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가 삶을 사랑스럽게 만들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야 삶을 사랑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한정적이고 순간적이어서 일상 속 대부분의 시간에선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따라서 나는 허무함과 외로움이라는 느낌 속에서 삶을 살아야만 한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누군가와 영원불변의 사랑을 나누던가, 순간의 불완전한 사랑을 계속해서 반복하거나, 내 삶의 많은 요소들을 사랑하거나 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느 것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일상의 모든 기분과 느낌이 최악이다.
아름다움을 사랑해보려 했지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때 역시 순간적이라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내가 아름다움을 위해 살아있는 것은 맞다. 그치만 이대로 가다간 삶을 지속할 이유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합이 삶을 지속하지 않을 이유보다 작아져서 나는 오래 살지 못할 것만 같다. 결핍도 불만족도 모두 기분과 느낌에 불과하다지만 그것과 삶을 분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나를 끊임없이 느끼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부족함 없는 상호작용을 나누고 싶다. 어떠한 거절도 없이 받아들여지면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싶다. 그치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좋은 느낌이 드는 것엔 좋은 느낌을 느낄 것이고 싫은 느낌이 드는 것엔 싫은 느낌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도 마찬가지일테고… 그러면 나는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말 것이며 그런 상처를 준 인간인 채로 그 사람 옆에 존재한다는 것에 자못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그래, 또 느낌이다. 아…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마주볼만큼 마주보았으니 이제는 정말 그만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 모든 존재를 지워버리고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왜인지 내가 원하게 되는 것은 전부 불가능한 것들 뿐이다. 말도 안되는 공상같은 것들. 충분히 이해받고 수용되고 싶다던지, 버려지고 싶지 않다던지, 상대방에게 이상적인 인간이고 싶다던지, 조금 더 똑똑해지고 싶다던지, 그녀와 다시 만나고 싶다던지… 전부 말도 안 된다.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다.
나는 뭔가를 바라봤자 어차피 이뤄지지 않으니 뭔가를 바라지 않는 게 불만족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겠지만 인간이 욕구를 가지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도대체 가능한 게 뭐란 말일까? 나에게 허락되는 건 대체 뭘까? 그냥 분수에 맞는 적당하고 실현 가능한 욕망만을 가지고 싶은데도 욕망을 가지는 건 나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이 나를 너무 무력하게 만든다. 차라리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꿈 속에서 살 수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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