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도마뱀을 키웠었다.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나 서식한다는 이 도마뱀은, 애완용으로 수입이 결정되자마자 둥실둥실, 배에 실려져 왔을 것이다.

 

 

나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였다. 일찍이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주신 약간의 유산과, 쥐꼬리만한 수입의 프리랜서질로 생활을 어찌어찌 연명해 왔다. 다만 세상이 하도 좋아져서 정보는 물론, 의식주마저 인터넷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딱히 나갈 필요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삶은 십년동안 조용히 흘렀다.

 

 

그렇지만 나도 별수없는 인간이었다. 외로웠다. 단 한 번도 무언가에 정 붙여 본 적 없는 내가 애완동물을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런 연유이다.

 

 

개는 지나치게 활발하고, 고양이는 예민하다. 쥐나 토끼는 냄새가 나고, 새는 시끄럽다. 조용하면서도 내 말에 귀 기울여 줄 진중한 친구가 필요했다.

사실, 각각 동물의 특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도마뱀이 적격일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밖에 나가서 직접 골라야 하는 조건을 가진 애완동물들은 내 처지상, 고려대상에서 가장 먼저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도마뱀을 키웠었다.

 

 

그런 이유였다. 입양이 결정되었던 날, 나는 너무도 설레여서, 수입 승인이 나기 한참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친구의 맞이에 더욱이 유난을 떨었었다. 개체가 좋아한다는 먹이를 종류별로 모두 주문했음은 물론이고, 으리으리한 사육장과 그곳에 어울릴만한 각종 나무, 장식품들 역시 고가의 것으로 쟁여 놓았다.

 

 

나는 아직도 나의 도마뱀을 처음 보았을 때의 경이로움을 잊지 못한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몸통에, 기품있는 날을 지닌 매끄러운 꼬리, 비현실적인 색채로 마블링된 구슬같은 눈. 무엇보다 사람처럼 날름거리며 나를 보채는 작은 혓바닥이 귀여웠다.

 

 

도마뱀이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한 사육장에 넣어두고, 먹이도 주었다.
낯선 곳에 온 첫 날이어서 도마뱀도 얼떨떨했을 텐데, 다행이도 식사를 거부하는 탈도 없이 주는 족족 잘 받아 먹어서 고맙고 대견할 뿐이었다.

 

 


내가 이상한 낌새를 챈 것은 한 밤이 지난 이후였다.

 

 

먹이그릇에 겨우 꼬리와 발을 걸치고 잠이 들던 나의 도마뱀이, 다음 날엔 그 안에서 몸을 딱 맞게 웅크리고 있었다.
삼일째가 되던 때엔, 그릇 안에서 몸을 쭉 펴고 있어도 빈 공간이 넉넉해 보일 정도였다.

 

 

나의 작은 도마뱀은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풍선에 테이프를 붙여 바늘로 찌르면, 한번에 펑 터지진 않지만서도 서서히 줄어드는 것처럼, 그렇게 차근차근.

 

 

삼 주일이 지났을 시점엔, 먹이그릇 안의 도마뱀은 극도로 작아져 마치 강낭콩 한 알과 흡사할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한참을 봐야지만 빛나는 눈과, 날름이는 혀를 겨우 식별가능할 수 있었다.

 

 

도마뱀은 그렇게 끊임없이 작아지면서도 식욕만큼은 왕성했다.
이제는 자신의 몸보다 몇 십 배는 커진 먹이조차도 몇날 몇칠이고 야금야금 갉아서 작디 작은 배를 채웠다. 또한 그 사실만이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녀석의 활발함과 먹성이 그대로라는 것, '그래도 잘 있구나' 라는, 작아진 도마뱀만큼이나 작은 안심이.

 

 

그러나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씨앗이 새싹으로 틔워지고, 묘목이 거대한 나무로 자라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성장만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라 느껴졌다. 그렇지만 나의 도마뱀은 이미 거꾸로 성장하는 생명체였다.

 

 

이상했다.

 

 

녀석이 눈에 띄게 작아진 3주의 수요일에는, 하도 걱정스럽고 신경이 쓰여서 일도 반납하고 미리 사 두었던 관련 서적을 하루종일 뒤적거렸지만, 작아지는 도마뱀에 대한 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동물 병원에도 가 볼까 생각을 했었더랬다. 하지만 히키코모리인 나에게 바깥을 디딜 용기는 쉽사리 나지 않았다. 스스로가 비겁하다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변명을 붙일 수 있는 현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한 달째가 되던 날이었다.

 


습관처럼 사육장을 열어 도마뱀을 찾았지만 녀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너무 작아져서 찾지 못하는 거겠지. 내가 도마뱀에게 해준 전부는, 그저 마지막까지 손을 써 보지도 않고 그저 줄어드는 녀석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일 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서글펐다.

 

 

울컥, 마음이 아려왔다.

 


집에만 콕 박혀 있으면 결코 마음 다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나는 시곗바늘이 돌아갈 때마다 멈추지도 않고 눈물을 흘렸다.

 

 

울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바람이 그리웠다. 햇살이 노랗게 익은 잔디 위에서 거대한 하늘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십년만에 생긴 내 작은 친구, 녀석에게 크나큰 문제가 생겼는데도 두렵다는 핑계로 바깥에 나가지도 못했던 과거의 자신이 덜 혐오스러워질 듯 싶었다.

 

 

나는 결국엔 아파트를 나왔다.
엘리베이터의 1층을 누르는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랜만에 보는 세상에 다소 현기증이 났다.

 

 

그래서 기분이 나아졌냐고? 아니. 밖에 나간다는 것은 이렇게나 간단한 일이었는데, 쪼그라드는 도마뱀에게 아무런 호의도 베풀지 못했던 나의 무심함이 한결 더 미워졌을 뿐이었다.

 

 

어쨌든, 이왕 나온 김에 나는 조금 더 멀리 나가보기로 한다. 나가면 나갈수록 좁은 길이 이어진다. 십년만에 나와서 그런지 지리가 가물가물하다. 원래 이 동네 길이 이렇게 안 좋은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길이 사람 한 명도 지나가기 힘들게 작지?

 

길이 좁아져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여태까진 바닥만 보면서 걸었기에 이번에는 자연스레 주변에 눈길이 갔다.

 

 

나무들이 성냥개비처럼 작다. 껌종이만한 도로에 차들도 개미처럼 꾸물거렸다. 건물은 엄지손가락만하고, 하늘도 낮았다. 비유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내 머리 끝엔 구름이 닿아 차가웠다. 마치 온 세상의 사물들이 인형의 마을에 어서오세요- 라고 외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래, 혹시 내가 아까 '풍선이 줄어드는 것처럼' 이라고 말했었나?

 

내 생각이 맞다. 생명체가 줄어드는 일은 결코 없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오로지 커지고, 부푸는 것이다.

 

 


나는 그제서야 나의 도마뱀이 쪼그라들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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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V 6화 쓰기 전에 시간이 걸려서 머리좀 정리하고자 단편을 써 보았습니다.

내용설명을 좀 하자면 내가 인식한 공간과 나는 커지고 다른 생명체들은 그대로라는 거에여.

그래서 도마뱀은 가만히 있거나 성장했지만 오히려 줄어든 것처럼 보인거구여

조금 더 말하자면, 주인공이 히키코모리라서 다른 생명체와의 교류를 단절하고 오로지 혼자만의 세상에서 마이웨이로 살았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는 그 세상이 성장하는 만큼 커지지 못한다는 거라는.. 내용을 쓰구 싶엇는데 오점이 너무 많네요 ㅋ.ㅋ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개 여깁시다^^ 본격 교훈 공이..ㅎㅎ;;

 

공이갤라님들 봐주신것만해두 전 참 감사합니다!

네이버 제 소설방에서도 볼수 있구요.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112550&genre=104

 

틈 나면 보다 호흡 짧은 단편도 많이 써보도록 노력하려고 하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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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진짜 애완도마뱀입니다 기엽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