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의 상대성을 주장하려면
좀 신중하게 굴어라.
무슨 도덕을 취향쯤으로 흩어버리고 있어.
스스로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남의 잔혹함과 행동을 비난하고 있잖아.
니체의 컨텍스트를 다시 읽어야 해.
도덕의 기원을 해부한다고 해서
도덕의 타당성까지 같이 묻어버리는 게 아냐.
계보학적으로 살펴보라고 했지,
선악의 구분 자체를 지워버리라고 한 게 아니라고.
그리고 당연히 도덕관의 차이는 존재하지.
시대와 문화에 따라 표현도 달라지고
관습과 규범도 달라질 수밖에 없음.
근데 그 다양성이 곧바로
“아무것도 객관적으로 옳거나 그르지 않다”는 말로
점프하는 근거는 전혀 안 됨.
아니 보편적 도덕이 없으면
정작 네가 말하는 부정의도 규탄할 수가 없어.
전쟁의 도구가 되고,
선전의 무기가 되고,
힘 있는 쪽이 기준을 갈아치우면
그때마다 정의도 같이 바뀌는 거임.
그게 도덕의 해방이 아니라
도덕의 완전한 붕괴지.
그러기 전에 제일 먼저 깨달아야 할 게 있음.
도덕을 상대화하는 순간
악한 인간은 면죄부를 얻고
약한 인간만 보호막을 잃는다는 거다.
“입장이 다르다”, “관점의 차이다”, “문화적 맥락이다”
이딴 말 몇 마디면
폭력도 착취도 학대도 전부 해석 싸움으로 흐려짐.
그게 진짜 비인간화임.
니체는 모든 가치가 가벼운 장난이라고 말한 게 아냐.
오히려 인간이 어떤 가치를 세우고
어떤 삶을 긍정해야 하는지를
훨씬 더 치열하게 물었던 사람임.
그 가치의 창조가 가능하려면
애초에 더 높고 더 낮은 것,
고귀한 것과 비루한 것,
극복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이
구분되어야 하는 거고.
가치가 전부 힘의 산물이라고만 말하는 순간
너는 힘을 비판할 언어도 같이 버리는 거다.
잔인함을 잔인하다고 부를 근거도,
비열함을 비열하다고 부를 근거도,
인간 존엄을 지켜야 할 이유도
스스로 잘라내는 셈임.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인 건 맞지.
그래서 더더욱
도덕을 하늘에서 땅으로 끌어내리는 데서 멈출 게 아니라,
그 땅 위에서도 끝까지 붙들어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 따져야 하는 거다.
살인은 왜 악한지,
배신은 왜 비열한지,
약자에 대한 학대는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이 질문에 “사람마다 다름” 말고
조금이라도 더 단단한 답을 세우려는 게
문명이고 윤리고 철학임.
하나의 도덕이 다른 도덕을 비도덕으로 간주하는 비극이 싫다고?
그 비극을 막는 방법은
선악의 기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더 정교하고 더 보편적인 기준을 세우는 거다.
상대주의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함.
그냥 판단을 포기하고
힘센 쪽이 이기게 내버려두는 거지.
도덕을 절대적인 척한다고 비웃기 전에
도덕을 전부 상대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렸을 때
도대체 무엇으로 악을 악이라 부를 건지부터 답해야 함.
그 질문 앞에서 침묵한다면
그건 깊이가 아니라 회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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