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소녀의 휘날리는 교복 치마 자락 끝에 젖어든 젊음을 한참 동안 읽어낸다.

검은 머리 칼, 빛이 있는 검은 눈동자,
많은 것들을 담지 못해 본 새빨갛고 투명한 입술,
하얗고 여린 튼튼한 종아리





광기스러울 만큼 저 아름다운 소녀의 젊음이,

세월을 잔뜩 머금은 두 눈에 비추어진다.

‘검’었던 것들은 젊음을 잃어 희게 변해가고
‘흰’색을 띠던 살결들은 세월을 먹어 검게 물 들어가네

소녀의 치마 자락 끝에 팽팽히 파도치는 젊음은 지칠줄도 모른 채 한참을 일렁이고

빛을 잃은 두 눈안에 담겨진 소녀의 젊은 파도는 노인의 가슴 속,

씁쓸한 바람만 일으키곤 다시금 잔잔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