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형편이야 항상 궁색했지만, 무슨 일이 그렇게 괴로웠는지 그날은 정말 미친 듯이 술을 퍼마셨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신 남자는 대충 비틀거리다가 그만 도랑으로 굴러떨어져 하수구 옆에서 잠시 잠이든 것 같았다.

잠이 깼을 때, 남자는 그만 깜짝 놀랐다.

하수구에는 놀랍게도 아름다운 인어가 있었던 것이다.

하수구의 구정물 때문에 몸은 좀 더러워져 있었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가만히 갸냘픈 몸으로 누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남자가 본 것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살아있는 인어였다.

남자는 그 인어의 사랑스러운 얼굴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는 허겁지겁 인어를 짊어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커다란 수조에 물을 받아 인어를 집어 넣었다.

인어는 수조의 물이 출렁이는 것에 따라서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헤엄쳤다.

인어는 줄곧 슬픈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인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남자는 그날로 직장도 잊고 - 어차피 변변한 직장이 있지도 않았지만 - 식음도 전폐한 채, 오직 수조 속의 인어만을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

그는 사랑하는 인어가 잘못될까봐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인어가 있는 것을 알면 언론과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시끄러워질 것이고, 과학자들이 인어를 잡아가 실험을 하거나 해부를 하려 들지도 몰랐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남자는 아름다운 인어를 보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아무도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날이 갈수록 점점 초췌해져 갔다.

자꾸만 누군가 집 주변을 맴돌며 인어를 노리고 있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는 점점 불안해져서 잠도 자지 못하게 되었다.

인어가 누군가에게 해코지 당하는 것을 생각하면 겁이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는 가운데, 인어의 다리 한켠에 왜인지 조그마한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상처는 퍼런 멍처럼 변했고 조금씩 커져가면서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온갖 수단을 다해서 상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어의 상처는 점점 깊어만 갔다..

마침내, 상처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상처에서는 부스럼 같은 것이나 벌레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였다.

인어는 언제나 아무 변화 없이, 항상 슬픈 표정 그대로 묵묵히 남자를 바라 보며 수조 안을 헤엄칠 뿐이었다.

남자가 보기에는 상처가 심해질수록 점점 집 주변에서 인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그는 수조 속의 인어가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남자를 발견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8일째 되던 날이었다.

동료 형사들과 함께 남자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남자는 몹시 쇠약해진 수척한 모습으로, 정신이 나간 듯 오직 수조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수조 속에는 그의 아내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를 살해해 하수도에 버렸던 남자는 그렇게 체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