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검은 발자국



그 목적지를 알 순 없지만
날개 달린 천리마의 뜀박질은
끝없이 펼쳐진 우주의 지평선을 뛰어넘고
칠흑 같은 심연의 뿌리 아래로 활강한다

내가 한밤중에 모태로 다시 돌아가
마르지 않는 생명의 양수 안에 거할 때도
공허한 잿빛 빌딩들 가운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 눈길 주지 않을 때도

달리고 달리며 더욱 크게 달린다
퍼덕이고 퍼덕이며 더욱 크게 퍼덕인다
이같이 전례 없는 땅울림과 바람결에
모든 흙과 모든 공중의 눈이 감겼다

방심하는 사이
눈 밑 둑이 범람당하고
이유 모를 홍수에 잠기어
침묵 속에 씻겨 내려간다

새뽀얀 목화솜이 동 동 떠다니는
잔물결 하나 없는 맑고 푸른 수면 위에
별 뿌려진 먹바다(墨海)를 쉬지 않고 내달렸던
천리마의 발자국이 사방에서 반짝인다



(귀한 시간 내어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유로운 비평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