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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오전 열한 시를 가르켰다. 그녀는 자동적으로 단추 같은 눈을 뜨고 일어나 창 밖의 짙은 먹구름을 바라보며 하품과 함께 시원한 기지개를 폈다. 그러자 순간 위장에 있던 쓴물이 그녀의 식도를 타고 역류했다. 이것은 아마도 그녀가 어젯밤, 불금이라는 이유로 침대 위에 홀로 앉아 그 많은 캔맥주들과 매운 족발을 먹었던 것이 화근이였을 것이랴.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가 침대 옆 책장에 꽂힌 김만중의 '구운몽九雲夢' 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쇳소리같은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나란 여자, 이런 녀자 깔깔깔..' 곧 그녀는 겉표지를 잠시 만지작 거리더니 이내 다시 책장 안으로 책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윽고 찾아오는 복통에 그녀는 평소대로 화장실 변기에 앉았지만 날씨 탓인지 쾌변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잔뜩 우거진 얼굴로 세면대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치밀어 오르는 절망감과 허탈함에 빠져, 칫솔을 들고 세차게 양치질을 시작하였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아니, 폼클렌징이 따가워서 일꺼야.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곧 세수는 포기하다시피한 그녀는 냉장고를 열었다. 쉰 반찬 냄새가 냉장고를 가득 메웠다. 그녀는 바나나를 꺼내 한 입 먹다가 결국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되는 일이 없다니깐, 그녀는 이렇게 투덜대며 오랜만에 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그녀는 대충 채비를 마치고는 집 밖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지?. 그녀는 온 몸의 힘을 다짜내 현관문을 열려고 용을 썼지만 문은 꿈쩍할 생각을 안했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녀는 울부 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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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현관문은 계속해서 꿈쩍않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발작 직전의 히스테리 상태로 돌입하며 미친듯이 현관문을 걷어찼다. 왜이래, 왜이러냐고, 대체 왜이래!, 그녀는 현관문을 발로 수 없이 걷어 찼다. '쿵-쾅-쿵-쾅-쿵-콰광' 그러나 다행히 구식 아파트들의 특성이 그러하듯, 문의 재질이 매우 튼튼한 강철 소재로 되어있어 그녀의 황소같은 미들킥에도 부숴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내 결심한듯 현관문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현관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녀의 몸무게와 함께 순간적인 가속도는 그녀를 하나의 육중한 공성전차로 만들었다. 그녀의 어깨가 현관문에 부딛히면서 엄청난 파열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파열음과 함께 밖에서 웬 낯선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녀는 이상함과 설렘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이 주말 아침에 예고도 없이.. 누굴까..' 하고 생각을 하는 중, 밖에 있는 낯선 남자가 자신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누나 저에요, 저..', 뭐 누나라고? 그녀는 놀랐다.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의 집 앞 까지 찾아올 사회 남자동생이 없었다. 그녀는 의아함에 다시 한번 '누구세요?' 하고 물었지만 문 밖은 더 이상 일절의 대답없이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설렘을 안고서 너덜해진 현관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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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날씨를 배경으로 사내 한 명이 문 앞에 서있었다. 잠시 동안의 적막이 흐른뒤, 눈 부릅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입을 열었다. '누나 저에요..', 동그란 얼굴, 정열적인 눈매와, 그리고 깔끔히 밀은 머리. 조금 낯익은 인상에 그녀는 잠시 기억을 되짚다가 박수를 쳤다. '아! 너 커피구나?!.', 그녀의 마음속에 일순간 수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그러나 솔직하게 반가움 보다는 실망감이 컸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찾아온 사내에게도 똑같이 그러했다.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 뒤의 찾아온 적막감. 그녀는 어색함이 느껴지자 다시 먼저 그에게 이곳은 왠일이냐고 물었다. 사내는 잠시 머뭇 거리더니 실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종이 하나를 들이밀었다. '이거.. 영화 티켓인데요.. 주말인데 같이 영화 볼 사람이 없어서요.', 그녀는 그말에 잠시 분노가 일었다. 그리곤 조금 강경한 투로 그에게 되물었다. '아니.. 그러니깐, 여긴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너도 이 근처에 사니?.', 그녀는 그가 눈치 못채도록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당겼다. '아뇨, 그냥 누나 보려고 기차타고 온거에요.. 죄송해요. 이렇게 말도 없이 찾아와서..', 그의 말투는 너무도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입에서는 마음과는 달리 엉뚱한 말이 나와버렸다. '미안해, 내가 좀 바뻐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쩜 타이밍도.. 지금 내가 막 나가봐야 하거든? 저녁 지나서 올 것 같은데 저녁에 괜찮을까?', 그녀의 말에 그는 다소 풀이 죽은 인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관문은 매몰차게 닫혔다. 그녀는 두근거림을 주체할 수가 없어 다시 침대 속으로 몸을 날렸다. '이러면 안돼..이러면 안돼..' 그녀는 책상 서랍의 진정제를 찾았지만 빈 통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있어서 그의 행동은 너무도 이상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집주소를 어떻게 알고 찾아 왔냐는 것이다. 그녀는 떨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그와 대화를 나누던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 다급히 접속했다. 그러나 그곳에 접속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아 곧 그녀 두 눈에는 핏기가 일며 벌겋게 충혈되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밤 사이에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쓰며 또 다시 빈약한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죽여버리겠어 씨발', 순간 그녀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곧 그녀는 떨리는 두 손을 키보드로 옮겼다. 그리고 그녀는 최대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감정을 절제하고 다스린 채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아직까지 독수리 타법인 그녀는 문장 하나를 하나를 완성 하는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약 모니터 밖의 저 자식이 실제로 자신과 만나게 된다면 그는 아마 뼈 하나 제대로 추스리도 못하고 그녀 앞에서 사망했을 것이다. 곧 시각은 오전 12시를 가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