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시, 그리고 나

-소설 「닥터 지바고」를 읽고-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이 글의 성격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나는 문학 비평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작품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쓸 수는 있지만, A4 2페이지 내외라는 정해진 분량을 채우기가 힘들다. 한 줄 한 줄 작품을 인용하고 이에 사족을 붙이는 것은 나의 취미가 아니다. 그래서 이 글을 비롯한 앞으로의 독후감과 영화평에서는, 작품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읽고 현대 사회를 작품에 비춰서 보거나, 내 삶과 내 정신 세계를 작품에 비춰서 보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외재적인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도 이해 바란다. 단순히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작품의 내용만을 말하는 것보다는 작품을 세계와 나 자신을 연결 짓는 것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닥터 지바고」는 20세기 초반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는 시기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혁명과 사랑을 그려낸다. 이 장엄한 서사에 숙연해져 잠시 독서를 멈추고 혁명과 인간에 대해 사색한 것이 여러 번이다.

유리는 혁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혁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혁명의 정신, 즉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라는 혁명의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위해 민중들이 빈곤과 폭력을 감내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전으로 수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는 현실에 유리는 회의를 느낀다. 유리는 체제와 신념보다는 인간 그 자체, 개인의 인간성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의료 활동과 시작(詩作)을 하면서 일상적인 일들 가운데서 선(善)을 찾고자 한다. 유리는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중에 라라와 바리키노의 저택에 숨어 도피 생활을 하며 사랑하는 라라를 위해 시를 쓴다.

개인과 사회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물론 둘 다 중요하지만 둘이 상충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는 중립에 가깝지만 개인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는 지나치게 사회보다 개인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사회에 비중을 더 둬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라라는 러시아 그 자체를 의미할 수 있다고 했다. 라라는 처음에는 꼬마로프스키를 선택하고, 빠샤와 결혼하고, 유리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꼬마로프스키와 함께 떠난다. 처음과 끝은 꼬마로프스키를 선택하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꼬마로프스키는 러시아 사회의 기득권층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꼬마로프스키는 혁명 전에도, 후에도 부와 지위를 유지한다. 혁명에 휘말려 격정적인 삶을 산 빠샤와 유리를 사랑했지만, 결국 라라는 꼬마로프스키에게 의지한다.

혁명에 대해 나는, 나의 시는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할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었고, 사회에 관심도 없었고, 현실참여시보다는 순수서정시를 주로 써왔다. 그렇지만 작년과 올해 사회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국내 최초로 노동자의 입장에서 시를 쓴 박노해 시인의 시집을 비롯한 현실참여적인 문학을 조금 읽으며 그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이 시대에 순수 서정시가 쓸 가치가 있을까. 시인이라면 마땅히 이 참담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하지 않을까. 다른 예술 분야에서 보면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나 영화 ‘도가니’, ‘26년’, ‘변호인’ 등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그려낸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대중들, 독자들도 그러한 예술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나는 나의 ‘외부’(즉, 세계)보다는 나의 ‘내면’에 더 깊이 사유하고 내 감정을 시로 쓰는 게 더 익숙하다. 이에 반해서 현실참여시를 쓰는 게 과연 해야할 일인가. 이런 고민들을 계속 해왔으나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린 내 고민에 대한 해답은, 일단 혁명을 외면하지는 말아야 겠다는 것이다. 순수서정시이든 현실참여시이든, 소외된 이들, 고통받고 힘든 이들을 대변하는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참여시라고 해서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는 없고, 순수 서정시라고 해서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무엇을 써야 한다고 미리 규정하기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쓰고 싶은 게 무엇인가를 사유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