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같이 온라인게임이 활성화된 시대에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온라인 게임을 해보았을 것이다.
유명한 게임을 꼽는다면 대표적으로 리니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카트라이더 같은 것들 말이다.

나도 이른바 젊은 세대이다보니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게임을 많이 해보았는데,
00년 이후에 혁신적인 그래픽으로 주목받았던 게임들 외에도 00년 이전의 2D그래픽의 시절부터 온라인 게임을 했었다.

00년이전에는 역시 리니지나 디아블로의 유저 수가 굉장히 많았다.
당시에는 3D게임인 뮤같은 게임도 있었지만 역시 2D 게임에서 느껴지는 어떤 향수라던가, 아날로그적 매력을
버릴 수 없어서 혹은 2D게임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당장은 3D게임에 적응하기가 버거운 유저가 많다보니
2D에 3D를 교합한 '라그나로크'같은 게임이 출시되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주류게임을 상당히 싫어했다.
내가 게임을 한다는 이유 자체가 새로운 세계관의 탐구라던가 숨겨진 이스터에그같은 것을 찾는 재미때문이었는데
소위 주류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새 고급 아이템이나 높은 레벨의 유저들을 따라가려고 바둥대는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주류'게임을 등한시하고 '리니지'와 '디아블로'가 각광받던 시절부터 '리니지'대신
'판타지 포유'라던가, '포가튼 사가'같은 그다지 주류가 아닌 게임을 플레이했다. 물론 '이터널 시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게임들도 오픈 초기가 지나 중순에 접어들면 차츰 '주류'게임처럼 유저간에 어떤 '계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을 공략하기위해 힘쓰던 유저들이 예전엔 해치우기 힘들었던 몬스터를 손쉽게 해치우고 아이템을 반복하여
습득하는 소위 노가다식 게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온라인 게임의 양상에 질리고 질린 나는 한동안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방학시즌이 되거나 학교나 학원 친구들과 대화를 하려고 할때마다 으레 '게임'이라는 주제가 나의 입을 막았다.
물론 축구나 농구, TV같은 주제로 이야기하는 그룹도 있었지만 나는 운동이나 TV에는 흥미가 없었고, 
역시나 온라인 게임이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는 '핫'한 이슈였다.

한때는 나도 말을 섞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새로나온 게임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며 대화하는 그 아이들 앞에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아는 척했다간 오히려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학년이 바뀌고 새학기가 시작되니 몇달이 지나도 나는 편하게 말을 걸 '친구' 한명 사귀지 못했다.
매일 등교를 할때마다 짧은 대답 외에는 말을 하지 않다보니 나에 대해서 수근대는 녀석들도 몇몇 생겼고,
나역시 말하지않고 오랫동안 지낸 탓에 누군가와 대화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날 급식 메뉴에 관심이 더 많았다.

하지만 독불장군, 독고다이 스타일을 어린 나로서는 오랫동안 버틸 수 없었다.
실습 시간이나 체육시간, 친구들과 조를 짜서 무언가를 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지면 항상 나는 마지막 짜투리
짐덩어리가 되기 일쑤였고, 그런 상황이 반복될때마다 내 이미지는 귀찮은 녀석, 있으나마나 한 으로 전락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내가 '외롭다'라는 감정이 최고조가 되었을 때는 바로 '가정'과목의 실습시간이었다.
세명이 조를 짜서 간단한 가정음식을 만드는 그 시간에 35명의 인원에서 잉여인원으로 편성된 조의 둘중 하나는 당연히 나였다.
거기에다 한창 억울함에 젖어있는 나를 향해 선생님이 던진 '교우관계'에 대한 힐난이 내 외로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당장에 두명이서 세명분의 일을 해야하는 그 상황이 걱정되기보다는 오히려 지금당장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었다.

나는 감자튀김에 넣을 감자를 깍으면서 같이 남겨진 "짜투리" K군을 곁눈질했다.
내 기억으로 녀석은 전형적인 매니아의 외모였었다. 곰보같은 피부에 여드름도 많고, 뿔테안경을 껴서 눈이 더 작아보이는
녀석은 어떤 취미생활에 흠뻑 빠져서 사는 오타쿠 스타일 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이 자기 관심사를 남들과 같이 공유하려고 하는 성격은 절대 아닌듯 했다.
신규게임에 대해서 아이들이 이야기할때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코웃음 치기도 했다.
현실은 비주류이면서 남들을 볼때는 난 너랑은 달라, 하는 거만한 느낌도 드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임을 알면서도 나는 당장 몰려오는 외로움때문에 녀석에게 실습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잘 모르는 운동이나 영화이야기부터 뉴스, 신문, 선생들 뒷다마까지, 하나쯤은 걸려라 하는 식으로 녀석의 대답을 기다리면서
동시에 나 자신이 없는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억지로 상기시키려고 이것저것 혼자서 계속 주절댔다.

그러다가 녀석은 묘한 대목에서 떡밥을 물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당시에 부모님을 졸라 억지로 산 최신 컴퓨터의
사양을 주절댈 때, 녀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녀석이 나에게 처음으로 한 말은 바로 이 한마디였다.

'너 온라인 게임 경품 타본적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