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은 ㅅㅍㅈㅇ
노개연성ㅈㅇ
후순이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 어제와 다른 점이라면 이젠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않는다는 거였지. 화가 나서 미칠 거 같았어. 지가 뭔데? 먼저 사귀자고 한 것도 저였고, 임신한 사실 알았을 때 불안해하는 후순이를 안고 고맙다고 한 것도 저였는데, 이제 와서 여자에 눈이 돌아갔다고 끝내자고? 지가 뭔데! 후순이 핸드폰을 던질려다 말았어. 아, 할부금이랑 약정. 근데 생각해보니 이 핸드폰도 곽이사가 기왕이면 같은 기종으로 맞춰서 커플폰으로 하자고 했던 거였어. 그 사실이 기억나자 후순이는 가차없이 핸드폰을 던졌어. 몰라 요금을 내가 내나, 곽건화 그 새끼가 내지! 후순이는 씩씩거리면서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었어. 아직 거기엔 맥주들이 가득했지. 후순이는 그 중 제일 가까운 걸 꺼내서 땄어. 치이익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입으로 바로 넘겼지. 하. 후순이는 이대로 또 엉엉 울기싫었어. 울면 뭐하냐고. 두 연놈들은 잘만 붙어먹고있는데. 후순이는 어떻게 해야 그 둘을 엿먹일까 고민했지. 그런데 이런 방면으로 한 번도 경험없는 후순이는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이 나질않았어. 후순이는 어쩌지하다가 갑자기 장소가 생각났어. 아, 안돼. 장소한테 얘기하면 장소가 속상해할 거란 말이야. 후순이는 고개를 저었어. 다른 친구들을 생각해봤지만, 장소만큼 적절한 애는 없었어. 아…어쩌지. 후순이는 자기 체면을 생각하자면 장소한테 얘기하기 껄끄러운데 그렇다고 그 둘이 하하호호하고 있는 걸 생각하자면 당장에라도 그 여자네 집으로 쳐들어가 머리끄댕이를 잡고 시장바닥에 이 둘이 바람폈다고, 불륜남녀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주고 싶었어. 후순이는 전자냐 후자냐에서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내 얘기가 아닌 것처럼 물어보면 되잖아! 역시 난 똑똑해. 후순이는 던진 핸드폰을 주웠어. 좀 세게 던졌나봐. 액정에 금이 갔어. 몰라 곽건화 카드로 다른 폰 하나 더 사지. 후순이는 장소에게 전화를 걸었어. 여러번 신호음이 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지.
[여보세요?]
-장소야! 나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뭔데?]
한편, 장소는 린신이 가져다준 자료들을 읽고있는 중이였어. 그러던 찰나에 후순이한테서 전화가 왔지.
-저기…이건 내 얘기는 아닌데…
[응.]
자기 얘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시점에서부터 자기 얘기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 건데. 장소는 그냥 끝까지 듣기로 했어.
-이거 진짜, 진짜 내 얘기는 아니고 옆 집 아주머니 얘긴데, 남편이 바람피고 그 바람상대가 자기한테 찾아와서 촌스럽다 욕하고 남편이 이혼서류 보내주고 문자로 그만하자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엿먹일 수 있어?
전화 너머에선 계속 침묵만 들려오자 후순이의 심장은 쿵쾅거렸어. 혹시 장소가 이거 내 얘긴 거 아는 거 아니겠지…? 후순이는 조마조마해졌어.
[일단 증거를 모아야지.]
-어?
[그 둘이 바람폈단 증거를 모아야지. 증거도 없이 둘이 바람핀다고 얘기하면 누가 믿어줘. 그냥 미친 년 취급할거야. 일단 차근차근 증거부터 모아.]
-응, 응. 그리고?
[그걸 가지고 얼굴에 물을 뿌리던 뭘 뿌리던 해야지.]
장소는 최대한 후순이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해결책을 알려줬어. 일단은 이정도로만 해두는 게 좋아. 더 큰 건 제일 행복할 때 터뜨려야 발 밑이 무너지는 기분이 배가 되는 법이거든. 장소는 후순이한테 적절한 조언을 주고는 전화를 끊었어. 후순이는 마지막으로 자기 얘기가 아니라는 걸 강조했지. 그래봤자 이미 조사 들어간 장소한테는 그게 후순이 일이라는 걸 알고있는데 말이지.
-견평.
-네, 아가씨.
-앞으로 우리가 모은 자료들, 후순이 집으로 보내요. 한꺼번에 보내지말고 하나하나씩.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후순이는 더욱 독해져야할 거야. 장소가 모은 자료들이 많았거든. 그 자료엔 후순이가 알면 기함할 것들이 많았지. 장소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엄지로 꾸욱 눌렀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건 절대로 보내지 않을 생각이야. 이걸 봤다간 후순이가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게 뻔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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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이는 장소와 통화한 다음날부터 발신인불명의 우체물을 받았어. 거기엔 후순이와 만나기 전의 곽이사에 대한 것들, 곽이사의 여자들, 곽이사가 그 여자들을 만났던 날짜들이 빼곡하게 담겨있었지. 차근차근 자료를 보던 후순이는 기가 찼지. 동시에 여러명을 만나는 건 기본이고 그 여자들이 임신했을 땐 오히려 자긴 모르는 일이라며 내빼고는 그 여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아이를 지웠거든. 뭐 이런 뻔뻔한 놈이 다 있어! 매일 날라오는 자료들을 받아본 후순이는 곽이사에 대한 오만 정들이 다 떨어졌어.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날 사랑했던 사람이 이딴 쓰레기라니. 서로 사랑한다고 속삭였던 그 순간도 곽이사한테는 다 거짓말였을거야. 그저 후순이가 그 여자들보단 더 마음에 들어서 결혼했을뿐. 나중엔 후순이도 질렸지만. 곽이사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커져갔어. 쓰레기, 나쁜놈, 인간말종! 어느새 후순이의 집엔 빼곡한 자료들이 쌓였지. 후순이의 마음은 점점 단단해지고 차가워졌어. 곽이사를 사랑한다고 했던 그 시절마저도 역겨워졌지. 어떻게. 어떻게. 시부모님은 알고계셨을까? 두 분이라면 아셨을거야. 그렇게 현명한 분들인데, 자기 아들에 대한 일을 모르실리가. 후순이는 시부모님 두 분마저도 미워졌어.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아마 아들의 과거라고 묻어줬겠지. 그랬겠지. 후순이는 이를 바득 갈았어. 날이 갈수록 두 분에 대한 원망도 커져갔어.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후순이가 술에 입을 대는 날이 늘었어. 점점 주량도 늘기 시작했지. 늘 똑같은 건, 후순이는 취할 때까지 마신다는 거야. 취해서 정신못차릴정도로. 안타까운 후순이. 후순이는 모를거야.
-오빠…
잠꼬대로 곽이사를 찾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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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오지 않는 바위산 저 꼭대기엔 초가집 하나가 있었어. 가끔씩 암벽등반하러 오는 사람들 중에 아주 아름다운 미남자 둘이 살고있다고 말하지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미남자를 본 적이 없어. 그 미남자들을 묘사하기를, 하나는 조각처럼 생긴 얼굴에 새하얀 옷을 입고 있다는 거였고 하나는 곱고 아름다운 선녀같고 키도 장대처럼 크다는 거였어. 그러나 그 사실은 곧 묻혀져갔어. 두 사람을 본 사람들이 매우 적었으니 말이야.
바위산 꼭대기의 초가집의 문이 오랜만에 열렸어. 앞머리가 조금 더 길면 눈을 가릴 것 같은 미남이 문을 열고 나왔지. 누가 오나안오나 이리저리 둘러보았지. 문이 열리자 어디서 나온 건지, 점박무늬 토끼, 큰 뿔을 가진 사슴들이 남자의 주변으로 다가왔지. 남자는 자신한테 오는 짐승들을 기꺼이 반겼어. 그 중 사슴 하나가 아주 예쁘고 새하얀 꽃을 입에 물고는 사내에게 건내줬어. 곱구나. 남자는 꽃을 준 사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얘들아, 자화는 못봤니.
짐승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어. 잠시 자손들을 보고 오겠다던 자화는 열흘째 돌아오지않았어. 무슨 일이 난 건 아니겠지. 사내의 얼굴은 곧 불안에 잠겼어. 저 멀리서 새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왔어. 아주 고운 매화가지를 들고. 사내는 그 매화가지를 받아들었어. 그리고 귀이 품에 넣었지. 언제와요 자화. 그렇게 중얼거리자 뒤에서 누가 자기 어깨를 감싸는 게 느껴져. 사내는 그 손길에 몸을 돌렸지.
-자화.
-소천아.
부드럽게 웃는 자화의 얼굴에 소천이는 더욱 자화의 품에 파고들어갔어. 보고싶었어요. 나도. 서로의 가슴이 맞닿도록 끌어안는 두 사람이였어.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였지. 꼬옥 끌어안고 있다가 소천이 살짝 자화를 밀어내 안고있던 품을 풀었어.
-왜이리 늦었어요?
-오랜만에 자손들을 둘러보는데 건화놈이 또 사고를 쳤지 뭐야.
-건화가요?
소천이는 끄응하는 소리를 냈어. 내 전에 다리를 부러트렸건만,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다니. 입을 삐쭉내밀고 불평하는 소천이의 모습이 귀여워 자화는 소천이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어. 손길에는 사랑이 듬뿍 묻어났지.
건화네에는 그들만이 알고있는 오래된 비밀이 있었어. 그들의 혈통에는 신선의 피가 흐른다는걸. 자화는 소골의 일 이후로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어. 장류로 흘러들어온 소천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 때의 소천은 많이 다쳐있었어. 그런 상처로 장류로 어떻게 흘러들어왔는지 모를정도로. 처음 소천을 본 자화는 당장 저 이를 치우라고 제자들에게 난리를 쳤지. 왜그러냐는 제자들을 뒤로 하고 자화는 제 방의 문을 잠궈버렸지. 저 이를 내쫓아라! 스승의 말에 제자들은 대체 왜그러냐며 물었지만, 자화는 연거푸 소천을 당장 쫓아내라며 소리쳤지. 자화는 방에서 씩씩 거리며 저를 저주했어. 소골이 그리 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 이를 보자마자 연정을 느낀 건지. 자신이 더러웠어. 자화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어. 소골아, 소골아. 내가 미안하다. 사부가 이런 못나고 더러운 이라 미안하다. 바닥에 엎드려 우는 자화 앞에 소골의 영혼이 나타난 건 우연일까. 기묘한 기운에 고개를 든 자화 앞에 소골의 영혼이 서 있었지. 소골아! 자화는 사랑했던 소골이 눈 앞에 나타나자 그녀에게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갔어. 소골의 영혼은 손을 들어 문 밖을 가리켰지. 자화는 고개를 돌려 소골이 가리키는 방향을 봤어. 소골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영원히 떠났지.
[행복해지세요, 사부.]
소골의 영혼이 신기루처럼 사라지자 자화는 잠궜던 문을 박차고 당장 소천에게 달려갔지. 어찌해야하냐며 발을 동동구르는 제자들을 제치고 자화는 그를 안고 법력을 불어넣어줬어. 그러자 점점 상처투성이인 몸에서 새살이 돋아나고 소천의 숨이 안정을 되찾았어. 그렇게 소천을 살리고 그의 손을 잡고 장류를 떠난 백자화였어.
장류에서 먼 바위산에 터를 잡고 둘이 알콩달콩 살아갔지. 서로 숨을 섞기도 하고 몸을 섞기도 했지. 자화는 행복한데 소천은 점점 웃음을 잃어갔지. 사랑하는 이가 웃음을 잃으니 자화는 발을 동동굴렀어. 어느날 소천을 잡고 물어봤지.
-이제 내가 싫으냐.
-아닙니다.
-그럼 왜 웃질않느냐.
-그게…
소천이는 아주 작은, 그러나 이뤄질 수 없는 소망을 하나 가지고 있었어. 바로 자화를 닮은 아이를 낳고싶었어. 아무리 신선이라해도 음양의 법칙을 바꾸는 건 아니되는 일이였거든. 소천의 소원을 안 자화는 끊임없는 법력을 부어넣어 소천의 몸에서 아이를 얻었지. 자화가 부어넣은 법력으로 인해 소천은 자화와 같이 영생을 누릴 수 있게되었어. 행복해요. 자신의 아이를 안고 그의 품 안에서 행복하게 웃는 소천이였어.
자화와 소천의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자손을 봤지. 그럴 때마다 자화와 소천은 자신들의 자손을 멀리서 지켜봤어. 가끔 자손들이 비틀린 길을 가면 호되게 꾸짖기도 했어. 점점 세월이 지날수록 자손들이 자손을 낳고, 또 그 자손이 다른 자손을 낳았어. 점점 인간의 피가 섞이다보니 신선의 법력은 점점 사라졌어. 보통 인간이 되어 보통 인간의 생을 누렸지. 그래도 둘은 자손들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었어. 늘 저 멀리서 지켜봤지.
그런데 이번 자손 중에 건화만큼 골치덩어리인 자손은 없었어. 여자문제가 끊이질 않아 우는 곽부부 앞에 나타나 아이를 호되게 혼냈지만, 왠 걸. 그 때뿐이였어. 그 때가 지나면 건화는 다시 여러 여자들을 한 번에 만났고 자신의 피가 담긴 아이들이 빛도 못보고 사라져갈 땐 자화는 다시 법력을 되찾아 저 놈새끼 머리 위에 벼락을 떨어트리고 싶은 심정이였어. 한 번은 엄청 화난 소천이가 직접 내려가 건화가 잘못했다고 할 때까지 팼어. 말그대로 다리몽둥이가 부러질 때까지 팼지. 옆에서 자화는 고운 소천이 손에 상처가 날까 안절부절했지.
그러다 후순이가 나타나고, 둘이 보기에도 건화가 정신을 차린듯 했어. 그러나 이놈새끼가 미쳤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곱고 어린 아이를 부인으로 맞이하고 바람피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그런 여자를 만나. 후순이와 건화를 지켜보던 자화는 답답해 가슴을 탕탕쳤어.
어떻게 제 새끼를 죽인 여자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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