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조금 독특한 습관이 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만년필로 공부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시그노'볼펜이나 '제브라' 샤프로 공부를 하지만 나는 유달리 만년필을 사용한다. 맨 처음 쓸 때는 여러 고초를 겪었지만 어느새 익숙해졌고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건이 되었다. 교실에서 만년필을 사용하고 있으면 간혹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왜 비싼 만년필을 써? 그냥 모나미 볼펜 쓰지."


어느정도는 공감하는 말이다. 요즘에는 '제트스트림' 이나 '시그노' 같은 필기감이 뛰어난 볼펜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굳이 비싸고 불편한 만년필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나도 불과 몇 달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만년필을 접하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볼펜들은 며칠 쓰고 버려지지만 만년필은 잉크만 계속 충전한다면 얼마든지 계속 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볼펜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필기감에 매료되었다. 그래서인지 애착이 생겼고 비싼 가격 때문에 쉽사리 다른 필기구로 바꿀 수도 없었다. 1-2개월을 사용하면서 내 필기습관대로 촉이 마모되어 나에게 가장 편안한 상태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이런 장점들이 있다고 해도 단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한번 구매하면 몇 년을 쓸 수 있지만 1만원 안팎의 잉크를 사야하고, 자주 잉크를 채워주어야 한다. 3일에 한 번, 혹은 5일에 한 번꼴로 말이다. 그럴 때면 자주 볼펜이 그리워지곤 한다. 적어도 볼펜은 충전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나눠주는 갱지같은 종이에다 쓰면 번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만년필은 종이를 잘 고르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일쑤다. 

잉크가 번져 글씨를 알아보기가 어렵고 반대편은 아예 쓰기가 불가능해지니, 이런 종이에는 만년필을 쓸 수가 없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년필을 선호한다. 필기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특유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았다. 공부하면서 듣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나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였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클래식음악이나, 내 MP3에 담긴 가요보다도 더.


조용해진 방 안에서 만년필로 종이에 글을 쓰고 있으면,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자기를 되돌아보는 자아성찰의 시간일수도 있고, 혼자만의 생각을 하는 사색을 갖는 시간일수도 있다. 

이런 시간이 꼭 종이에 무언가를 써야 오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독서, 누구는 식사이거나 아니면 운동을 하면 찾아온다. 

나에게는 글을 써야 그 시간이 찾아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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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봤는데 어떠냐? 수필 처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