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젊을 때의 일입니다.그 당시 게임에 무척 관심이 많았던 저는 자주 가던 카페에서 열던 정기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한 4번쯤 갔었을 때인가요,새로운 인원으로 한 여자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하던 게임은 보통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취향의 게임도 아니었고,여유저를 본것도 손에 꼽힐 정도였는데 동호회까지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외모도 작고 예쁘장해서 그녀는 금방 동호회의 스타가 되었죠.
모임때마다 그녀의 옆에 앉으려고 경쟁하는 무리가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저도 그 무리 중 하나였습니다.
몇달동안 무던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저는 그녀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것만 같았죠.
하지만 그런 기분은 채 몇주도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동호회로 친해진 녀석들이 그녀가 다른 부원과 바람을 피운다고 하는 연락을 보냈을 때 믿지 않았는데,하도 성화를 부려 한번만이라며 몰래 뒤를 밟아보니 모두 사실이었던 겁니다.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허탈한 기분에 차있던 저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 일방적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그 후로 전화가 계속 걸려왔지만 모두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다시 동호회 모임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녀도 참여한단 소식을 들은 저는 폐인같이 지내고있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말쑥하게 꾸미고 모임에 나갔습니다.
그녀는 절 보자마자 붙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선 하는 첫 마디가,봤어?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람핀 얘기일것을 지레 짐작해 그렇다 했더니 아주 울며불며 매달리더군요.한번만 다시 생각해달라면서요.
아직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기도 했고,그렇게 울며불며 매달리는데 끊어낼 수가 없어서,지금 생각하면 정말 후회되는 말이지만 그 남자와 완전히 정리한다면 다시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울던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더니 그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저를 불러낸 그녀는 편지와 함께 직접 구운 빵을 선물했습니다.
편지에는 남자를 정리했다,다시 받아주어 고맙다 따위의 이야기가 적혀있었고 전 그녀가 준 빵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맛이 정말 이상했습니다.무언가 좀 비릿한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씹히는 감촉도 좀 안좋았습니다.
만들어준 성의는 고마웠지만 정말 못먹을 음식인거같아 며칠 보관하다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 데이트때 잘 먹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웃는 그녀의 얼굴에 조금 찔렸습니다.
그렇게 잘 되가는건가 싶었는데,또 그녀와의 연락이 뚝 끊기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만나보려고 했지만 집도 모르고,동호회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놀랍게도 경찰로부터였습니다.
그녀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쫓기다 잡혔는데,전화도 집도 온통 저에 대한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급히 경찰서로 갔습니다.들어가기 전 언뜻 보니 그녀는 찡그린 표정을 하고 진술을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있는 쪽으로 갔습니다.
그녀는 저와 눈이 마주지차 아까의 표정은 어디로 사라지고,환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말 네가 죽인거야?하는 저의 물음에 그녀는 마치,제가 오늘 먹은 음식을 물어보기라도 한것처럼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그 남자와 정리하라고 해서 정리했다고.그녀는 또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말을 하던 그녀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그날 선물해준 빵에 시체를 갈아넣었다고,알고있는거 아니였냐고 말입니다.
구역질이 나올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곧장 그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닫히는 문 사이로 제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후로 그녀를 직접 만난 적은 없습니다.경찰 측에서 감방에 있단 소식만을 전해주었을 뿐.
여름밤 불현듯 떠올라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