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너무나도 공허하고 차가울 고독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차가운 겨울바람보다도 훨씬 더 오한이 들게 하는 죽음의 침묵. 현관문이 지옥보다도 싫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전엔 그저 지옥과도 같았단 생각만 했을 뿐.

 

나를 반겨주는 건 광속의 현관 등불 뿐이다. 칠흙같이 어두운 암흑이 두 눈 뜨고 믿기 어렵다.

 

후다닥 달려 불을 켰다.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살인마라도 나타나길 잠깐 바랬다. 누군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킨 무의식 중의 불빛이리라.

 

발을 쭉 뻗고 티비를 켰다. 티비 속 사람들의 대화와 웃음으로 이 세상에 인간이 멸종하지 않았구나 대강 지레짐작했다.

 

나도 사람인데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세상 속 나홀로 툭 버려진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유대관계 속에서 서로 만족하며 지낼텐데 나는 작은 도워프 오르골을 돌리며 좋아하는 음침한 브금을 듣는 게 만족의 전부다.

 

오히려 너무 만족하면 나에겐 욕심 그 이상이다.

 

괴로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다. 콱 미끄러져 대가리라도 박았으면 한다. 하지만 나는 멍하다 어느새 샤워기 앞에 서서 차가운 물을

 

온몸으로 한껏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