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출근길에 아슬아슬한 시간이 있다. 오늘 내가 늦게 일어난 죄가 있는데도 그럴 때는 괜히 다른 사람에게 화가 치밀어오른다. 왜 앞 차는 저렇게 늦게 가는 것일까? 보행자는 저렇게 늦게 길을 건너는 것일까? 신호등은 저렇게 긴 것일까? 내가 넉넉하게 일찍 출발했다면 전혀 화가 나지 않고 평범하게 넘겼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촉박하면 그것에 괜히 화가 나곤 한다. 그리고 그런 화는 이상하게 만만한 상대에게 더 강하게 투사된다.

그런데 그런 화가 치밀 때마다 한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왜 그들에게 화를 내야 할까? 내가 더 일찍 출발했으면, 더 일찍 일어났으면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야 될 필요가 없었고 화를 내야 할 필요도 없으며, 남들에게 좀 더 여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괜히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 눈에 보이는 이유만으로 크게 죄가 없는 엉뚱한 대상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한국에서 많이 벌어지는 화풀이와 멍석말이도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이 좀 더 생각을 해 보았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소수 집단에 속하는 어떤 사람이 사회적으로 조금만 잘못을 저지르면 심하게 그 사람에게 화를 쏟아낸다. 때로는 '너 잘 걸렸다'라는 심보로 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빌미로 사회적 문제를 모두 뒤집어씌운 후에 지나친 화풀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이것이 한국 사회가 그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마치 출근길에 지각할 것 같은 직장인과 같이 화를 투사할 대상을 찾는 데에 여념이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주기적으로 만만한 대상이 제물로 희생된다. 주로 그 대상은 권력을 잃은 정치인이나 옹호해 주는 대상이 없는 유명인이다. 한국인들은 하이에나와 같이 그들을 물어뜯고, 군중 속에 숨어서 책임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고, 더 나아가 사회를 되돌아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