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무엇인가? 이번 글은 바로 그 주제에 대해서 논해보겠다. 천학비재로 말미암아 대강의 스케치에 그친 간략한 글이 될 것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철학에 대한 앎을 얻고 싶다는 요청이다. 그렇다면 앎이란 무엇인가? 앎이 무엇인지 논하기 전에 우리가 아는 의문사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 육하원칙六何原則에 대해서 배웠다. 여섯 가지의 의문사를 염두에 두고 글을 적고 글을 읽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그 여섯 가지 의문사는 다음과 같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어떻게, 왜. 그렇다면 앎은 무엇인가. 앎이 무엇인지 묻기 전에 먼저 무엇은 무엇인가. 무엇은 비어 있는 의문부호다. 그 의문부호에 내용을 채워 넣는 것이 앎이다. 앎이 무엇이냐면 바로 무엇에 알맹이를 채워 넣는 일이다. 그 알맹이를 어떻게 채워넣으면 좋겠는가?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그 내용을 채워 넣으면 좋다. 먼저 무엇이냐는 의문사는 묻는 대상의 내부를 구성하는 것들을 말한다. 무엇을 이루는 것은 흔히 질료와 형상으로 나누어진다. 한편 왜냐는 질문은 묻는 대상의 외부에 어떤 연계가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통 작용과 목적에 대한 탐구로 이루어진다. 파리바게뜨에서 판매하는 생일축하케이크를 생각해 보자. 그 대상은 밀가루로 만들어져 있다. 밀가루가 질료이다. 그 대상의 형상은 케이크의 형상이다. 이 둘 중 한 요소라도 결핍되면 진정한 케이크라고 말할 수 없다. 밀가루로 만들어지지 않고 돌로 만들어진 케이크는 케익 모양 돌일 것이요 밀가루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케이크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밀가루 떡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일 케이크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생일축하이다. 그것은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나? 바로 제빵사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전자는 목적인이고 후자는 작용인이다. 질료인 형상인 작용인 목적인 이 넷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원인설을 말한다 하겠다. 전자의 둘은 무엇에 대한 답이고 후자의 둘은 왜에 대한 답이다. 얼마나/어떻게 라는 물음은 대상의 양태樣態에 대한 질문이다. 그것은 크게 양量과 질質로 나누어진다. 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가 크고大 작음小이요 다른 하나는 많고多 적음少이다. 사람의 몸은 비대하거나 왜소할 수 있다. 사람의 머리 숱은 많거나 적을 수 있다. 질의 종류에 대해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내가 그 전부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질의 종류에는 색깔, 촉감, 탄성, 온도, 광택, 맛, 냄새, 음색 등이 있다. 내가 적지 못한 다른 질적 차원들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어떤 질은 양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예컨대 온도의 경우에는 차갑고 뜨거움을 수치로 표현하기도 한다. 물은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는 그런 식이다. 색깔도 수치로 표현될 수 있다. 색은 명도, 채도, 색상의 삼차원 정보로 표현될 수 있는데 그에 따라서 색은 (a,b,c)의 순서쌍으로 특정할 수 있다. 다른 질적 차원들도 수치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이진수를 이용하여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담고자 한다. 어떤 대상이 존재한다고 할 때 보통 그 대상의 양이 변하더라도 그 대상의 질적 차원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양이 어느 이상 변화하면 질적 차원이 달라지기도 한다. 성인 남성의 키가 1미터 75센치 정도일 때 1미터 90센치의 키를 가진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큰 사람 정도로 여겨지는 반면 사람의 키가 3미터 80센치미터가 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취급받는 그런 경우를 가정해 보면 된다. 물도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사람을 죽이는 독극물이 될 수 있다. 한 시간에 8000L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가정해 보라. 죽을때까지 물을 먹으면 사람은 죽을 것이다. 언제라는 의문사는 시간을 특정한다. 어디서라는 의문사는 공간을 특정한다. 누가라는 의문사는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격적 실체에 대한 물음이다. 이 여섯 가지 의문사의 요소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열 가지 범주category의 요소들에 포함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눈 범주는 다음과 같다. 실체, 양, 질, 관계, 장소, 시간, 위치, 상태, 능동, 수동. 이 중 실체는 주어 자리에 오는 무엇이다. 양, 질은 실체가 어떠한지에 대한 것이고 관계는 실체와 다른 실체 사이의 연결이다. 관계에는 작용인과 목적인의 인과적 사유가 포함된다고 하겠다. 장소는 어디서에 해당하고 시간은 언제에 해당한다. 위치는 영어의 전치사에 해당하는 것 같다. 위치를 결정하려면 한 대상과 다른 대상과의 상대성을 고려해야 한다. 상태는 한 실체가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유지하고 있는 비본질적인 속성을 뜻한다. 열이 난다 감기에 걸렸다와 같은 경우이다. 능동 수동은 주어 자리에 오는 실체와 관련하여 힘이 발산되느냐 수렴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 중 몇 가지는 내가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채로 알음알이를 내어 설명한 것들이 있다. 만약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눈 범주에 대한 나의 풀이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뜻한 의미와 부합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 나름대로 의견을 말하여 서술했지만 거짓을 말한 것이 된다. 무엇이냐는 물음에 거짓된 내용을 채워 넣는 것은 참된 앎이라고 볼 수 없다. 서양철학의 내용으로 어떤 것들이 있느냐고 물을 때 사람들은 크게 몇 가지 분과를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는 일단 세 가지 분과를 생각해 보자. 하나는 지식론이다. 지식론은 논리학과 존재론 그것은 참과 거짓의 가치에 대한 논의이다. 두 번째는 실천학이다. 실천학에는 윤리학과 정치학이 있는데 그것은 선과 악의 가치에 대한 논의이다. 세 번째는 예술철학이다. 예술철학은 미학으로 불리우고 그것은 미와 추의 가치에 대한 논의이다. 진眞 선善 미美의 가치에 대한 탐구가 철학의 큰 주제이다. 국립 서울대학교에는 진선미의 가치에 따라 각각 철학과, 윤리교육과, 미학과의 세 개의 분과가 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의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이 질문은 철학에 대해서 집약된 개념으로 그것을 압축해 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그 질문의 형식이 가진 되바라진 특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 번 상상해 보라. 축구 감독에게 다가가 "축구란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 상황을 말이다. 가수에게 다가가서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 경우를 상상해 보아도 좋다.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축구 감독이나 가수가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다짜고짜 그것이 무엇이냐고 대놓고 물어보는 무례한 행위가 허용되고 되려 권장되는 그런 지적 활동이라고 하겠다. 온갖 것들에 대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다니던 소크라테스가 바로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고 그는 결국 아테나이 시민들의 미움을 사서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하지 않았던가. 용기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앎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데아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적당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철학이 아닐까?
[철학에세이7]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정석(220.74)
2024-08-02 10:23:00
추천 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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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뭐하는 사람이에요?
백수에요 - dc App
시비조로 보인다면 무례하게 물어서 죄송함
괜찮아요 - dc App
글 읽고 감명받아서 물어봅니다
감사합니다 대학 중퇴하고 인문학 공동체에서 철학공부 했어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