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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언어가 약속으로 대상을 수식할 뿐이라면

그 어떤 것도 실존하는 개념이 아니다.



예를 들어,

길가의 빈자를 보고 연민을 느낀다면,



연민은 실존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를 보고 연상한 이미지적 개념들과

또한 그로 말미암아 느낀 그 감정은

그저 ‘현상’일 뿐이고

내가 그것을 ‘연민’이라고 규정했을 뿐이다.



빈자 또한 실존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를 보고 인지한 이미지적 해석과

또한 그로 말미암아 연상한 그 개념은

그저 ‘피상’일 뿐이고

내가 그를 ‘빈자’라고 규정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빈자를 보고 연민을 느낀 것인가?

아니면 연민을 느끼고 그를 빈자로 규정한 것인가?



혹여 빈자도, 연민도 없다면

내가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