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딱딱한 인간이었음.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어떤 것이든 그 안의 법칙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인간.
이러한 성향은 소설 창작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는데
너희는 대부분 필사를 하잖아?
난 필사가 좋대서 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때려친 타입임.
필사보다는 난 분석이 더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
그래서 분석을 하면서 얻은 스킬들을 여러가지 섞어서 쓰는 걸 좋아하는데,
그 중에 몇 개를 소개하자면
사소설이 아닌 경우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희가 아님.
그렇다면 그들이 묘사하는 문장은 과연 나의 문장이어도 되는다 하는 문제였는데.
난 그렇지 않다고 결론 내리고 문장을 쓸 때 목소리를 연상하며 글을 쓰게 됨.
그렇게 하면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표현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임.
궁금하다면 아무렇게나 써보고 등장인물 성격과 목소리를 연상한다음 그것을 읽는다는 식으로 글을 고쳐봐. 의외로 스무즈하게 캐릭터에 맞게 고쳐질걸?
그리고 장면 구별.
이건 솔직히 너희와는 많이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함.
난 소설을 장면으로 구성함.
장면1, 장면2 실제로 플롯 짤때부터 이렇게 짜는데
장면이 끝나고 다음 장면이 될 때 독백이나 여러 묘사가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대로 바로 점프해버리는 게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여러 작품을 통해 배웠음.
개인적으로 난 이게 제일 도움이 되는 깨달음.
글을 쓰기가 100배는 수월해졌었던 것 같음.
또 하나는 글이 쓰이는 곳을 연상하는 것.
예를 들어 네가 쓰는 소설이 책에 실릴 소설이다.
그럼 머리속에 책을 만들어 놓고 책이라는 형태에 어울리는 문장을 쓰는 거야.
이건 책에 들어가면 어색하겠는데 등등의 생각이 들지도 몰라(이건 다른 사람이 어떨지 잘 모르겠다)
난 지금 키네틱 노벨을 쓴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데, 그것이 내 문장이 한 마디 한 마디 완결형으로 끝나는 이유임.
소설을 쓸 때마다 그 글이 어떤식으로 화면에 나올지를 상상하는 거지.
그것의 특징은 한 문장 다음에 나오는 문장이 전 문장과 큰 연관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
개인적으로 퍼즐 맞추는 느낌이라 이걸 제일 좋아함.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하여튼 난 소설을 쓸 때 항상 나만의 틀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쓰는 것을 선호함.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아, 필사 이야기에서 할 말이 좀 더 있음.
필사가 물론 효과가 있고 좋은 방법이라는 건 앎.
다만 직접 계속 글을 쓰면서 다른 여러 작품을 보며 자기 글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
난 소설을 쓰면 항상 처음 부분은 아예 다시 써버려.
왜냐하면 쓰면서 얻었던 기술들이 적용되지 않았던 문장일 거 아냐.
그러니까 그 기술이 적용되기 이전의 글은 다 다시 써버리는 거지.
그래서 난 중간까지 쓰다가 나중에 처음 부분부터 고쳐 쓰고 이러는 거엔 좀 회의적이야.
고쳐쓰는 게 아니라 다시 써야하고 웬만하면 다 쓴 다음에 처음 부분을 다시 써야한다고 생각함
전문가 수준. ㅀ이 혐오하는 글쓰기. ㅀ은 사소설 쪽. 소설이 아예 그렇게 미리 철저하게 꾸미는 것이라고 할 때는 정말 읽기 싫어지고 쓰기 싫어지는 것임. 되도록 자기 육성이기를.
사소설이 아니어도 자기 육성은 충분히 노릴 수 있지. 그나저나 자기 육성이라니 넌 일문학이랑 잘 어울릴 것 같다. 걔네들 맨날 그런 것만 써
소설이 원래 허구지만 사실 허구라고 알면서 어떻게 소설책을 읽겠나. 그런데 그대는 소설을 소설이라고 해놓고 소설 이야기를 하네. 연극인이 연극은 연극이라고 하면서 영화인이 영화는 영화다 하면서 거침없이 거짓말을 해대듯이. 이게 얄미워 항상 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