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포는 절정에 다 닿아 있었다.
금방이라도 문을 부서버릴듯한 기세로 계속 쿵쾅쿵쾅 대고 있었다.
무엇보다 무서운건, 그 알 수 없는 괴음을 내는것이 정말 두려웠다.
원래 그 무속인 아주머니의 목소리도 호탕하고 장군 같은 그런 느낌이였지만
이 목소리는 굉장한 저음에 성별을 알 수 없는,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땀은 비오듯이 흐르고 난 죽을 힘을 다해 문고리를 붙잡고 있었고..정말 펑펑 울고 싶었다..
그렇게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내가 뜬눈으로 날을 지새운건지 기절했었던건지 졸았던건지 알 수가 없다.
단지 난, 문고리를 붙잡고 있는 그 자세 그대로였고, 정신을 차려보니 조용했다.
시계를 보니 7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속으로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다.
밖은 계속 조용했다..너무 조용했기에 오히려 공포스러웠다.
문을 살짝 열어볼까..하다가 공포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에..벌벌 떨며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또 시간은 흐르고 한 2시간쯤 흘렀을까..? 시계를 보니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문 밖은 그동안은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속으로 이제는 괜찮을까..하며 용기를 내본다.. 그치만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새벽에 문을 열던 그때처럼 정말 살짝..정말 살짝 조금 열어보았다.
법당의 불상이 보일듯 말듯..공포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문을 조금 더 열어보니 불상 아래에 그 무속인 아주머니가 앉아 계신것이 보인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난 겁쟁이이다..문을 열고 나가보기엔 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았다..또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한 30분쯤 지나도 계속 움직이지 않자..이제는 정말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문을 조용히 열고 법당쪽으로 정말 살금살금 다가갔다.
법당에는 무언가 작은 가루조각 같은것들이 여기저기 아주 흩어져 있었다.
벽쪽을 보니 어제 붙여놨던 부적들이 온통 다 찢어져 있다. 부적 조각들인가보다..
무속인 아주머니쪽으로 조심스레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 보았다.
무속인 아주머니는 눈을 감고 앉은채로 가만히 조금도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순간 두려웠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그렇게 잠잠하다 갑자기 달려드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제 새벽, 눈을 부릅뜨고 그 일그러진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달려오던 그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갑자기 또 그러는건 아닐까..겁이 나서 난 우선 그러면 어디로 도망칠지 생각하고 점검해보았다.
도주경로까지 대충 생각하고 확보후 그 아주머니를 불러보았다. "아주머니..아주머니.."
여전히 대답이 없으셨다. 조금 더 용기내서 다가가..살짝 건드려보았다.
그러자 그 무속인 아주머니는 정말 힘없이 옆으로 풀썩 쓰러지셨다.
난 그제서야 아주머니 부르면서 얼른 흔들어 깨워보았다. 이미 숨을 쉬지 않으셨다..
근데 손쪽을 보니 그 주변이 온통 빨갛게 피로 물들어 있었고 손에는 동그란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무엇인지 살며시..펴보았다. 난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 기절할뻔 했다. 그것은 사람의 눈이였다.
나의 정신은 붕괴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소리도 지르지 못한채 발광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고 정신을 좀 가다듬었을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마 그 무속인 아주머니가..귀신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 자신의 눈을 스스로 뽑은건 아닐까..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생각도 아직은 남아있었지만
어떻게든 난 죽을 운명이구나 라는 생각도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냥 지금 스스로 죽는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친구..아버지..어머니..그리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무속인 아주머니까지...
내가 모든것이 원흉이고 내가 죽인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을 그렇게 고민하다..나도 모르는 무언가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오기..분노.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냥 죽을 수만은 없다. 주머니 속을 뒤져 무속인 아주머니가 주셨던 그 꼬깃꼬깃해진 쪽지를 펼쳐 보았다.
그래..이게 정말 마지막이다. 일단 가보자.
시계는 11시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쪽지에 적힌 주소는 이곳에서 꽤 먼거리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난 허겁지겁 그 법당에 있는 부적 같은 것들과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서둘러 모두 챙기고 법당을 나왔다.
출처-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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