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어둠 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군생활처럼. 난 그 가운데 서 있었다. 하지만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디디면 어둠 속으로 빠져버릴까봐.

검은 캔버스 속, 팟 하고 라이트 하나가 갑자기 켜졌다. 강렬한 빛은 적응할 시간 따위 주지 않고 내 전신을 비춘다. 나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빛을 가늘게 쳐다봤다.

"이봐, 박종국이."

"상병 박종국."

낯익은 워커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워커 소리가 내 귓가를 정통으로 때린다. 그렇게 느낄 뿐이었다.

"7월 4일. 그 때 너는 뭘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봐."

7월 4일이라고? 7월 4일... 7월... 4일... 잠깐,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째서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인가,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누구십니까? 저는 왜 여기 있는 겁니까?"

탕탕탕!

"틀렸어, 틀렸어! 감히 해병이 중첩의문문도 까먹어? 처음부터 다시!"

종이 부채 따위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 갑자기 난 큰 소리에 나는 순간 몸을 움츠렸다.

"제가 왜 여기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누구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가는게 있으면 오는게 있다고 하던가. 그런 건 지켜지지 않고 워커 소리만 울려퍼질 뿐이다.

"다시 묻는다. 7월 4일. 일병 박종국은 뭘 하고 있었나."

"제 물음에 대답을..."

"마지막으로 묻겠다. 7월 4일. 일병 박종국은 뭘 하고 있었나."

굉장한 위압감이다. 참을 인 자도 세 번까지라고 했었나. 더 이상 물어본다면 어떻게 될지 뻔했기에 7월 4일의 기억을 되돌려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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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그 날은 분명히 식사 후부터 뺨을 맞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어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그나마 기억나지 않는 건 누가 때리고 있었느냐이다. 매일매일 다른 선임들이 때렸으니까 말이다.

맞고 있던 도중, 신병 김택우가 들어왔다.

김택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얼굴을 가진 신병이었다.

"이야~ 우리 내무반에 앗쎄이가 드디어 들어 오는구나~!"

제일 신난 건 최철구 해병님이셨다.

최철구 해병님. 우리 내무반 최고참으로 살과 근육이 한데 뭉쳐 굉장한 위압감을 뿜어내는 선임이었다. 사회에서 오토바이 좀 타다가 들어왔다고 한다.

최철구 해병님은 더블백을 풀던 김택우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슬쩍 터치하셨다.

"이병! 김택우!"

"이야! 기합 바짝 들었네!"

그러고는 가슴 주머니를 툭툭 두드리고 계셨다. 필히 담배를 찾고 있었으리라. 최철구 해병님은 한참을 그러다가 수확이 없다며 내무반 침상에 걸터앉아 나에게 검지와 중지를 치켜들었다. 담배를 꽂으라는 신호. 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다음 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빨았다. 그런 다음, 최철구 해병님의 손가락에 끼워 드렸다. 최철구 해병님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내 엉덩이를 톡톡 건드렸다.

"일병 박종국! 감사합니다."

그렇게 넘어가는가 했다.

"어이, 앗쎄이!"

"이병! 김택우!"

그래, 그걸 해야지.

"너, 여자친구 있냐?"

"이병 김택우! 없습니다!"

"그럼 누나나 여동생은?"

"여동생 한명 있습니다!"

최철구 해병님은 사진이나 한번 꺼내보라고 하셨다. 김택우는 가슴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최철구 해병님께 드렸다.

"중학생이야?"

"맞습니다!"

"영계네?"

순간 김택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여동생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보다.

"이 씨발롬이 꼰티를 내네?"

"잘 하겠습니다!"

"아니. 잘 하고 자시고."

최철구 해병님이 일어나 김택우의 멱살을 잡았다. 김택우는 관등성명만 외칠 수 있었다.

"이병 김택우! 잘 하겠습니다!"

최철구 해병님이 오른손을 올리려는 순간,

터벅터벅

절그럭절그럭

간부의 발소리가 들리자 최철구 해병님이 멱살을 놓으셨다.

"장난 임마, 장난. 잘 지내보자고. 군생활 재밌을꺼야."

그러고는 뺨을 가볍게 툭툭 쳤다. 얼떨떨한 김택우는 그저 관등성명과 감사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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