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르면 버튼이 눌린다 여기까지만 내가 이해하는 세계 나는 글자를 화면에 띄우고 그것을 읽지 않는다 과거에 무심한 사람처럼 끊임없이 여백을 갈구한다 갈구하고 소비하며 그렇게 내가 모르던 낱말들로 내가 사라진 공백을 채워간다 옅어지는 비행운과 그 자리를 파고드는 파랑의 우화


가로수의 박자를 센다 가로수는 깊이 박혀있다 가로수길의 박자는 뿌리깊다 우리는 그 위를 걸어가며 야트막한 멜로디를 더한다 가로수는 계절마다 다른 색채를 띤다 박자의 색채에 대해 생각한다 멜로디의 용무와 목적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쏟아진다 박자는 쏟아지는 형식의 무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