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입을 모아 속도보다 방향성 이라 말하지만,
지금 나의 바다는 파도조차 길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돛은 찢긴 채 바람의 변덕에 몸을 맡기고,
어디로 가는지, 아니, 가고는 있는 것인지조차 알 길 없는 표류.
평일의 햇살은 발가벗겨진 죄수복처럼 차갑고 날카롭지만,
토요일 아침의 공기는 비로소 나를 숨겨주는 안식처가 된다.
밤새 일터를 지켰던 피로한 눈망울을,
사람들은 주말의 즐거움이 남긴 잔향이라 믿으며 지나친다.
그 무지(無知)한 시선 속에 섞여들 때만
나는 비로소 이 세상의 정상적인 부품인 양 안도한다.
악착같이 쥐어짜는 하루의 무게는 돈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내일이라는 시간을 담보로 한 벌금과도 같다.
종착역 없는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처럼,
연료가 떨어질까 두려워 멈추지 못하는 이 생의 굴레.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은 사치스럽고,
누군가 나에게 기대려 하는 것은 공포가 되는 밤.
자아라는 단어는 구멍 난 주머니 속 동전처럼 자취를 감추고,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살아있음을 연기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정답이 적힌 지도를 찾는 여정이 아니라,
짙은 안개 속에서 내 발등을 비추는 작은 등불 하나를
꺼뜨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비천하고도 숭고한 저항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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