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저녁 19시 03분, 오노우라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렸습니다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며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익숙한 연결음만 허공을 맴돌 뿐, 누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19시 09분, 눈앞에 쿠시모토 대교의 거대한 실루엣이 나타났습니다
끝도 없이 뻗은 다리를 마주한 순간, 가슴 속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올라왔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가면, 어쩌면 다시는 이쪽으로 되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것은 단순한 예감이 아니라, 생의 어떤 중대한 결정을 앞둔 비장한 각오에 가까웠습니다
선뜻 다리 위로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입구 주변을 서성였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혹시나 올지 모를 누나의 답신을 기다리는 데 4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은 저에게 마지막으로 세상을 돌아보는 침묵의 준비 기간이었습니다
19시 49분, 드디어 누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지인과 있어 금방 끊어야 한다는 짧은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다리 위로 무거운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7분 뒤, 누나가 보낸 "전화해도 돼?"라는 카톡에 곧장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19시 57분, 27분간의 긴 통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누나, 나 지금 숙소 가는 길인데 진짜 깜깜해 인도도 없어서 좀 위험하네"
한참을 걷다 보니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자판기 하나가 보였습니다
적막한 길 위에서 마주친 자판기를 누나에게 언급하며 마지막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통화 후반부로 갈수록 주변이 조금씩 밝아지는 느낌이 들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누나 이제 주변이 좀 밝아져서 괜찮아진 것 같아. 한 1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네"
하지만 길은 생각보다 멀었습니다 시속 3.94km의 느릿한 걸음으로 6.83km를 묵묵히 걸었습니다
밤 21시 4분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는 제 대답에 누나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21시 26분 드디어 다리를 다 지나 최종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습니다
"후우, 지금까지 고생했다~"
안도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도착?" "엽."
누나의 다정한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야경 보러 갔는데 야경을 못 보겠네. 잘 묵고 낼부턴 조심스."
21시 33분, "얍 고생혀~"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저는 숲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순간, 하늘이 마지막으로 허락한 트인 공간에서 제 폰은 저의 위치를 세상에 남겼고
숲이 깊어지며 누나가 보낸 마지막 "OK 즐여행~"이라는 인사는 끝내 제게 닿지 못했습니다
저는 캄캄한 숲을 헤치며 바다까지 5분 남짓을 더 걸었습니다
104분의 긴 사투 끝에 제가 마주한 것은 따뜻한 숙소의 불빛이 아니라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깎아지른 절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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