장고에는 맥주가 없으므로 아빠 양주라도 훔쳐 마셔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지금은 반절도 음주 중이다.

 

 

 

 

이제 화요일이구나. 하루 후, 그러니까 수요일은 그녀와 만나기로 한 날이다. 중국에서 만나서 같이 길을 걷고 공부하고 술 마시던 때가 마냥 그리워지게 하는 그녀는 이제 그곳에서 취직을 하고 돈을 벌어서 생활을 꾸리고 있다. 솔로로서의 생활은 당연히 스산하고 고독할 테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으로 부럽기만 하다. 부러운 해외 생활. 내 사주팔자는 외국물을 먹는 것이라고 했는데, 자꾸 아닌 것만 같고, 그래서인지 그것이 자꾸 부러워지기만 한다. 지난 금요일에 귀국을 한 그녀는 며칠 머물다가 곧 다시 중국행 비행기를 탈 거라고 한다. 나는 그녀와 하루 만나서 밥 한끼 먹으면서 수다나 떨 것이다.

 

 

 

 

내가 하는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라고 느낀다. 줄곧 그래왔다. 학교, 음악, 개, 군대, 목디스크, 어학 등등...... 이런 것에 관련된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할 것이 없어서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이상한 결론이 도출되기도 한다. 하기사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또 한 번, 한 번해서 자꾸 불안이나 키워대고 있으니까. 결론이 있을 문제도 아니어서 잠시 생각하기를 멈출까, 이러면 또 그런 기억의 얼룩들을 표백제처럼 하얗게 지울 것만 같아서 그러지도 못하고.

 

 

 

 

부엌에서 훔친 양주를 마시는 중. 난 독한 술은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 맥주가 짱짱맨인데.

 

 

 

 

나 면허증 따려고 함. 이왕이면 1종이 좋겠지. 목요일에 운전면허학원에 문의 전화를 걸 것임.

 

 

 

 

일주일 전부터 피아노 반주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대중가요 반주를 하면서 노래 부르기도 좋을 것 같고, 교회에 나가서 반주를 하는데도 쓸모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 심심하면 기독교 신자 코스프레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 그런데 참 우스운 일이 하나 있는데, 그 학원 선생의 피아노 테크닉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실력으로 선생 노릇을 하겠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조차도 할 수가 없다. 대놓고 말하지도 못하겠고, 좀 답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