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을 몇가지 알려줄게.
난 4년제 지잡대를 졸업하고 멀 해야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암거나 막 했었어. 1년 동안 4개의 직장을 경험했지.
첫번째는 유통업체였어. 구로에서 중장비 부품 유통하는 직원 5명의 작은 회사였는데, 여기 나보다 1살 많은 고졸이 있었지. 이 사람은 군대를 제대하고 바로 이 일을 시작해서 28살에 이미 배달 같은 사소한 건 안 하고 주문 받고 거래처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어. 월급도 당근 달랑 100만원 받는 나보다 훨씬 받아고 말야. 그리고 이 사람은 나중에 자기 회사를 차리려고 일을 배우는 거 같았어.
내가 그 위치에 가려면 그 사람처럼 5년은 해야해. 그럼 내 나이가 32살이 넘어가. 고졸은 능력을 발휘하는 그 시기에 난 일을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는 거지. 그게 참 답답하더라고. 그래서 관뒀음. 적성에도 안 맞고.
두번째는 음향녹음업체였어. 알지? 촬영현장에서 낚시대에 솜뭉치 같은 거 매달고 녹음하는 거. 그거 하는 회사였는데, 여기서도 고졸이 있었음. 심지어 얜 나보다 나이도 어렸음. 25살이었는데 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영화촬영 현장에서 녹음하다 이 회사 온 거. 이미 웬만한 일은 혼자서 할 정도의 베테랑이었지. 동생같은 넘 뒤에 따라다니면서 배우자니 쪽팔리기도 하고, 내 인생이 한심하기도 하고, 매일 밤새니까 몸살 나더라고. 그래서 관뒀음.
세번째는 조그만 공장이었음. 직원 2명 있는 공장인데 사장 나이가 34살. 이 사람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자기 사촌형 공장에서 일 하다가 돈 모아서 기계 몇대 인수해서 자기 회사 차린 거였음. 그러니까 경력이 머 10년 이상 됐지. 고등학교 졸업해서 기술 배우고 자본금 모아서 창업하면 34살에 사장 소리 듣는 거임. 대졸자인 내가 그렇게 하려면 30대 후반에나 가능하다는 말이지. 근데 월급을 100만원 밖에 안 줘서 관뒀음.
네번째는 기숙사 공장이었는데 여긴 머 개고생 하다가 도망나왔음. 2교대 공장인데 세상에 점심시간이 15분임. 휴식시간 그런 것도 없고. 빨리 쳐먹고 일 하라는 거지. 여긴 할 말도 없고 기억나는 것도 없음.
그리고 내가 알바한 곳 사장을 말해줄게.
한 곳은 고깃집이었는데 이 사장님 나이가 38살이야. 근데 자기 가게랑 아파트, 그리고 5층짜리 빌딩도 가지고 있어. 이 사람은 고등학교 때 가출해서 서울로 온 다음에 청계천에서 일했다고 하더라고. 그러다가 돈 모아서 음식장사를 했데. 음식장사 경력만 10년 넘은 거 같음. 아무튼 성공해서리 그 나이에 빌딩까지 갖고 있음.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들어가도 30대에 빌딩 주인 되나?
그리고 두번째는 도서총판업체였는데 여기 사장님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 제대한 뒤 영업사원으로 시작해서 자기 총판 차린 사람임. 지금 40대 후반인데 자기 외식업도 겸해서 하고 있는데 차가 아우디A8임...
아무튼 내가 몇가지 일을 해보고 주변을 둘러봐도 서울에 있는 대학다운 대학을 갈 게 아니라면 대학진학 관두고 사회에 나와서 일을 배워야 함. 어차피 대학 나와도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것임. 지잡대 나온다고 누가 대졸자 뽑는데서 받아주나? 아니라고.
그럼 고졸들도 할 수 있는 일을 대학까지 나와서 해야 하는데, 거기엔 분명 이미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 시작한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그럼 그때 알게 되지... \'내가 졸라 시간낭비 했구나... 등신...\' 니 또래의 고졸자가 이미 그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을 때 너는 그제서야 일을 배우는 처지가 된다는 거다.
대학 안 나오면 갈 데가 없다고? 내 경험상 개뻥이다. 고졸 실업자가 더 많다는데 난 이해하기 무척 어렵다. 솔직히 이건 내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그 고졸실업자들 상당수가 허구헌날 바이크 몰고 다니고 그런 양아치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정말 일을 배우고자 한다면 할 일은 널려있다. 오히려 어설픈 대졸자들 보다 기회는 더 많다고.
지잡대 나와서 할 게 없어 그런 일 배우려고 들어가면 일단 대졸자는 쉽게 관둔다고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경력 쌓고 있는 또래를 보고 좌절하게 된다. 이게 내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야.
ㅇㅇ 아싸리 좋은 회사에 들어갈 실력 안 되면 일 배워서 독립해야지.
존나 한심하네
지금은 뭐함?
백수임. 계속 취업원서 넣고 있음. 좀 괜찮은 공장 알아보려고.
횽아 힘내셈~ 뿌잉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