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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그런 사랑이 있을 수 없더라도 난 계속 꿈꿔야 한다. 판타지란 그런 것이니까. 우리에겐 판타지가 필요하니까. 그러니까 꿈꾸는 한 그런 사랑은 있을 수 없는 게 아니다. 언젠가 내가 말했듯이, 그런 척을 하다보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 늘 그랬다.
시작하기로 한 사랑. 마음 먹고 의지로 일구어내는 사랑. 즉 자유의지의 가장 확실한 증명.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믿는 것. 당신으로부터 나온 무엇이든 믿을 수 있을 것이란 신앙. 당신이라면 무엇이든 괜찮을 것이라는 자의적인 수용…
아니, 실은 이것도 아니라면 아니다. 그냥 사랑이 그곳에 생겨났다. 언어로는 도무지 형태를 묘사할 수 없는 사랑이, 그러나 무한한 형태의 기호로서 실존하는 사랑이. 다시 말해 아름다움이란 내가 보고자 하여 내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고, 나는 관측자라는 것. 내가 사랑에 빠지는 건 필연이었고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에게로만 유일한 가능세계였다는 것.
두 관점의 합의점 또한 존재한다. 말하자면 나는 당신 말고도 모든 사랑 가능한 인간들에 대한 사랑을 할 수 있었지만 나의 의지로 그 시간에 하필 당신에게 사랑에 빠지기로 정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사랑에는 아무런 조건도 없어지고 그런 사랑을 행할 수 있는 것은 선택의 무게에서 비롯된 강렬한 책임감이라는 것.
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상상한다. 언젠가 나는 무언가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사랑을 이렇게 바라보겠다는 그런 선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