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커다란 박스가 하나 들려있다.


가슴만한 박스를 열어보니 우울증 걸린 햄스터가 들어있었다.


햄스터는 밖이 오랜만인지 그대로 굳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햄스터가 도망갈까 서둘러 박스를 닫았다.


조금 미안해 다시 박스를 연다.


햄스터는 그 모습 그대로 눈이 휘둥그런 채 굳어 있었다.


이번엔 햄스터가 안쓰러워 박스 안에서 이리저리 뒹굴려 봤다. 그리고 다시 도망갈까 박스를 닫았다.


구르는 모습이 재밌어 다시 열어보니 햄스터가 도망간다. 햄스터를 쫒아가니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니 풀 위에 배를 깔고 앉아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다. 햄스터는 어디 있을까?


고양이는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고양이 옆에서 까만 쥐가 튀어나온다. 햄스터가 까만색 이었던가? 까만 쥐를 쫒아간다.

까만 쥐가 점점 작아진다. 까만 쥐를 쫒아간다. 까만 쥐가 뒤뚱 뒤뚱 걷기 시작한다, 까만 쥐가 새끼 쥐가 되어버린다. 새끼 쥐를 쫒아간다. 새끼 쥐가 나뭇잎이 되어버린다, 나뭇잎은 단풍잎이 되어버린다, 단풍잎을 쫒아간다. 단풍잎이 두 손이 되어버린다. 두 손을 쫒아가니 두 손이 비둘기가 되어버린다. 날아갈까 생각하니 앉아있고 앉아있다 생각하니 날아가 버린다.  햄스터가 아니구나


고양이가 아직 있을까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고양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