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존우론 (Issaranimmāna-hetu-vāda)

존우론이라는 말은 원래 Issaranimmāna-hetu-vāda에 대한 한역어로, 모든 것이 자재신의 화작(化作)에 의거한다는 사상이다. 다른 한역어로 자재신화작론(自在神化作論)이라고도 한다. 신의설(神意說)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우론은 정통 바라문계의 유신론(有神論)으로 세상을 창조하고 지배하는 절재적인 유일신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세계도 인간의 운명도 모두 범천(梵天)이나 자재천(自在天) 등의 최고신이 화작창조(化作創造)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은 신의 의지에 좌우된다고 하는 주장이다.

(『중아함경(대정장I p.444上.). 계급인설(階級因說)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계급으로 구별되어 있어, 그 계급에 따라 인간의 성격, 지혜, 환경, 가계 등이 결정된다고 하는 운명론으로 브라흐마 창조설과 연계되어 있어 존우론에 소속 시킬 수 있다.)


“Issara”라는 말은 창조주(Creator), 군주(Lord), 통치자(Ruler)라는 의미로 초기경전에서 창조주로서 다루어질 때는 남성인격신으로서의 Brahmā이었고, 또 이 남성인격신 Brahmā는 초기경전에서 대범(大梵), 자재신(自在神)으로 불리어졌다. 범천이라는 자재신은 만물의 창조주이고 일체의 지배자이다. 베다 문헌의 말기에 창조신 개념이 형성되어 여러 신들의 이름이 나타나고 신앙되다가 점차 단일신으로 정리되고 마침내 우파니사드에선 브라흐마 신이 최고신으로 여겨진 것이다. 브라흐마 주재신(Issara)에 의해 세계가 창조되고 그에 의해 통치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베다의 창조신들의 이름이 초기 불교경전에 언급되고 있다. 즉 Indra, Soma, Varuṇa, Isāna, Pajāpati, Mahiddhi, Yama 등 신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초기불교 경전에선 이들은 과거의 신으로 취급되고 브라흐마에 대한 언급이 압도적으로 많다. 안양규, “창조주 브라흐마(Brahmā) 신에 대한 붓다의 비판” 불교학보 40 p.158.)


전지전능한 이 자재신은, 인간이 당면하는 모든 고(苦), 락(樂 ), 비고비락(非苦非樂도)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인간이 감수하는 모든 행복과 불행은 궁극적으로 인간 그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의 의지에 달려있는 셈이 된다.


일체의 생류가 브라흐만 곧 자재신에 의해 생성되고 전개된다는 존우론에 대해 붓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한다. 현실의 고락(苦樂)의 감수가 모두 신의 의지에 의존하고, 신의 화작에 달려 있다면 첫째, 신 자신에 대한 모순을 야기하고, 둘째, 인간의 노력, 수행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약 모든 것을 총괄하는 신이 있다면 중생이 느끼는 고락도 주재신(主宰神)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주재신은 사악한 존재이다. 결국 신의 전능은 그가 만든 세계에 만연한 악과 모순되므로 신의 전능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결론 내려야 할 것이다. 이것이 창조신의 전능에 대한 붓다의 첫 번째 비판이다. 


붓다가 신의 전능을 부정하는 근본 이유는 인간의 도덕적 자유의지와 그 책임을 무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비판은 윤리적 행위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나 영지주의와 같이 신비적인 입장에서 신의 전능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위와 그 책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만약 모든 행위를 신의 전능으로 돌린다면 윤리는 성립될 수 없다. “살인자들은 살인을 하도록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 마찬가지로 도둑놈도, 음탕한 자도, 사기꾼도, 험담자도, 꾸짖는 자도, 어리석게 말하는 자도, 악의를 품고 있는 자도, 미워하는 자도, 사견을 가진 자도, 누구든지 그들은 그렇게 창조되어진 것이다.” 이렇게 신의 창조 능력에 그 책임을 돌리면 종교적 노력이나 수행은 무의미하게 되고 말 것이다. “(신의) 창조를 믿으면 의지, 인내,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한 분별이 없게 될 것이다.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게 되어 정념(正念)이 성립되지 못하여 자신을 보존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종교 수행이라는 것은 성립될 수 없게 된다. 붓다는 지금 감수하는 행복과 불행이 모두 과거의 업에 기인한다는 숙명론이나 모든 것은 원인 없이 우연히 발생한다는 무인론(無因論)과 마찬가지로 존우론(尊祐論)도 인간의 자유의지와 노력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사견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신이 전능(全能)ㆍ전선(全善)하다면, 그가 만든 이 세상은 왜 이렇게 고통과 죄악으로 가득 찼느냐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창조신의 전선을 문제 삼는 경우이다. 그리고 창조신의 전능과 관련하여, 신의 의지와 인간의 자유의지와의 양립할 수 없는 갈등이다. 모든 것이 신의 의지라면 인간의 노력이나 정진은 무용하게 된다. 따라서 종교적인 수행이나, 도덕적 책임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인간의 고의 문제해결을 스스로의 내면에서 구했던 붓다는 “고(苦)는 타작(他作)이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부처는 창조론, 숙명론, 우연론을 모두 3종의 외도로 보고 비판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