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지만 존나 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예를 들어, 밤 11시에 자서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기본적인 루틴 하나를 매일 지킨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오히려 그 단순함이 더 사람을 자괴감에 빠뜨린다. 왜냐면 그 단순한 걸 못 해냈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내가 얼마나 무기력한 인간인지 다시 확인하게 되니까. 여기에 더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가볍게 스트레칭 하기, 식사 전후로 물 한잔씩 마시기, 하루에 총 여덟 잔의 물을 꾸준히 챙겨 마시기, 밤 9시쯤엔 몸을 진정시키는 차원에서 물 한 잔 더 마시기, 저녁쯤엔 족욕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가볍게 산책도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정리하는 그런 작은 루틴들.
이 모든 건 언뜻 보면 사소하다. 특별한 훈련도, 돈도, 복잡한 장비도 필요 없다. 그냥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단 한 가지도, 제대로, 꾸준히 해본 적이 없다.
진짜로.
사실은 나도 안다. 그게 내 인생을 조금씩 바꿔줄 수 있는 루틴이라는 걸. 매일매일 하나씩 쌓다 보면, 지금보단 분명 나아질 거라는 것도. 그런데 그걸 알아도 못 하겠다. 의지도 없고, 시도하려 해도 자꾸 미뤄지고, 해도 며칠 못 간다. 금방 무너진다. 그러니까 이게 진짜 제일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계속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난 그 아무나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냐고?
새벽 다섯 시에 잔다. 겨우 두 시간 뒤에 눈은 뜨지만, 그게 일어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냥 몸이 반쯤 잠긴 상태에서, 억지로 이 현실에 끌려나오는 느낌. 몸이 무겁다 못해 돌덩이 같다. 물? 안 마신다. 스트레칭은 아주 가끔, 그것도 겨우 한다. 아침은 당연히 안 먹고, 점심은 대충 때운다. 씹는 것도 귀찮고, 그걸 준비하고 사는 행위 자체가 피로하다. 식전, 식후 물은커녕, 하루 종일 입에 물 한 모금 안 대고 지나가는 날도 많다. 산책? 말도 안 되는 소리. 밖에 나가는 게 벌써 고문이고, 신발을 신는 것조차 짜증 난다. 족욕은 평생에 손에 꼽을 정도로 해봤고, 그마저도 무슨 힐링이나 루틴이 아니라, 잠깐 기분 전환이었을 뿐. 감사한 마음? 말 같지도 않다. 지금도 좆같은 마음뿐이다. 감정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분노와 짜증만 점점 축적된다.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진심으로 생각해본다. 매일 매일이 무기력하고, 지겹고, 피곤하고, 무의미하다. 내가 뭘 위해 사는지 모르겠다. 매일 피곤하고, 하루종일 누워만 있고, 기운도 없고,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모든 게 귀찮고, 사소한 일 하나도 고통스럽다. 움직이는 거 자체가 고문처럼 느껴진다. 그냥 이대로 영원히 누워 있고 싶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냥 이대로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다. 영원히 쉼. 죽음이라 부를 수도 있고, 멈춤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실실 쪼개는 사람들 보면 병신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저 웃음이 진심일 리 없다고 느낀다. 나한텐 그게 거짓처럼 보인다. 저 사람도 결국 돌아서면 나랑 다를 게 없을 텐데, 왜 웃고 있지? 왜 이렇게 가볍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더 짜증 난다. 억지로 힘내는 사람들조차 위선처럼 보인다. 결국 세상은 이런 날 이해하지 못할 테고, 나는 그런 세상과 접점을 잃어간다. 점점 고립되고, 고립되면서 더 무기력해지고, 무기력해질수록 나는 더 깊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낮잠은 중독처럼 반복된다.
자꾸 피곤하니까 눕는다. 눕다 보면 잔다. 자고 나면 또 죄책감이 밀려오지만, 동시에 그게 유일한 도피처가 되니까 또 반복한다. 깨어 있으면 숨 막히고, 자는 동안만이라도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
하루하루가 지겨움의 연속이다.
특별히 나쁜 일이 없어도 나쁘다. 특별히 좋은 일이 있어도 기쁘지가 않다. 감정의 범위가 줄어들고, 삶의 색은 점점 회색으로 변한다. 말 그대로 무채색의 일상. 죽은 건 아니지만, 살아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는 상태.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이다.
그리고 여기서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칠 곳도 없다. 내가 나로부터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머릿속은 끊임없이 나를 공격한다. 너는 왜 이것도 못하냐, 왜 이렇게 무기력하냐, 왜 살아있냐. 스스로를 향한 증오가 쌓인다. 세상을 향한 분노가 겹쳐진다. 그게 다시 나를 짓누른다. 이 악순환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무도 묻지 않는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은 “그래도 힘내야지”, “너보다 힘든 사람도 많아”, “마음가짐을 바꿔봐” 같은 개소리를 한다. 그 말들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얼마나 해롭고, 얼마나 공허한지, 그들은 모른다.
난 이미 수백 번 내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했고, 나보다 힘든 사람을 떠올리며 자책해봤고, 긍정적인 생각을 억지로 해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왜 위로받지 못해야 하는 일인가?
나는 지금 이 상태가 어떤 면에서는 가장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겉으론 멀쩡하게 살아가는 척하는 사람들이 차라리 위선적이다. 나는 최소한 이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고, 그게 어렵다고 고백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최소한 솔직하고 싶다.
진짜 힘들다.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진짜 그냥 이대로 멈추고 싶다.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내가 바보 같다는 것도, 내가 실패자 같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걸 안다고 해서 더 잘 살아지는 게 아니란 것도 안다.
지금의 나는, 어떤 방향도 없고, 목표도 없고, 의미도 없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그냥 표류하고 있다. 연료도 없고, 돛도 찢겼고, 나침반도 고장 났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시작이라는 말조차 이제는 무색하다.
"이제는 욕할 힘도 없다"
"그냥 다 뒤져라"
"그것만이 진리다"
"씨. 발. 년. 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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