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것인데

존재하지 않는다.


높은 것인데

한없이 낮은 것이다.


움푹 파인 것인데

가득 메워져있다.


짜증날 정도로 복잡한데, 놀랍도록 유용하다가도

그 첨단성과 고도성이 어느 순간엔 

개똥만큼도 쓸모없는 오물이 되기도 한다.


멍청하고 단순하다고 조롱받던 이들이

어느 순간엔 세상 그 누구보다 완벽하고 간결하다.


이른바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 라는 건 너무 좁다.


그래서 

이성으로 포착하고 환원해낸 

세상의 정수가 담긴 문장이

인간에겐 너무나도 명확한 모순처럼 보인다.


인간이 가진 기준과 초점의 배율이라는 것은

종(種)의 측면에서나

시공간적 측면에서나

너무나도 좁다.


그래서 이성의 자유가

더욱 더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구조에서 벗어나고 

논리에서 벗어나고

공리에서 벗어나고

작아졌다 커지기도 하고

휴리스틱을 휙휙 전환하기도 하면서

차원과 차원을 오가는 것


한 곳에 틀어박혀 있는것 만큼,

문들 위를 오가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사실 세상을 바라보기만 해도 

세상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