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강의] 17. 제 3 장
子曰, 中庸其至矣乎. 民鮮能久矣.
자왈, 중용기지의호. 민선능구의.
2 장에서 중니仲尼가 공자라는 걸 밝혔으므로, 뒷장에서 자왈子曰, 즉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이라고 하면, 그 선생님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은 '공자'가 됩니다.
중용기지中庸其至에서 기其는 단독으로 쓰이면 '그'라는 뜻이고, 영어의 전치사 the나 대명사 that과 비슷하게 쓸 수도 있으나, 앞에 나오는 명사를 수식할 때는 관계대명사 who나 which처럼 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영어에서 Peter the Great이라고 '표트르 대제'를 표현하는 것처럼, '중용기지'는 '중용'이 지至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의호矣乎에서 '의'는 보통 말이 끝날 때 쓰는 어조사로, 우리말의 '다'와 같은 종결어미의 성격을 지니는데, 거기에 호乎를 붙이면 전체 문장에 대한 놀람이나 찬탄의 감정을 표현하게 됩니다.
핵심어구는 역시 '지'인데, 지는 보통 '지극하다', '깊다', '~에 이르다', '도달하다'의 의미로 쓰입니다. 느낌으로 보자면 '끝까지 가는 것', '결국 해 내는 것', '전체에 퍼지는 것', '온 힘을 다하는 것'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완성', '완료'적인 의미로 쓰이고, 매우 긍정적인 뜻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중용이 '지'하다는 것은, '중용은 참으로 지극하다'라는 찬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중용은 지극한 것이다'라는 뜻으로 보아 역으로 '지극하지 않으면 중용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넌지시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라는 말을 쓰는데, '그럼 얼마나 열심히 할까요?'라고 반문하면, '성공할 때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말을 뒤집어서 제시할 때가 있습니다. 중용기지라는 말도 그런 뜻이 있다고 새기면 큰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민선능구의民鮮能久矣에서 민은 사람들을 가르키고, 선능鮮能의 '선'은 부정어조사이고, '능'은 가능을 나타내는 조동사로 쓰여서 쉽게 말하면 cannot 즉, '~할 수 없다'로 새기면 좋을 것입니다. 핵심어는 역시 구久인데, '구'는 시간적으로 '오래가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선능구의'는 cannot be constant 정도로 새겨서 '오래가지 못한다'로 볼 수 있습니다.
중용은 깨닫는 것이 아니고 실천하는 개념입니다. 중용은 알기에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실천하기에 어려운 개념입니다. 가령, '일어나면 이불을 갠다'는 중용의 개념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일어나면 이불을 개야 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생동안 꾸준하게 일어나 이불을 개야 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에 속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려면 건강해야 하고, 그 전날에 반드시 자야 합니다. 급하게 일어나서 이불 갤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서도 안 되고, 깜빡 잊고 이불을 개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해서도 안됩니다. 머리로 아는 것은 실천하는 것이 의미하는 것을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중용기지'라고 하는 것은 중용을 실천하는 것의 잠재력과 어려움을 다 내포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꾸준하게 이불을 갤 줄 아는 사람이 자기 하는 일이나 인생, 사업에서 실패하는 일은 극히 드물게 됩니다. 사실 사업, 인생, 일 모든 것의 어려움은 꾸준하게 이부자리를 챙기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불을 갠다'는 그 행동 하나만 잘 지켜도 세상에서 원하는 것은 다 이룰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게 너무 어렵다라는 것이 이번 장의 뜻이 될 것입니다.
중용 2, 3장을 거치면서 느끼는 것은 이 책은 '중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먼저 얘기한다는 것입니다. 이 편집 배치는 결국 중용은 그게 뭔지를 아는 것보다 그걸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중용의 정신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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