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여자의 짧은 인생이 마무리 된 그날 이후로..

 

용의자가 잡히고 죄를 모두 자백했으니.. 사건도 일사천리로 종결이 되었대..

 

워낙 동네에서 사고를 많이 일으키던 놈이라.. 용식이 어머니 말고도..

 

증언할 사람들이 수두룩했던거지..

 

그래서 그런지 사건이 일어나던날을 제외하곤..

 

예상밖으로 용식이네 식구들을 귀찮게 하는일이 없었대..

 

근데 사건이 종결되고 한달여쯤 흐른후에..

 

사건을 담당하던 형사분이 찾아온적이 있었대..

 

쪽방에 세들어 살던 그 아가씨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가족이 나타나질 않은거야..

 

구청이나 기타 관할지역쪽을 통해 알아봐도..

 

가족이 없었고.. 어쩔수없이 공고를 통해 가족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실패로 돌아가고 만거지..

 

 

그러면서 넌지시.. 그래도 함께 지낸 정이 있으니까..

 

상주로 장례만 치러주면 어떻겠냐고 운을 띄운거지..

 

용식이 어머니도 처음엔 불쌍한 아가씨 넋이라도 달래줄 심산으로 승낙을 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던 할머니가 펄쩍 뛰면서 반대를 하신거야..

 

 

귀신중에서도 제일 한이 깊은게 처녀귀신인데..

 

어줍잖은 동정으로 상주 노릇을 했다간..

 

은혜도 모르고 이집에 눌러살게 된다고 하시며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으시더래..

 

상황이 그렇게 되니까.. 용식이 어머니도 어쩔수 없이..

 

형사분을 돌려보낼수밖에 없으셨대..

 

 

 

그리고 다시 몇달이 지난 어느날부터..

 

두살많던 용식이 누나가 이상해지기 시작한거야..

 

나이차이가 그리 크지 않으니까.. 누나도 그때 당시에 국딩이였는데..

 

평소 개구장이 같던 용식이와는 다르게.. 그 나이치고 제법 의젓했던 그 누나가..

 

어느날부터 자꾸 용식이 어머니 화장대를 뒤져서..

 

립스틱을 훔쳐바르고..

 

맞지도 않는 어머니 힐을 신고 마당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도저히 평상시 누나같지 않은 행동들을 하더라는거야..

 

처음엔 그 나이때 여자애들이 겪는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냥 꼬마들이 하는 장난치곤..

 

묘하게 요염하고 이질적인게.. 예삿일이 아니더라는거지..

 

 

 

용식이 어머니가 처음엔 화도 내보고 달래도 봤는데..

 

이게 점점 수위가 올라가더니.. 그 꼴을 하고 대문 밖에 앉아서..

 

지나가는 남자들을 보고 알려준적도 없는.. 입에 담을수 없는 음담패설을 지껄이기도 하고..

 

어머니와 같이 잠을 자다가.. 없어져서 보면..

 

연탄을 쌓아올려놓은 그 쪽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있기도 하고..

 

날이 갈수록 기행을 일삼는 수준이 진화하더라는거야..

 

 

그렇게 되니까 동네에서도 용식이네집에 죽은 아가씨의 귀신이 들렸다..라는 소문이

 

무성해졌고.. 가뜩이나 아버지도 집을 비운 상태에서

 

어머니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만 갔대..

 

용식이도 그쯤 겪은일이 하나 있는데..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세수를 하고 있는데..

 

수도꼭지 보면.. 쇠로 되서 형상이 일그러지게 비치는 부분 있잖아..

 

별 생각없이 세수를 하다 그 쪽을 봤는데..

 

용식이 얼굴이 비춰보이는 그 부분 뒷쪽에..

 

웬 여자가 얼굴을 파묻은 상태로 쭈그리고 앉아있는게 보이더래..

 

 

 

순간적으로 그 여자의 모습을 본 용식이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쇠를 통해 보이는

 

여자의 모습을 굳은체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 그여자가 고개를 들고 입을 오물오물 움직이더래..

 

 

차마 고개를 돌려서 그 형체를 확인할수가 없던 용식이가..

 

온몸에 털이 곤두선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눈알도 굴리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니까..

 

 

 

글쎄 그 여자의 얼굴이.. 마치 진공청소기같은거에 빨려 들어오는것처럼

 

원근법따위 무시하고 용식이쪽으로 스윽.. 다가오더라는거지..

 

 

심장이 떨어져나갈것같은 공포를 느낀 용식이가..

 

뒤로 벌렁 넘어졌고.. 그때서야 몸을 움직일수가 있었는데..

 

 

넘어진 용식이 뒤로.. 그러니까 수도꼭지 쇠로 된 부분에 그 여자가 비춰보였던..

 

그 구석에..

 

 

 

용식이 누나가 킥킥거리며 쭈그리고 앉아있더라는거야..

 

 

그리고 그때쯤 용식이 할머니가 원인 모를 피부병에 걸리셨었는데..

 

병원에 가봐도 알레르기성 질환인것 같긴한데..

 

원인을 못 찾겠다는 소리만 하더래..

 

멀쩡하다가도 밤만 되면 가렵다고 여기저기 긁으셨는데..

 

나중엔 부끄러운것도 잊으셨는지.. 아예 웃통조차 벗어버린 상태로..

 

가슴 아래부분부터 벅벅 긁고 난리가 났었대..

 

근데 종기가 생긴 자국이.. 가슴 아래부터 시작해서 배꼽 위까지

 

길쭉하게 난게.. 모양새가 일정하더라는거야..

 

 

용식이 누나는 그때도 정신이 반쯤은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했는데..

 

어느날 저녁..

 

 

 

마당에서부터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용식이네 집을 뒤흔들게 된거야..

 

그 소리에 잠이 깬 어머니와 용식이가

 

마당으로 나와보니까..

 

 

누나가.. 쪽방에서 연탄을 가지고 나와서는..

 

공병으로 내다팔려고 쌓아놨던 술병들을 내리치고 있더라는거야..

 

 

또 어머니 화장대를 뒤진건지 어쩐건지..

 

입에는 씨뻘건 립스틱을 바르고 손에는 까만 연탄이 범벅이 되어있었는데

 

연탄이 부스러기가 될때까지 그 행동을 멈추지를 않더래..

 

 

놀란 어머니가 입을 떡 벌리고.. 말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연탄이 부스러기가 되서 없어졌는데.. 그때까지도 유리병을 내려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던 누나는.. 손 여기저기에 유리가 박히고

 

피투성이가 된거지..

 

 

피를 보고나서야 제정신이 돌아온 어머니는.. 누나를 끌어안고

 

오열을 하셨대..

 

 

그리고 할머니도 뒤따라 나오셨는데.. 허공에다 대고 욕설을 하면서..

 

머리검은 짐승이 어찌 이럴수 있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셨대..

 

그 사건을 계기로 누나는 더이상 학교에 다닐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동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는 커져만 갔지..

 

그리고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몇몇 아주머니들도 용식이네 집에

 

왕래를 끊었고.. 그렇게 집안은 점점 어두워져만 가기 시작한거야..

 

 

 

그러던 어느날.. 지금은 그런 분들을 많이 찾아볼수 없는데..

 

그때만해도 절에서 시주를 나오신 스님분들이 종종 있었거든..

 

용식이네 집에도 그런 스님 한분이 오신거야..

 

어머니는 그날도 기행을 일삼는 누나를 붙잡고 애를 쓰고 있던중이였는데..

 

스님이 오셨으니까.. 쌀통에서 쌀을 한바가지 퍼다 주신거야..

 

합장을 하면서 고맙다고 하던 스님께서..

 

반쯤 열려진 대문 사이로 쪽방을 뚫어지게 보시더니..

 

 

혀를 쯧쯧하고 차시더라는거야..

 

 

그리곤.. 불경을 읊으시면서.. 용식이 어머니보고 절에 한번 와달라고 부탁을 하시더라는거지..

 

처음엔 동네에 퍼진 소문을 들으신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불교신자셨던 용식이 할머니가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스님을 한번 만나뵈야겠다고 고집을 피우시더라는거야..

 

 

하는수없이 용식이 어머니는 스님이 적어주신 절의 위치를 알려드렸는데..

 

누나를 혼자 두고 갈수가 없는지라.. 할머니 혼자 절에 찾아가게 된거지..

 

그렇게 절에 간 할머니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셨는데..

 

 

호주머니속에서 하얀 종이 하나를 꺼내시더래..

 

 

그리곤 아무 말씀도 없이 그 종이를 쪽방 유리문 위에 붙여놓고..

 

절을 두번 크게 하시더니.. 어머니와 용식이에게도 절을 하라고 시키더라는거야..

 

아무도 없는 쪽방 문에 절을 하는게..

 

영 내키진 않았는데.. 굳게 입을 다문 할머니에게서 뭔지 모를 비장함까지 느껴지는것이..

 

꼭 절을 해야만 할것 같더래..

 

 

그렇게 절을 하고 용식이는 어머니 곁에서 반쯤 잠에 취한 상태가 되었는데..

 

잠결에도 어머니와 할머니가 나누는 대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더래..

 

 

그 내용이..

 

 

할머니가 스님을 찾아서 절 입구로 들어서는데..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것처럼 그 스님이 마중을 나와 있더래..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쪽방 문이.. 나무로 된 재질인데.. 창문처럼 네모낳게 유리로 된 부분이 있나봐..

 

완전 투명하게 보이는건 아니고.. 안쪽에 있는 물체의 실루엣만

 

어느정도 보이는 그런 문이였대..

 

 

근데 거기서 웬 여자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딱봐도 산사람이 아닌게..

 

 

천장에서부터 거꾸로 매달린 형태로 머리카락을 치렁치렁하게 늘어트리고 있더라는거야..

 

그걸 본 스님은 필시 이집에 문제가 있다 싶었고..

 

마당 넘어 보이는 풍경이.. 애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도 보이고 하니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래..

 

 

그래서 잘 아는 분께 부탁을 해서 부적을 쓰고..

 

그날부터 할머니가 오길 기다리셨다고 하더라는거야..

 

그말을 하시며 할머니는 부적은 붙였으니까 됐고.. 내일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아침나절쯤에 제를 지내야 하고 그걸 일곱번 반복하면 괜찮아질거라고..

 

어머니를 달래시더라는거지..

 

용식이는 철없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제를 지내면 맛난걸 많이 먹을수 있겠다..

 

그렇게 좋아라 하고 잠이 들었대..

 

 

 

그리고 정말로 그날부터 딱 일곱번간의 제를 어머니는 정성을 다해서 지내셨고..

 

누나도 조금씩 예전모습으로 돌아왔대..

 

 

신기한건 집안을 감돌던 원인모를 눅눅한 기운도 그 이후로 점점 흐려져서..

 

아버지가 돌아올때쯤에 다시 이웃들도 왕래하고..

 

아무일 없던것처럼 지낼수가 있었대..

 

 

 


그렇게 끔찍했던 어린시절을 보내고 무사히 자란 용식이는..

 

중딩이 되었고.. 나와 친구들에게 자신이 겪은일을

 

무용담처럼 해주었어..

 

 

 


근데 마지막에 용식이가 한말에 우리는 모두 얼어붙고 말았지..

 

 

 

 

우연찮게 용식이 어머니가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분을 만난적이 있었는데..

 

쪽방에서 생을 달리했던 그 아가씨의 시신이..

 

 

 

글쎄.. 해부용으로 대학에 기증이 되었다고 하는거야..

 

 

 

그러고 보니.. 용식이 할머니의 종기자국이..

 

가슴에서 배꼽위까지 길게.. 마치 개복을 한것 같은 그런 모양새였던게..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듣던 우리한테는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느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