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자질구레한 어떤 것들이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여 장애물을 만들고, 발목을 붙잡았던 것 같다. 하고 싶었
던, 그리고 해야만 하였던 일들이, 무언가에 붙잡혀 치즈처럼 늘어지고, 연기되고, 결국 실패하게 되는, 그런 삶이 매 순간마다 존재하였다는 말이
다. 아니, 매 순간마다 존재하였다기보다는, 그런 순간들의 연속이 내 인생이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그래, 이 표현이 훨씬 더 적절하겠
지.. 아,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다른 사람들은 전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살아가는 중인데, 나는, 왜 어째서 나는..
제 어미를 떠나 자유롭게 떨어지던 낙엽이 내 어깨를 툭 치고 땅에 살포시 놓인다. 그래, 날 쳐야만 했던 거지. 다른 그 많디많은, 갈 수 있었던 길
들을 전부 무시하고서라도 꼭 나를 치고 떨어져야 했던 거야.. 이건 불공평하다. 절대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어쨌든 그 모든 관점에서 보더라
도 불공평하다. 자연의 모든 나쁜 기운들이 나에게 모여있는거같단 말이야..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고.. 그래, 맞아. 실제로 그렇다고. 그냥 그런 것
같다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뚜렷한 경계선도 지니지 않고 추측하는 그런 종류의 말이 아니다. 그건, 사실이다. 판도라 상자로부터 튀어나온 모든
나쁜 것들이 내게만 붙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 상자 밑바닥에 남게 된 희망은 꺼져가는 내 불빛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였다고.. 그리고 이것들은, 전
부, 전부다 사실이야..
나는 가을 냄새를 물씬 풍기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그런 하늘을. 저렇게도 넓은 하늘은 왜 어떤 자들에게는 햇빛을, 그리고
어떤 자들에게는 차가운 빗방울을 내리는 거지? 그리고, 왜 나한테는 우박을 떨어뜨리는 거지?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가로수들 사이를 걷고 있는
남녀 한 쌍이 보인다. 얼굴에는 평생동안 그들을 따라다녔던 웃음이, 그리고 행복이 떠오른다. 그들은 떨어지는 낙엽만 보아도 웃을 수 있고, 쏟아
지는 햇빛이 비추는 이 아름다운 세상만 보고도 수만가지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왜 그 떨어지는 낙엽들은 하필이면
나를 치고서 떨어져야 하고, 왜 햇빛은 하필 나를 비출 때는 더욱 강렬하게 되어 얼굴 곳곳에 탄 자국들을 만드는가?
그러다 문득, 한 생각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것은 짧았고 나를 빠르게 지나쳐갔지만 나는 놓치지 않았다.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몇 분 전에
는 내 어깨를 치고 있었던 그 낙엽을 허리를 굽혀 손으로 집어 올린다. 낙엽은 아름답고 화려한 빛을 띠고 있었으며, 어디하나 상한 데 없이 말짱했
다. 그리고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다른 낙엽들을 둘러본다. 어째서인지 그것들은 전부 누군가에게 밟히고 문질러져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
야 나는 깨닫는다.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게 아니었다. 내 삶은, 전부 누군가의, 나를 밟고 올라서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쓰이는, 소
모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저기 행복한 웃음을 짓던 한 쌍의 남녀도, 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낙엽도, 전부 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선, 그러한 것들
이란 말이다.
만약 행복의 댓가가 나같은 이들의 불행이라면, 나는 차라리 행복해지지 않겠다. 그리고, 내 운명을 받아들이겠다. 그래, 나를 무참하게 밟아버리
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행복해지라지. 너희들이 행복한 매순간마다, 나는 불행하겠지. 그러나, 너희들은 기억할 것이다. 아니, 기억해야만 할 것이
다. 그 행복의 모든 틈새에는 나처럼 누군가의 불행으로 쌓아 올려진 다리들이 있었다는 것을.
고1짜리가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데로 쓴 글이라... 넴 쓰래기
매순간마다->매순간.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과도한 `나'.
멈춰서서->멈춰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