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사건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명제1. 어떤 가게에서 상품이 사라졌다.


명제2. 그런데 그 가게 점원은 전과가 있다.


명제3. 상품을 도난한 사람은 그 가게 점원일 것이다.


2는 1을 3으로 해석하는데 개연성을 제공한다.

개연성이란 서로 다른 두 사실이 원인과 결과로 연결된다는 가정을 할 때,

보편적 상식과 논리에 비교해보면 정합성을 지닌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이 숨어 있다. 

첫째는, 개연성이 가져다 주는 정합성은 사실이 아닌, 가정 위에서 존재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러한 개연성이 사실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라는 사건이 발생하는 데에는 그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논리가 존재하며, 

그 논리들이 혼합적으로 그 사건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처음 조사하는 사람들은

개연성이 높은 정보를 접하게 되면 자신이 가진 편향과 감정, 정황의 개연성이 혼합되어 강한 동력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논리적 오류들이 판단 과정에 개입하게 되고,

감정적 요소가 가미됨으로써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판단 자체를 불가역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러한 지경까지 다다르면, 사람들은 심지어 자신들의 판단에 반하는

사실관계나 논리가 제시되어도 자신들의 입장을 바꾸기 힘든 심리적 장벽이 형성되어 버린다.

즉, 심리적 전환비용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여부"에 대한 검증이나 수사는 누락되어 버리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의 규약에 의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해지는 조사이다..

사건의 사실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사실과 관계된 중요한 논리들이 빠짐없이 누락되지 않도록 추가 조사 등을 통해 반드시 견인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편향의 오류를 막기 위해 조사 주체와 별도로 존재하는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엄정하게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범죄의 책임과 형벌을 정확히 하며 무고한 피해자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연성이 수반하는 감정과 확신의 덫에 빠지게 되는 순간, 엄정한 조사는 불가능하게 된다.

만약 조사 주체자가 명확한 프로세스 원칙이 없는 일반 군중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감정과 편향, 논리적 오류들이 뒤엉킨 조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특히 과정이 길게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이 확신하는 정합성이 사실관계에서 기초한 것이 아닌,

개연성이 전제하는 가정에서 파생된 것도 잊게 된다.


또한 선택 취합된 편향된 수집 자료가 귀납적 외양으로 가장하여 

또다시 수많은 군중의 판단오류를 재생산하게 되고, 군중들은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자기확신이 강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디딤돌로 기능하는 수많은 판단 오류는 향후 연환된 또 다른 판단의 전제로 기능하며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관에 빠져 살게 된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 활용이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의 외양을 가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전근대적인 마녀사냥, 인민재판이

이러한 현상의 본질로 숨어 있는 것이다.


결코, 타인의 잘못 또는 타 집단의 오류가 자신이 행하는 일의 정당성을 강화하거나 구성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