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간과 데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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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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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납치

2. 토론회

3. 고민

4. 시험1

5. 시험2

6.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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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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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150년 한국의 고등학교 쉬는 시간이다.

우등생 영필은 쉬지 않고 수학 문제를 풀며 공부중이다.

이 때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한 학생이 들어오며 외친다.

학생1: 얘들아! 드디어 열린대!

학생2: 뭐가 열려?

학생1: 토론회 말이야.

학생2: 무슨 토론회?

학생1: 뻔하지, 요즘 핫한 종말 대토론회!

학생2: 정말?

학생1: 드디어 우리 마을에도 그들이 찾아왔다고!

학생2: 이야, 두근두근한대.

학생1: 영필아, 지금 책이나 보고 있을 때가 아냐!

영필: 내버려 둬, 나는 문제 풀기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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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영필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알림 소리가 울린다.

영필이 휴대폰을 열어보니 "영필아, 나 좀 구해줘,

나 지금 데비나에 잡혀"라는 미선의 메시지였다.

영필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선다.

영필: 뭔 소리지? 데비나?

학생1: 영필아 너도 알고 있구나, 그래 데비나!

영필: 데비나가 뭔데?

학생1: 종말론 주장하는 교파잖아.

영필: 종말론?

학생1: 데블(devil) 네이쳐(nature) 줄여서 데비나(devina).

영필: 토론회는 뭔데?

학생1: 우이간 교파랑 한판 붙는 토론 집회!

영필: 우이간은 또 뭔데?

학생1: 유(You) 아이(I) 갓(God) 줄여서 우이간(uigan).

영필: 토론회가 언제야?

학생1: 내일, 마을 회관에서 한대.

영필: 거기 가면 데비나를 볼 수 있어?

학생1: 물론이지.

영필은 휴대폰을 만지며 안절부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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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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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마을 회관의 대강당에서 토론회가 열린다.

질서파: 안녕하십니까? 사회 진행을 맡은 질서파 간부입니다.

열띤 토론을 통해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 봅시다.

정글파: 종말이 임박했습니다, 다같이 준비합시다.

도덕파: 종말론은 모두 가짜입니다, 우리 모두 속지 맙시다.

정글파: (발끈하며) 누가 가짜입니까? 당신들 우이간이야말로

가짜 집단이죠.

도덕파: 우리가 뭘요?

정글: 지구를 우이간이 창조했다는 거 새빨간 거짓말이잖아요.

도덕: 지구는 틀림없이 6천년 전에 신이 창조했소.

정글: 증거 있습니까?

도덕: 믿음은 증거를 요구하지 않아요.

정글: 우리 데비나에겐 증거가 있습니다.

도덕: 뭘 말이오?

정글: 지구를 데비나가 창조했다는 데 대한 증거가 있다구요!

도덕: 무슨 증거?

정글: 지구의 피조물들을 보시오!

도덕: 그게 어때서?

정글: 정글을 보면 먹고 먹히는 우승열패의 법칙이 지배하죠.

도덕: 그게 무슨 증거입니까?

정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 창조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죠.

질서파: 수만년 전부터 인간의 종교활동이 있었지 않나요?

도덕: 6천년 이전 유물은 모두 가짜요!

정글: 6천년 전부터 새롭게 인간 영혼이 주입된 거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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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파: 서론은 그 정도 하고 종말에 대해 토론합시다.

정글: 2160년이 종말이오, 앞으로 10년밖에 안 남았어요.

도덕: 근거 있소?

정글: 별자리를 보면 압니다.

도덕: 무슨 별자리?

정글: 황도 12궁이요.

도덕: 그게 뭐요?

정글: 태양이 춘분에 떠오를 때 겹치는 별자리지요.

도덕: 그래서요?

정글: 2160년마다 황도 12궁의 별자리가 바뀌죠.

도덕: 어떻게요?

정글: 황소자리, 양자리에 이어 물고기자리도 곧 끝납니다.

도덕: 그게 뭐 어떻다고요?

정글: 우리는 예로부터 숫자 3을 중요시했죠.

도덕: 3이라면?

정글: 황소,양,물고기 3개의 별자리 시대가 끝나면 종말이지요.

도덕: 물고기자리 다음은 무슨 별자리요?

정글: 물병자리입니다.

도덕: 물병자리라, 으음, 아 생각났다!

정글: 뭐가요?

도덕: 우리 경전에 보면, 신이 제자를 심부름 보내면서 마을에

들어선 후 물병을 둘러메고 가는 사람의 집을 따라가라 했죠.

정글: 쌩뚱맞게 뭔 소리요?

도덕: 바로 물병자리를 얘기하신 거 아니요?

정글: 억지인데요?

도덕: 우리 경전은 틀림없이 물병자리 시대가 온다고 예언한 거요.

정글: 아니죠, 10년 후 틀림없이 종말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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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파: 그런데 만약 종말이라고 가정하면 우린 뭘 해야합니까?

정글: 정글 점수를 쌓아야죠.

도덕: 무슨 점수 타령이요?

정글: 점수를 많이 쌓아야만 내세에 상금을 많이 받을 수 있소.

도덕: 정글 점수라는 얘기는 듣도보도 못했는데요?

정글: 이미 많은 인간들이 정글 점수를 쌓아 상금을 예약했죠.

질서파: 어떻게 하면 정글 점수를 쌓을 수 있습니까?

정글: 지배력을 행사하면 되죠.

질서: 뭐에 대해서요?

정글: 여자친구를 지배하고, 가정을 지배하고, 마을을 지배하고

회사를 지배하고, 국가를 지배하는 힘을 길러야 해요.

도덕: 헛소리요, 인륜과 도덕에 어긋납니다.

정글: 도덕은 아랫것들을 말잘듣는 강아지로 부려먹기 위해

윗사람들이 세뇌시키는 도구일 뿐이죠.

도덕: 도덕을 폄훼하다니 용서할 수 없소!

정글: 도덕 타령은 기득권자들의 가식과 위선일 뿐이요.

도덕: 도덕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요!

정글: 도덕 따위 없어도 인간은 잘 살 수 있소.

도덕: 도덕이 없으면 인간 사회와 문명이 붕괴될 것이오.

정글: 법치를 통해 질서파가 사회와 문명을 유지하니 걱정하지 마시오.

청중들이 웅성웅성 술렁인다. 청중 속 영필이 질문한다.

영필: 우리 정치인들은 우이간 아닙니까?

정글: 상당수 정치인들이 이미 데비나로 전향했소.

도덕: 정글파가 데비나를 침투시켜서 음험하게 암약한 결과겠죠.

정글: 청중 여러분 속지 마시오. 이 세상은 정글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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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파: 그런데 종말 이후에는 어떻게 됩니까?

정글: 각자의 길로 나눠지죠.

질서: 어떤 길 말씀인가요?

정글: 정글 점수가 많으면 데비나 행성으로 이민가고, 도덕 점수가

많으면 우이간 행성으로 이민가는 겁니다.

도덕: 격리죠. 지구에서는 두 세력이 섞여 살지만 내세에는 따로따로

나뉘어 살아갑니다.

영필: 지구에서는 왜 두 세력을 섞어 놓은 것입니까?

정글: 좋은 질문입니다.

영필: 두 세력이 싸우고 죽이고 지구가 난장판 아닙니까?

도덕: 신의 뜻대로 되는 거죠.

영필: 신이 지구인을 학대하는 건가요?

도덕: 아니죠, 신을 모독해서는 안됩니다.

정글: 대리전이에요.

영필: 대리전요?

정글: 데비나와 우이간이 직접 싸우지 않고 지구인을 대신 내세워

싸우는 거죠.

영필: 왜 직접 싸우지 않나요?

도덕: 처음에는 직접 싸웠는데 하늘에서 엄청난 참상이 벌어졌죠.

정글: 그래서 하늘의 휴전계약이 성립하고 지구에서 대리전을 벌이는

거에요.

영필: 대리전의 목적은 뭡니까? 심심해서 싸우는 건 아닐테고.

정글: 하늘의 영토를 걸고 싸웁니다.

도덕: 승부에서 우이간의 점유율이 높으면 하늘의 우이간 영토가

넓어지고, 데비나의 점유율이 높으면 하늘의 데비나 영토가 넓어져요.

영필: 하늘의 영토가 시시각각으로 바뀌나요?

정글: 천년 주기로 대심판을 실시해서 천년 동안 누적된 점수에 따라

하늘의 영토가 획정됩니다.

영필: 지금은 하늘의 영토 상황이 어떻습니까?

도덕: 그건 비밀입니다. 강한 자 편에 붙으면 안되니까요.

정글: 지구의 실상을 내다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죠.

영필: 우이간도 10년 후 종말론에 동의하는 겁니까?

도덕: 아니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천년 마다 대심판이 있다는 것일 뿐

종말은 아닙니다.

영필: 대심판으로 지구인이 이민가고 하늘의 영토가 획정된 후에도

지구는 여전히 자기 길을 간다는 것인가요?

도덕: 정확하게 이해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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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파: 인간의 본성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도덕: 우물가의 어린아이에 관해 맹자가 얘기했듯 사람은 누구나

측은지심을 갖고 태어나는 착한 존재입니다.

질서: 성선설인가요?

도덕: 그렇습니다.

정글: 아니죠, 인간의 본성은 육체적 욕망에 지배당합니다.

도덕: 인간은 일반 동물이 아니에요.

정글: 흥, 자연적 본능이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본성이고,

이성이나 지성은 사회에 적응하면서 나중에 길러지는 거죠.

질서: 성악설인가요?

정글: 그렇습니다. 본능에 충실합시다.

도덕: 저러니 사회와 문명이 붕괴되는 겁니다.

정글: 그건 질서파가 알아서 막을 거니 청중 여러분 걱정 마세요.

영필: 그럼 인간은 어떡해야 하죠?

정글: 본성대로 본능에 따르세요. 남을 지배하고 싶죠? 

지배하세요.

질서: 오늘 토론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청중들 박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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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민

영필은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다시 확인하지만 미선의 연락은 없다.

TV에서는 우이간팀과 데비나팀의 축구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채널을 돌리니 우이간팀과 데비나팀의 포커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이것도 대리전인가?'

TV를 끄고 영필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귀가 길에 경찰에 들러서 사건을 접수했지만 아직 경찰로부터의

연락도 없다.

'경찰에 맡겨둬도 괜찮을까?

내가 나서서 뭔가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때 미선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여기 학교 옆 폐공장"

영필은 활기를 찾으며 경찰서로 달려간다.

경찰 2명이 영필과 함께 폐공장으로 출동한다.

조심스럽게 공장 문을 여니 끼익하는 쇳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공장 안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고 경찰 2명이

쓰러진다.

영필: 누구냐?

정글파: (2층 난간에서 몸을 드러내며) 너야말로 누구냐?

영필: 나는 미선이 남자친구다.

정글: 미선? 아 그 여자애~.

영필: 미선이는 무사한가?

정글: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라.

영필은 2층으로 올라간다. 총잡이의 견제를 받으며 3층으로 올라간다.

미선: 영필아!

영필: (달려가며) 미선아! 괜찮아?

미선은 의자에 앉은 채 밧줄로 묶여있다.

영필: 총잡이 당신이 나를 유인한 건가?

정글: 그렇다, 문자메시지는 내가 보냈지.

영필: 나를 유인한 목적이 뭐야?

정글: 차차 알려주마.

영필은 미선에게 다가가 밧줄을 풀어주려 하지만 총잡이가 막는다.

정글: 어딜 감히.

영필: 빨리 풀어줘!

정글: 시킬 게 있다.

영필: 나한테?

정글: 응.

영필: 왜 나야?

정글: 중학교 때 IQ 검사했지?

영필: 응.

정글: 점수는?

영필: 150

정글: 그때부터 너를 지켜봐왔다.

영필: 사실 그 점수 아니야.

정글: 왜?

영필: 대기 시간에 몰래 3~4문제 더 풀었거든.

정글: 부정행위?

영필: 점수가 너무 낮을까봐 그런건데 오히려 너무 높아졌지.

정글: 어쨌든 쭉 지켜본 결과 너의 논리력은 훌륭했다.

영필: 그래서?

정글: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네가 응시해 줘.

영필: 무슨 시험?

정글: 간단한 논리 시험이야.

영필: 시험 목적이 뭔데?

정글: 잘 알잖아, 대리전이지.

영필: 시험에서 이겨야 하나?

정글: 당연하지.

영필: 이기면 미선이를 풀어줄 거야?

정글: 물론이야, 그리고 큰 점수를 따게 된다구.

영필은 데비나에 협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정글: 고민할 것 없어, 인생은 도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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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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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교실에 우이간, 데비나 학생 2명씩 그리고 질서파가 앉아 있다.

질서파: 시험을 실시하겠소, 알다시피 논리 시험이오.

우이간1: 주제가 뭔가요?

질서: 광개토대왕릉 비문의 해석이오.

우이간2: 어? 잘 알려진 내용이잖아요.

질서: 훌륭한 논리력을 발휘해 보시오.

데비나2: 어서 문제를 보여줘요.

질서파가 칠판에 비문의 한자 내용을 적는다.

而倭以辛卯年來渡□破百殘□□□羅以爲臣民

질서: 첫 칸은 每인지 海인지 헷갈리고, 둘째 칸은 東인지 更인지

헷갈리며, 셋째 칸은 모르고, 넷째 칸은 斤으로 보아 新 같소.

데2: 일본측 주장에 의하면 왜(일본)가 신묘년 이래 바다를

건너와서 백잔(백제)과 신라를 격파하고 신민(속국)으로 삼았다는

내용이죠.

우1: 그런 해석은 일본에 유리한 해석입니다.

우2: 일본은 그 당시 고대국가로 발전하지도 못했고 한반도를

정벌할 힘이 없었어요.

우1: 광개토대왕릉비는 고구려의 업적을 서술한 비문인데

저런 해석은 일본의 업적을 서술한 비문이 되니 어불성설이죠.

데2: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하자는 거요?

우1: 고구려의 업적이니 고구려가 격파의 주체라고 봐야죠.

우2: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를 격파하고 속국으로 삼았어요.

데2: 그건 비문의 자연스런 해석이 아니잖소. 왜는 어디 갔나요?

영필: 비문의 앞뒤 내용도 가르쳐 주세요.

질서파가 신묘년 내용의 앞뒤 문장을 칠판에 적는다.

앞문장은 百殘新羅 舊是屬民 由來朝貢

뒷문장은 "영락(永樂) 6년(396년) 병신에 왕께서 친히 군사를 이끌고 

백잔국을 토벌하셨다." 수십 개의 백제 성을 토벌한 공적이 나열됐다

영필: 뒷문장을 보니 고구려가 백제를 잔인하게 토벌했군요.

우1: 그래서요?

영필: 그렇다면 신묘년 문장에 백제 토벌의 명분이 나와야죠.

우2: 그게 어떻다고요?

영필: 토벌의 명분으로서 백제의 만행이 나와야 하니 백제가

행위 주체라고 봐야죠.

데2: 백잔을 목적어가 아니라 주어로 보자는 거요?

영필: 그렇죠. 百殘東侵新羅 以爲臣民 으로서 백제가 동쪽으로

신라를 침략하여 속국으로 삼았다고 해석됩니다.

데2: 앞문장에서 百殘新羅 舊是屬民 由來朝貢 이니 백제와 신라가

고구려의 속민으로서 조공을 바치던 관계였는데 이걸 백제가 깼군요.

영필: 신라는 고구려의 속국인데 백제가 가로채서 빼앗았으니

고구려가 분노할 만 합니다.

우2: 그렇다면 왜가 깨트린 것은 뭐죠? 

영필: 而 倭 以辛卯年來 渡海 破 왜가 신묘년(391년) 이래 바다를

건너와 조공을 깨트린 것 아닐까요?

우1: 조공을 깨트렸다?

영필: 앞문장이 조공으로 끝나고 而(그런데)로 내용을 전환하면서

그 조공을 왜가 깨트렸다고 전제한 후 백제의 만행을 적은 겁니다.

우2: 왜가 조공을 깨트릴 만큼 대단했나요?

영필: 왜가 단독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고 백제와 연합군이었죠.

우1: 과연 연합군으로 볼 수 있을까요?

영필: 비문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니 고구려가 백제더러 왜와 연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네요.

우2: 백제 왜 연합군의 또다른 사례가 있습니까?

영필: 전남의 전방후원분 무덤이 있죠.

우1: 전방후원분요?

영필: 앞은 네모 뒤는 동그란 일본식 무덤입니다.

우2: 일본식 무덤이 전남에 있다고요?

영필: 네, 그 무덤의 주인은 일본인이죠.

우1: 일본인 무덤이 왜 한반도의 전남에 있나요?

영필: 전남에서 백제 왜 연합군이 마한과 싸웠기 때문이죠.

우2: 마한요?

영필: 고대에 전남은 마한이 지배했고, 백제는 그 위쪽의

경기도와 충청도를 지배했을 뿐입니다.

우1: 백제가 전남을 지배하지 못했다?

영필: 백제는 마한을 정복하기 위해 쭉 노력했는데, 475년 고구려의 

공격으로 경기도를 잃고 남쪽으로 쫓겨 오면서 마한 정복 필요성이 

절실해졌죠.

우2: 그래서 백제가 왜와 연합했다?

영필: 백제는 왜국에 선진문물을 전수해 주고, 대신 왜국은 백제에

군사력을 제공한 거죠.

데2: 연합군 중 죽은 일본인 장수의 무덤을 전남에 조성했다?

영필: 그렇습니다. 전방후원분은 왜국이 전남을 지배했다는 증거가

아니고 백제와 연합해서 싸웠다는 증거일 뿐이죠.

우1: 일본은 백제가 왕자를 왜국에 인질로 제공했다면서 그러니

백제는 왜국의 속국이었다고 주장하죠.

데2: 논리의 비약 아닐까요?

우2: 고려가 몽골에 왕자를 인질로 제공한 것이 속국의 증거이니

백제가 왜국에 왕자를 인질로 제공한 것도 속국의 증거라고 하죠.

영필: 백제는 일방적으로 왜국에 인질을 제공한 것이 아닙니다.

우1: 일방적 의무가 아니다?

영필: 그렇죠, 왜국은 인질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군사력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했습니다.

우2: 쌍방이 의무를 부담했다?

영필: 쌍무계약이라고 할 수 있겠죠.

데2: 백제 왕자를 따라서 많은 선진 기술자 집단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왜국은 군사의 피와 목숨을 대가로서 제공했군요.

영필: 따라서 백제는 왜국의 일방적 속국이 아닙니다.

질서파: 오늘 시험은 데비나팀의 승리라고 판단됩니다.

모두들 수고했어요. 내일 시험 때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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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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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우이간, 데비나 학생 2명씩 빈 교실에 모여 시험을 치른다.

질서파: 오늘은 간단한 산수 문제입니다.

우이간1: 산수요?

우이간2: 초등학생도 아닌데 웬 산수인가요?

질서파: 간단한 산수이긴 한데 논리적으로 복잡합니다.

데비나2: 어서 문제를 제시해 주세요.

질서: 예, 김씨가 박씨에게 100억원을 빌려주는데 선이자(先利子)로

40%를 떼고 60억원만 건네준 후 1년후 100억원을 갚도록 했죠.

우1: 완전 고리대네요.

우2: 양심 없는 사채업자군요.

질서: 그런데 이자제한법에 따르면 1년에 25%가 넘는 이자를 받는

것은 금지됩니다.

데2: 그렇다면 1년 후 얼마를 갚아야 하는가?

질서: 네, 여러분이 계산해 보세요.

데2: 실제로 받은 돈을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요?

우1: 60억원요?

데2: 네, 지나친 선이자 약정은 무효라고 취급합시다.

우2: 그래서요?

데2: 60억원의 25%인 15억원만 적정 이자이고, 60+15=75억원만

갚으면 된다고 봅니다.

우1: 엄연히 선이자 약정을 했는데 함부로 무시하면 되나요?

우2: 사적 자치(私的自治) 원칙상 합의는 존중해야 합니다.

데2: 그렇다면 어떻게 하죠?

우1: 원본을 100억원이라고 합의했으니 그 약정내용을 존중해야죠.

영필: 100억원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한다?

우2: 그렇죠, 100억원의 25%인 25억원이 적정 이자이고

60+25=85억원을 갚아야 합니다.

영필: 그렇게 하면 이자계산의 원본과 갚아야할 원본이 달라집니다.

데2: 이자계산의 원본은 100억원이고, 갚아야할 원본은 85억원이니

원본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달라져 버리는 군요.

우1: 초과이자를 돌려받으면 돼죠.

데2: 초과이자요?

우1: 25억원이 적정이자인데 40억원을 선이자로 뗐으니 15억원의

이자를 초과로 지급했으므로 15억원을 돌려받습니다.

우2: 원본 100억원에서 15억원을 뺀 85억원만 갚으면 되겠네요.

우1: 이렇게 하면 이자계산의 원본과 갚아야 할 원본 모두 100억원으로서

일치시킬 수 있어요.

영필: 책을 찾아보니 초과이자라도 이미 지급해 버린 액수는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네요.

데2: 15억원의 초과이자를 이미 선이자로서 지급해 버렸으니

이제와서 돌려받을 수가 없군요.

우1: 그럼 어쩌자는 거죠?

영필이 중얼거린다 : 원본이 얼마인지 모른다, 얼마인지 모른다.

영필: 아, 모른다? 미지수? 미지수면 방정식?

데2: 아아, 적정원본을 미지수 A로 놓고 방정식을 만들면 되네요.

영필: A-(25/100)A=60. 이 방정식을 풀면 됩니다.

(3/4)A=60 이니 A=60x(4/3)=80억원이네요.

우2: 원본을 100억원으로 약정했는데 이걸 무시해도 되나요?

영필: 이자제한법에 따라 갚아야 할 적정 원본을 계산해서

합의와 다른 적정 원본액수를 제시하는 것이니 법의 취지에 맞습니다.

질서파: 그렇다면 갚아야 할 액수는 80억원이군요.

오늘 시험도 데비나팀의 승리라고 판단됩니다.

영필,데비나2: 와~ 우리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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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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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을 나온 영필은 폐공장으로 달려갔다.

공장 문 앞에 풀려나온 미선이 서 있었다.

영필: 미선아!

미선: 영필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둘은 감격의 재회에 기뻐하면서 포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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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시간이 흘러 2160년 12월31일 자정 무렵 영필과 미선은

고아원 휴게실에 두 손을 잡고 앉아있다.

영필: 미선아, 10년 동안 고생 많았다.

미선: 영필아, 너도 고생 많았어.

영필: 과연 효과가 있을까?

미선: 데비나 점수를 우이간 점수로 압도해야 하는데.

영필: 우이간 점수를 높이기 위해 고아원에서 몸으로 노력봉사했지.

미선: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하는데 돈은 없고 몸으로 때웠잖아.

영필: 빨래도 하고 아이들 개인교습도 해주고 추억이 방울방울이다.

미선: 10년 동안 노력했으면 하늘도 알아주지 않을까?

영필: 두고봐야지.

미선: 꼭 오늘이 아닐 수도 있어.

영필: 그래 황도 12궁 12 별자리가 하늘에서 정확히 12등분되는 건

아니니까.

미선: 2100~2200년 언저리로 별자리 경계가 들쑥날쑥이지.

영필: 그래도 웬지 오늘 뭔가 일어날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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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하늘에 비행선들이 나타나 영혼 흡수 광선을 내리쬐었다.

지구의 많은 영혼들이 광선에 이끌려 비행선으로 빨려들어갔다.

영필과 미선의 영혼은 서로 다른 광선에 이끌려 멀어져간다.

영필: 미선아!

미선: 영필아! 안돼, 이대로 헤어질 순 없어!

슬픈 비명을 남기며 영필과 미선은 데비나 비행선과 우이간 비행선

서로 다른 곳으로 헤어져 이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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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나 우주선에 도착한 영필은 지도자의 바지자락을 잡고 애원한다.

영필: 안돼요, 미선이와 헤어질 수 없어요!

지도자: 이러지 말게, 진정해.

영필: 이대로 영원히 미선이와 다시 만날 수 없나요?

지도자: 아니라니까.

영필: 헤어지는 건 정말 싫어요.

지도자: 데비나 행성에서 3만년 동안 지낸 후 다시 만날 수 있어.

영필: 네, 3만년씩이나? 영원한 이별과 뭐가 다르죠?

지도자: 지금 느끼기에는 까마득하지만 금방 지나갈 시간이야.

영필: 어떻게 하면 되죠? 어떻게 해야 다시 만날 수 있나요?

지도자: 탁구 은하계에서 만날 수도 있고 음악 은하계에서 만날

수도 있지.

영필: 우리가 탁구와 음악을 좋아하는 건 어찌 아셨어요?

지도자: 우린 너희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영필: 정말 다시 만날 수 있나요?

지도자: 1만년에 한번씩 편지 왕래가 가능하니 편지로 약속을

정하면 돼.

영필: 1만년씩이나 기다려야 하나요?

지도자: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라구.

영필: 알겠어요, 미선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거에요.

비행선 아래 지상을 내려다보니 영필의 육체는 그대로 미선과

함께 고아원 휴게실에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영필: 저거 제 육체 아닌가요?

지도자: 맞다. 너의 육체다.

영필: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건가요?

지도자: 응, 영혼은 데비나 행성으로 이민가고, 육체는 그대로

지구에 남아 생활을 계속하지.

영필: 영혼이 없이도 육체만 남아서 잘 살 수 있나요?

지도자: 영혼이 없어도 고등동물로서 높은 지능과 뛰어난 감수성을

지닌 인간의 육체가 문제없이 작동하지.

영필: 영혼은 미선이와 헤어졌지만 육체는 지구에서 계속 미선이와

함께 하는군요.

지도자: 너무 슬퍼하지 말게. 우리가 저들을 잘 돌봐주겠어.

영필: 지구는 어떻게 되나요?

지도자: 지금처럼 평온한 일상이 계속될 거야.

영필: 영혼은요?

지도자: 100년 후 새로운 영혼이 다시 인간의 몸에 주입될 테고.

영필: (미선의 우주선을 향해) 미선아! 잘 지내야 돼!

다시 만날 그날이 온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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