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는

사람들이 말을 덜 한다.


대신

소리만 남는다.


키보드 소리

마우스 소리

의자 끄는 소리


가끔 욕하는 소리


나는 그걸로

시간을 센다.


PC방 야간 알바는

할 일이 많지 않다.


청소 조금

라면 물 부어주고

카운터 앉아있으면 끝이다.


대신

시간이 잘 안 간다.


그날도

그냥 그런 날이었다.


자리 17번이 켜졌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아무도 안 들어왔다.


문 쪽을 봤다.


닫혀 있었다.


다시 화면을 봤다.


17번

로그인 완료


나는 잠깐 가만히 있었다.


이런 경우는

대충 둘 중 하나다.


기계 오류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거


그래서 그냥 넘겼다.


근데

채팅 알림이 떴다.


17번: 라면 하나


나는 화면을 한 번 더 봤다.


그리고

자리 쪽을 봤다.


아무도 없었다.


진짜로.


잠깐 고민했다.


이걸 가져다줘야 되나.


그래서 그냥

라면을 끓였다.


김이 올라왔다.


이상하게

손이 좀 느려졌다.


완성하고

17번 자리에 갔다.


의자는 비어 있었다.


모니터만 켜져 있었다.


나는 그냥

라면을 내려놨다.


그리고 돌아왔다.


뒤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났다.


한 5분쯤 지났을까


다시 채팅이 왔다.


나는

그걸 한참 봤다.


뭐라고 답할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때

뒤에서 소리가 났다.


“후루룩.”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17번 자리였다.


아까까지

아무도 없던 자리


의자가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앞으로 봤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본 척했다.


이럴 때는

모르는 게 낫다.


조금 있다가

계산 알림이 떴다.


17번

로그아웃


나는

자리 정리를 하러 갔다.


라면은

반 정도 남아 있었다.


국물은

아직 따뜻했다.


그리고

의자 밑에


물기가 조금 있었다.


발자국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냥

걸레로 닦았다.


이건

굳이 생각할 필요 없는 종류다.


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17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