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 순다경(純陀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마갈제(摩竭提) 나라(那羅) 마을에서 병으로 열반하였다.
순다(純陀) 사미(沙彌)가 그를 간호하고 공양하였었는데, 존자 사리불이 병으로 열반하자, 존자 사리불을 공양한 뒤에 남은 사리(舍利)를 수습해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으로 가서,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발을 씻은 뒤에,
존자 아난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존자 아난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서서 존자 아난에게 말했다.
“존자시여, 마땅히 아십시오. 저의 화상 존자 사리불께서는 이미 열반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사리와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자 존자 아난은 순다 사미의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온 몸을 가눌 수 없고, 사방이 캄캄하고 아득하며,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순다 사미가 제게 찾아와 ‘화상 사리불이 이미 열반하시어, 그 분의 사리와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난아, 그 사리불이 받은 바 계의 몸[戒身]22)을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선정의 몸[定身]ㆍ지혜의 몸[慧身]ㆍ해탈의 몸[解脫身]ㆍ해탈지견의 몸[解脫知見身]을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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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이 부분이 팔리본에는 sīla-kkhandham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한역하면 ‘계온(戒蘊)’ 즉 ‘계행의 다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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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저 법(法)을 내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서 말한 이른바 4념처(念處)ㆍ4정단(正斷)ㆍ4여의족(如意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ㆍ8도지(道支)를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아닙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비록 받은 바 계의 몸에서부터 나아가서 도품(道品)의 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도 가지고 열반하진 않으셨지만,
존자 사리불께서는 계를 지니고 많이 들었으며,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셨고,
항상 세간을 멀리하며 수행하고,
방편으로 꾸준히 힘썼으며,
생각을 거두어 편안히 머물고 한마음으로 선정에 들어 민첩하고 날랜 지혜[捷疾智慧]ㆍ깊고 예리한 지혜[深利智慧]ㆍ초월하는 지혜[超出智慧]ㆍ분별하는 지혜[分別智慧]ㆍ큰 지혜[大智慧]ㆍ넓은 지혜[廣智慧]ㆍ매우 깊은 지혜[甚深智慧]ㆍ비할 바 없는 지혜[無等智慧]의 보배를 성취하시어,
보이고 가르치며, 비추고 기쁘게 하며, 잘 칭찬하면서 대중을 위해 설법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는 법을 위하고 법을 받는 이[受法者]를 위해서 근심하고 괴로워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왜냐하면, 앉거나 일어나거나 혹은 생성하는 일들은 무너지고야 마는 법이니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아무리 무너지지 않게 하려한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내가 전에 이미 말한 것처럼, 사랑스러운 모든 사물과 마음에 드는 것 등 일체의 것들은 다 어긋나고 이별하게 되는 법으로서 늘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큰 나무의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가 무성한 데서 큰 가지가 먼저 부러지는 것처럼,
큰 보배산에서 큰 바위가 먼저 무너지는 것처럼,
여래의 대중권속에서 저 대성문(大聲門)이 먼저 반열반(般涅槃)한 것이니라.
만일 그 곳이 사리불이 머물고 있던 곳이면, 그 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그처럼 그곳에서 나는 공허하지 않았으니, 그건 사리불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내가 이미 그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아난아, 내가 말했듯이 사랑스럽고 갖가지 마음에 드는 것들은 다 이별하기 마련인 법이니,
너는 이제 너무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 또한 오래지 않아 가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자기[自]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고,
법(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며,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말고 다른 것을 의지하지 말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자기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않고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라면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에서 방편으로 꾸준히 힘써, 바른 지혜와 바른 기억으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항복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바깥의 몸과 안팎의 몸,
느낌ㆍ
마음도 마찬가지며,
법을 법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에 있어서도 또한 이와 같다고 말하리라.
아난아,
이것을 자기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고,
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며,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말고 다른 것을 섬으로 삼아 의지하지 말라고 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639. 포살경(布薩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투라국(摩偸羅國) 발타라(跋陀羅)강 가에 있는 산개암라(傘蓋菴羅) 숲에 계셨는데, 존자 사리불과 목건련이 열반하고서 오래지 않은 때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달 보름날 포살(布薩) 때 대중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대중의 모임을 관찰하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대중을 관찰해보니 텅 빈 것처럼 보이는구나. 그것은 사리불과 대목건련이
반열반(般涅槃)하였기 때문이다.
나의 성문(聲門)들 중에 오직 이 두 사람만이 능히 잘 설법하고 훈계하고 가르치고 변설(辨說)하기를 만족스럽게 행했었다.
두 종류의 재물이 있으니 금전이란 재물과 법이란 재물이다.
금전이란 재물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구했었고,
법이란 재물은 사리불과 목건련으로부터 구했었지만,
여래는 이미 세간[世]23)의 재물과 법의 재물에서 떠났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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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시(施)’자로 되어 있으나 앞뒤 문맥의 흐름과 송(宋)ㆍ원(元)ㆍ명(明) 본을 참조하여 ‘세(世)’자로 바꿔 해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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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희들은 사리불과 목건련이 열반하였다고 하여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비유하면 큰 나무의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가 무성한 데서 큰 가지가 먼저 부러지는 것과 같고,
보배산에서 큰 바위가 먼저 무너지는 것처럼,
여래의 대중 가운데서 사리불과 목건련이라는 두 대성문(大聲聞)이 먼저 반열반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생긴 법ㆍ일어난 법ㆍ지어진 법ㆍ만든 법ㆍ무너지는 법으로서 어떻게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 있겠는가?
아무리 무너지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있을 수 없느니라.
내가 전에 이미 말한 것처럼, 사랑스러운 어떤 것도 모두 떠나고 흩어지기 마련이니, 나도 오래지 않아 가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자기[自]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고,
법(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며,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말고
다른 것을 의지하지 말라’
고 한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른바 안의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생각에 머물러 방편으로 꾸준히 힘써, 바른 지혜와 바른 기억으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항복 받아야 한다.
그와 같이 바깥의 몸과 안팎의 몸과,
느낌ㆍ
마음도 마찬가지며,
법을 법 그대로 관찰하는 생각에 머물러 방편으로 꾸준히 힘써, 바른 지혜와 바른 기억으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항복 받아야 하느니라.
이것이 ‘자기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고, 법(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며,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말고 다른 것을 의지하지 말라’고 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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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24권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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