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드헤드, 영어로 대머리라는 뜻이다. 데쓰노트, 이 노트에 적힌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러면, 발드해드 노트에 적힌 사람은 어떻게 될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유난히 눈이 부셨다. 눈을 가리고 화장실에 가니 더 심해졌다.
\"아- 뭐야... 으악!\"
짜증에 손을 땠더니 거울 속에 커다란 전구가 있었다. 살아있으면서 반짝이는 전구인 대머리가. 나는 잠시 그 빛에 넋을 잃었다. 해조차도 이렇게 눈부시게 빛나지는 않았다. 둘래 1m도 안 되는 동그란 물체가, 겨우 햇빛에 반사되기만 하는 게 해보다 눈부시고, 아름답다니...... 하지만 난 곧 정신을 차렸다.
내가 대머리라니! 대머리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겨우 스무 살인 내가 대머리라니!
\"으아아아! 안 돼-!\"
나는 헐레벌떡 피부과로 달려갔다. 모자를 쓸 새도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아름다운 내 전구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거리에도 나같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원피스 입은 아기까지, 반은 대머리였다. 늘 지나다니던 길인데도 몰랐다. 문득 아름다운만이 아름다운을 알아본다는 말이 생각났다.
아냐, 정말 아냐! 이 멍청아.
두 손으로 뺨을 처대며 피부과가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피부과 대기석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가 대머리였다. 나는 침착하게 대기자명단에 이름을 적었다. 펜을 준 간호사도 대머리였다.
\"1651번째 이십니다.\"
의사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네?\"
\"이 병으로 오신 856번째 환잠지라구요.\"
의사는 아름이를 둘러싼 공대생들처럼 남은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이것은 며칠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병입니다. 갑자기 대머리가 되는 병이죠. 병원균은 너무 작아 찾지도 못 했고, 환자들의 특징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성별, 인종, 나이, 사는 지역! 모두 아무런 접점도 없었죠. 다만 특이한 점은 원래부터 대머리였데 사람들은 걸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바로 저처럼요.\"
\"그럼 약은...\"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발모제나 처방해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나는 의사를 마구 흔들었지만 그는 미안하다는 대답을 대풀이할 뿐이었다. 결군 처방전을 받고 병원에서 망연자실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약국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꺼져 있던 티비가 켜졌다. 파란 벽을 뒤로 한 대머리 남자가 검노트 다섯 권을 들고 서 있었다.
\"아, 아, 들리나? 내 이름은 라히코다.\"
그는 일본어로 말했고 자막이 떴다.
\"이 노트는 발드헤드 노트. 쉽게 말하면 적히면 대머리가 되는 노트다.\"
사람들이 술렁였다. 그 약국은 약사마저 대머리였고, 손님들은 발모제를 받으러 온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길길이 날뛰었고, 어떤 사람은 천장에 걸린 티비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잠깐. 진정들 하라고. 잠시 내가 이렇게 된 사연을 들려주지.\"
그는 기타를 들거 노래하기 시작했다.
\"옛날에~ 한 사람이 있었지. 그 사람은 부모님께 사랑받으며 지냈어. 그러던 어느날, 그 사람은, 학교에 갔다네. 모두들 그 사람을 비웃었지. 흠이 없었는데도 말이야. 구지 말해보자면 하나 있지. 바로 대머리라는 거. 대머리이-!\"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그 사람은 여자라네.\"
\'그녀\'도 울었고 우리들도 울었다. 어떻게든 안 울려고 했던 이들도 소리내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일이 안 벌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 걸과가 바로 이것이다! 이젠 대머리였든 아니였든 이젠 모두 대머리니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걸까. 겨우 두피에 나는 털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곳에 난 털은 극도로 싫어하면서 왜 머리카락에는 그랬던 걸까. 나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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