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모토 읍의 해안도로를 걷던 윤 군의 머리 위로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파도 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한순간에 진공상태처럼 사라졌다. 

주머니 속 스마트폰은 기이한 숫자를 내뱉다 이내 화면이 지직거리며 꺼져버렸다. 

GPS 신호가 끊긴 마지막 좌표, 그곳은 지상 낙원이라 불리는 와카야마의 끝자락이었다.


구름 사이로 거대한 금속성 물체가 소리 없이 하강했다. 

인류의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하학적 형태의 '부유하는 요새'였다.


사실 이 마을 주민들은 수천 년 전 지구에 정착한 외계 종족의 후손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의 외형을 유지하며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었고, 와카야마의 이 외딴 해안은 그들의 '영생'을 위한 생체 에너지를 공급받는 정거장이었다. 

그들에게 젊고 건강한 인간의 신체는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가 아니라, 고갈된 수명을 연장해 줄 '생체 배터리'였다.


"수확의 시간이군."


인자해 보이던 민박집 노인은 눈꺼풀 아래 숨겨진 세로형 눈동자를 번뜩이며 윤 군을 바라보았다. 

윤 군이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그의 몸은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중력을 거스르는 푸른 빛의 광선이 그를 집어삼켰고, 그가 서 있던 자리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다음 날,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되었다. 

수백 명의 인력이 윤 군의 마지막 발자취를 샅샅이 뒤졌고, 고성능 장비들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곳엔 탄 자국도, 짓눌린 풀잎 하나도 없었다. 

마치 애초에 그 자리에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공기는 투명했고 대지는 결벽증에 걸린 듯 깨끗했다.


지구상의 그 어떤 레이더도, 그 어떤 과학적 증거도 '차원 너머'로 수거된 그를 추적할 수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평소처럼 웃으며 수색대원들에게 시원한 물을 건넸다. 

그들의 미소 뒤에 숨겨진, 수만 년을 이어온 영생의 비밀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타살충들을 위한 거울치료소설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