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긴급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웃집 한스씨도, 강건너 물레방앗간집 애리 아주머니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을회관을 나왔다.

"진짜에요, 절 보면서 그 동물이 ‘야옹‘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냥 고양이 아니냐"

"아니 저 고양이는 맞는데 그게..."

이안씨는 모자를 푹 눌러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딸기밭에 나가려면 오늘 일찍 자야겠구나 따위를 생각하면서

"거짓말은 좋지 않은 거란다. 자 보렴 너 하나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이 밤에 다 모이게 되었잖니"

이소카는 이 상황이 억울해서 고개를 숙이고 다시한번 눈물을 흘릴뿐이었다
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것일까.
스칼렛할머니는 흔들의자에 앉아 턱을 괸채로 창밖을 보았다


‘설마... 아니겠지...‘




한스씨는 바삐 마굿간을 향했다. 말들에게 저녁을 주기 위해서다
이미 저녁시간이 지난터라 말들은 푸더덕거리며 보채고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왜이렇게 장난이 심한지...‘

앞에 거무스름한 인영이 보였다. 키는 대략 1.2~1.3m정도에 두리번거리고 있는 그것은 이내 한스를 발견했는지 움직임을 멈췄다

"누구야? 니첼이니?"

12살난 딸 니첼이 대신 말밥을 주러 온걸까.

한스씨는 좀더 확실히 보기위해 가까이 갔다.
한스씨의 얼굴이 반가움에서 경악과 두려움으로 바뀐것은 구름에 가려진 달이 제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눈과 몸 전체에 난 검은털, 그리고 세모난 코 주위에 난 흰가닥의 수염, 쫑긋 솟아있는 두개의 귀


"야옹"


정신이 아득해진다라고 생각한 순간
한스씨는 의식을 잃었다




ㅡ그날밤 마을 여기저기에서 밝은 빛들이 넘실댔다.
횃불을 든 마을 청년들은 2인 1조로 마을 여기저기로 넓게 흩어졌다
하지만 그날 밤이 지나 동이 틀때까지 딱히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흐아아아암...."

론은 턱이 빠질듯이 하품을 연신 해댔다. 그날  이후로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마을에는 자경단이 만들어졌다.아이들은 낮에도 어른들과 동해야 했으며 밤에는 아예 바깥출입이 금해졌다. 밤에는 어른들도 2명 이상씩 짝을 지어 행동해야 했다. 그리고 자경단에 소속된 젊은이들은 저녁 해질때부터 해뜰때까지 교대로 망루에서 보초를 서게 되었다. 론은 오늘 3번째 교대자였다.

마을 여기저기 걸려진 횃불들이 넘실대며 춤을 추고 있었다. 론은 마을 가를 빙 두른 바다를 보며 술이나 한잔 하면 딱이겠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상상 속에선 이미 술에 에이든산 송어 한마리까지 해치운 론의 눈에 바위 하나가 띄였다.

‘저기에 저런 바위가 있었던가...?‘

마을에서 태어나 이날 이때까지 22년을 붙박이처럼 살아온 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큰 바위를 모를리가 없다.

‘지금은 저런 바위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이내 고개를 바로 하려 했다. 하지만 그순간 론은 이상함을 느꼈다. 바위가 좀더 육지쪽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이윽고, 바위는 두발이 생기더니 횃불 가까이로 걸어 나왔다. 큰고양이, 그것임이 틀림없다

"교대야, 론. 설마 또 자고 있는건 아니지?"

막 네번째 교대자인 딜런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헉헉...헉..."

미끄러지듯 망루에서 내려온 론은 곧장 마을회관으로 달렸다.
촌장과의 몇마디 대화, 그리고 마을의 청년들은 저마다 갈퀴며 낫등을 들고 모이기 시작했다.

"어디야? 어디서 봤어?"
"윌리엄내 토마토밭쪽의 해변이야"

윌리엄은 곧장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고 앞장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코코는 어안이 벙벙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손님을 대할 줄을 아는 종족이려니 했다. 하지만 이내 그물이 쳐지고, 자신을 빙 둘러싼 이 벌거숭이들의 앞발에 몽둥이가 하나씩 있는 것을 안 직후부터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도망칠 수가 없다는 것도


다음날 아침
후드를 뒤집어 쓴 이방인 한명이 찾아왔다. 이방인은 혹시 묵어갈 곳이 있는가 물었다.
왜 이 더운날에 후드를 쓰고 있느냐 물었더니

"햇빛에 피부가 좀 약해서요"

라며 대답했다. 밝고 듣기 좋은 미성의 목소리였다. 이에 꼬마 하나가 마을 안쪽에 여관이 있을거라 하였다.

"저기요, 아무도 없으신가요?"

들어오기 전 ‘록펠마을 여관‘이라고 붙은 나무간판을 보았다. 기대하고 들어온 이방인의 눈에는 빈 카운터와 식당 테이블만 보일 뿐이었다.

‘빨리 쉬고 싶은데... 다 어디를 간거지‘

여관을 나와 주위를 살피던 이방인의 눈에 저 멀리 한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혹시나 싶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 잡은 이 괴이한 것은 검은 털에 고양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것이라면 머리에는 두 귀가 나올 구멍이 뚫린 챙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과 몸의 크기가 대충 봐도 10대 초반의 소년과 같았다는 것이다.

"이놈! 우리집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거냐!"

윌리엄은 양손으로 꽉 잡은 방망이를 머리까지 들어 올렸다.

"그래, 이녀석아! 바른대로 말하지 못해!"

"뭐 들어볼 것이나 있소? 애라도 물어 가려고 했나보지"

그 말을 들은 윌리엄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자식이 감히 내딸을! 아예 피떡을 만들어주마!"

몽둥이가 내려가려는 그때, 누군가가 윌리엄의 손목을 붙잡았다.

"잠시만요, 제가 말해  볼게요"

처음보는 낯선이가 괴물 고양이와 얼굴을 가까이 하였다. 그리고는 몇마디 나누는가 싶더니, 팔을 크게 벌려 새처럼 퍼덕이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땅을 집기도 하고... 아무튼 모르는 이가 봤으면 춤이라고도 할법한 그런 것들이 30분 정도 계속되었다.
서로를 향해 엄지를(고양이도 아무튼 손가락 하나를 펴긴 했다) 치켜 올린후 잠시 쳐다보더니 후드를 쓴 이방인은 윌리엄씨에게 몸을 돌렸다.


"뭐라고 하던가?"

일동 이방인의 다음말에 귀를 집중했다




"역시 고양이하곤 대화가 안되네요, 하하하"


그렇게 괴고양이는 밧줄에 칭칭 감긴채 마을회관으로 끌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