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평론의 참/거짓과 같은 

지구의 물리적 성질을 묻는 문제는,

물리적인 관찰을 통해 그 객관적 실재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이론적 대상 즉 물리적/경험과학적 대상이지만, 

자유의지 존재의 참/거짓 문제는 

하늘이 두 쪽 나지 않는 이상 그 진위를 

영원히 알 수 없는 불가지론에 가깝다.


한마디로, 자유의지는 

앎/이론/인식론적/경험적인 대상이 아니라, 

생각/희망/믿음/실천/도덕/인간적 대상이다.


이처럼 칸트는 이론적으로 자유의지 및 신/영혼 존재의

참/거짓을 증명하려는 이신론/스콜라주의적인 

모든 시도들이 인식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기에,

그런 시도들이 증명 불가능하며 불필요하다고 

비판하는 대신에,

도덕적 행위의 가능성을 마련하고

인간평등 사상에 기초한 인간성(존엄성)을 언명하기 위해,

자유의지의 현존을 선천(선험/초월)적으로 

이미 전제된 사실로서 받아들일 것을 요청했다.


"나는 신앙(믿음)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식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칸트의 이 말과

"그(칸트)는 신을 앞문으로 내쫓고 

뒷문으로 들여보냈다."라는 세간의 평가는

칸트 사유 체계의 핵심인 두 축의 종합적인 연결, 즉 

순수이성비판에서 실천이성비판으로 아무런 모순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의 거대한 "사유 기획"을 

적절히 관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