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난 너가 그리워 눈이 멀어,

계절이 다 가고 나서 아보카도 향이 피어나는 카페 안에서

숨이 쉬어지는 것을 느끼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고 느껴


내가 얼핏 기억한 봄은

살구색 카펫처럼 은연하게 길을 수놓은 죽은 벚꽃 위를

너와 함께 다분히 밟은 거야


꿈에서나 보았을 듯한 너와의 여름은

덥지도 습하지도 않고 커피 위로 뭉글 뭉글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우리 피부를 연하게 휘감아 돌았잖아


정말 또렷이, 선명했던 가을은

찬바람에 베여 선한 피가 흐르는 단풍을 바로 아래서 맞이하며

그 떨어지는 이파리를 받아 주려고 부단히 애썼지


하지만 겨울은 기억이 나질 않아

너와의 기억이, 너와의 추억이,

지금 이 곳에서 자수정의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소리, 설탕을 타지 않은 에스프레소가

겨울이 왔다는 것을 속삭여 주는데

너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살갖이 어릿할 뿐이야, 그게 겨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