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내부 붕괴로 반란이 일어나는게 확실하다고 하는 주장을 보면서
내가 한국의 병역 제도에 대해서 유럽인들에게 설명하면 그들은 전혀 믿으려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병역 제도를 유지했다가는 유럽 국가들에서는 바로 병역 거부 시위가 일어나고 폭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들까지 강제로 차출하여 일을 시키는 공익 제도는 서양이라면 타 국가의 제재까지 들어올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간주될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그들은 내가 자국 혐오가 강한 나머지 과장해서 병역의 의무를 힘들게 포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의 군대는 내가 지금 나열하는 사실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1. 주말 외출 불가능
2. 시급 500원 미만
3. 개인공간과 사생활 전혀 없음
4. 휴대전화 사용 불가
5. 군대에서 입은 부상에 대해 사실상 개인책임
지금은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조금은 나아졌다고 들었지만, 여전히 세계 기준으로 볼 때 한국 군대의 인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징병되는 인원들도 상당수가 현역에 부적합한 인물이어서, 그들을 징병하는 것 또한 인권 침해에 해당된다. 정상적인 징병제 하에서 현역 판정 비율이 90%에 가까운 나라는 지구 역사상 없다. 전쟁 말기의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조차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에 내가 서양인들에게 한국의 이러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도 어느 정도 상식은 있어서 한국이 중국이나 북한과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
"머지않아 한국에서 대규모 병역거부 시위가 벌어지겠군. 한국 정부도 그들의 요구에 응하여 현재의 인권침해적인 제도를 수정할 수 밖에 없을거야."
그런데 한국에 대해 잘 알고있는 한국인 여러분들은 한국에서 대규모 병역거부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이 생각하기에 폭동이 일어나기에 너무나 당연한 조건이지만, 수많은 한국의 애국노(?)들 덕분에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다.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지, 국민이라면 당연히 해야지 등등 노예스러운 사고방식을 가진 한국의 기성세대와 신세대들이 국민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총칼로 억눌려 있으며 언제든지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라고 간주하는데, 그것은 한국의 병역 제도를 보는 유럽인의 시각과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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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일에서 Leipzig라는 곳에 있을 때 우연히 한국어가 아닌 '조선어'를 할 줄 아는 여자애를 본 적이 있다.
이 친구의 아버지는 중국인, 어머니는 북한계 조선족이었다. 그리고 연변 지방에서 자랐기 때문에 학교에서 '조선어'라는 과목을 배웠다고 했다.
얄궂은 것은 나는 이 친구랑 오로지 독일어로만 대화했다는 것이다. 서로가 한국어로 이야기 꺼낼 생각을 안해봤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친구가 자기가 북한을 여행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에게 북한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그래서 반박했다. 이렇게 잔인한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이 친구가 반박했다.
북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 전부 그들의 지도자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외부인인 입장에서 간섭하는 것이 건방진 것 아니냐? 생각해봐라. 만약 국민 대부분이 지지하고 있지 않다면 그들은 벌써 붕괴됐을 것이다. 그들도 그들의 자유가 있는데 왜 미국인이나 한국인 일본인같은 외부인이 함부로 간섭하는 것이냐? 자유를 존중해줘야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북한인들은 김씨 정권을 정말 싫어하나? 그리고 한국인들도 그런 사고방식에서 정말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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