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돈돈 하지 말라는데, 요즘 웹툰들이 엔간한 소설보다 나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돈 때문임. 네이버나 다음에서 작가들한테 돈을 적게 주네 어쩌내 해봐야 일단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은 지급하고 있음. 적어도 걔네들은 걔네 작품 해서 먹고 살 정도의 돈은 받는다. 외주로 때우는 경우도 많고 아직도 힘든 사람 많지만, 적어도 거대 자본이 이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으니 웹툰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이 되었다. 너도나도 웹툰하려고 하는 건 그것때문이지.


문학은 여러 형태로 존재하지. 최초의 문학은 신화와 서사시였을 거고, 그게 시와 희곡이 되었다가 현대에 와서는 소설이 되었고, 이렇게 다양한 범위를 포함한다는 건 문학의 본질이 '이야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즉 이야기가 있으면 아주 넓은 범위에서는 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본다.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영화나 만화 따위도 엄밀하게 봐서는 문학의 범위 안에 듦. 어디까지나 아주 넓게 본 대분류 이야기니 굳이 여기다 발끈하지는 말길. 


그리고 이 이야기를 사용해 창조되는 예술, 그러니까 '대분류로서의 문학;은, 여타 미술이나 음악과는 인재 유입의 풀이 다름. 미술은 미술만의 인재 유입 풀이 있고, 음악은 음악만의 인재 유입의 풀이 있음. 하지만 이야기를 사용하는 예술, 즉 우리들의 '소분류로서의 문학'은, 현대에 와서는 인재 유입풀을 만화와 영화하고도 공유를 하고 있다. '이야기'를 창조하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예전에는 모두 문학을 했다면, 현재에는 영화와 만화로도 가고 분산되고 있다는 거지.


그런 상황에서 문학이 잠재적으로 재능있는 인재들을 영화나 만화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무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나는 뭐 엄청난 상업성을 추구하라는 게 아님. 적어도 먹고 살 정도는 돈이 돌아야 인재들이 들어오는 양이 늘어날 거고, 양적 증가에 따라 고정 비율로 좋은 인재의 수도 많아진다는 거지.


머리 좋고 똑똑하고 이야기 잘 지어내고 생각 깊은 사람들은 예전엔 문학을 했지만 요즘은 영화나 만화 쪽으로 빠짐. 요새는 영화도 좀 딸리는 것 같고, 만화가 더 많은 것 같고. 실제로 최근 들어 한국 젊은 작가들 문학 읽으면서 감탄한 작품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돈데, 웹툰 쪽에서 나온 작품 중에는 그런 작품이 꽤 된다. 인재의 수 자체가 달라. 얼마 전 방영했던 창비 라디오 책다방 팟캐스트의 '익명 소설'편을 들으면, 익명으로 출연한 작가 두 명이 나오는데, 데뷔 오년차라는 말과 한두 가지 힌트만으로도 두 사람이 누군지 다 알 정도로 이쪽은 인재가 부족하지. 


양적 증가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느 정도의 질적 증가를 불러 옴. 이걸 반박할 사람은 없겠지. 그리고 인재의 양적 증가를 이끌어내려면 시장을 매력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할 거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돌아야 함. 돈이 돌기 위해선? 대중적이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대중적일 필요는 없지만, 대중적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이미 그들만의 리그 된 거 몇 십년 뒤면 인구도 줄어들 텐데 아예 망해버리고 없겠지.


그리고 사실, 지금은 대중적이라고 판단받는 소재라고 해서 언제까지고 대중적인 틀 안에 남아 있는 건 아님. 예컨대 판타지는 어땠지? 허황된 소리 조금만 해도 질색팔색했던 한국문단의 요즘 주류는 장르적 기법 차용임. 정용준, 백가흠 등도 그렇고, 배명훈이 문단 쪽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도 그렇고, 김사과는 아예 나스의 영향을 받을 정도로 서브컬쳐적인 걸 많이 차용하고 있음. 그리고 이게 꼭 나쁜 것도 아니고. 마르께스가 쓴 건 처음부터 순수문학이었나? 그 양반이랑 남미 작가 몇 명이 그걸 순수문학으로 아예 만들어 버린 거임. 추리 소설은 처음엔 완전 오락용 소설이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챈들러가 천시 받는가? 


뭐든, 잘 쓰면 대중의 호응을 받고, 대중의 호응을 받아 시장이 돌게 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세계가 재구축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재구축할 정도로 대단한 놈을, 이 순수문학이라는 것은 그냥 두지를 않는다. 떠받들지. 아직 살아 있어서 찬반이 갈리는 소재기도 하지만, 하루키를 봐라. 문학적으로 개병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 나가니까 점차 인정받는다. 


문학은 어쩔 수 없이 대중적일 수밖에 없고, 대중적이어야 한다. 물론 어떤 문학은 대중과 유리되길 바랄 수도 있지. 그건 그것 자유다. 하지만 문학의 전반적인 흐름은 언제나 대중적이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그러지 않는다면 문학 자체가 완전히 망할 거야. 왜냐. 문학이 소수만 돌려보는 게 아니라 출판이라는 산업에 포함되는 예술인 이상, 사는 사람이 있어야 돌아가거든. 미술은 소수의 자본가들이 후원하고 작품 사는 것만으로도 창작자들이 먹고 살지만, 문학은 소수의 자본가들이 책 몇 권 사준다고 되는 매체가 아님. 매체 자체적으로 봤을 때도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예술은 절대로 대중과 유리될 수 없음. 유리되는 순간 도태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