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의심하고, 옳고 그름을 결론 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설령 그 사람이 옳다고 결론 내린 것이, 내가 옳다고 느끼는 것과 정반대이더라도. 조금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남에게 주입받은 정답을 아무런 의심 없이 외치는 사람보다도, 스스로 생각해낸 오답을 외치는 사람이 더 옳다고 생각해. (만약 정답과 오답이 존재한다면.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정답‘이라고 불릴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있다고 가정한다면.)


정답과 오답에 관계없는, 태도에 관한 생각이야. 후자는 스스로 계속해서 사고해보며 결국에는 자신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오류가 줄어드는 곳까지는 닿을 수 있다고 여기거든.


이 생각은 모든 사람은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의심하고, 주체적으로 결정할 능력이 있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해.


그러나 요즘 이 믿음과 기대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폭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는 게으르거나 비겁해서가 아닌 트라우마, 빈곤, 교육, 환경 때문에 그러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


그것도 그렇고...



친구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더니, 대충 ‘반인륜적 결론이라도 스스로 부수고 재구축한 끝의 결론이면 개인의 결론으로서는 존중될 수 있냐‘ 이런 뉘앙스로 물어보더라. (타노스 이야기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의심해서 내린 결론과, 그가 곰곰이 생각하고 의심해서 내린 결론이 다르다면, 입장이 달라 비판을 할 수는 있어도, 그의 사상 자체를 끔찍이 여길 수는 없다는 뜻이야.


옳은 입장일지라도, 스스로 의심하고 자기 원리를 세우는 과정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논의의 자격조차 박탈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인스타나 유튜브 댓글을 보다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너무 의심없이 자신의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생각해봤어. 물론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그런 경향성은 있겠지만.


댓글로 자세하게 의견 적어주라. 또, 이거랑 관련해서 다룬 책 추천해주면 적극적으로 읽어볼게.


다음은 예상 질문이랑 답.

1. 순수한 나만의 사상이 없다.


동의해. 우리가 가진 모든 생각은 환경, 교육, 독서, 경험 등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 글의 요지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말라기 보다는, 내 안에서 당연스레 여겨지는 생각들을 단 한번이라도 의심해본 적 있느냐는 것이야. 한번도 의심해본적 없다면 세뇌라고 여기거든.

이를테면, 유튜브 쇼츠에서 지구 평평설을 가진 사람을 비웃는 댓글을 보았어. 그러나 지구가 구형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 중 지구가 구형인 증거(이를테면 갈릴레이가 밝혀낸 방법이라던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싶었어. 아니면, 학계에서 지식이 쌓여가고, 작동하는 방식이라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싶더라고.

그렇지도 못한다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구형이라고 믿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구형이라고 믿는 사람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교육받고 자랐으면 그렇게 여겼을텐데.


2. 혼자 고찰하면 필터에 갇혀 조잡해진다는 점.


이것도 맞아.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그 과정은 한번 답을 의심해보고 끝나는게 아니라, 내 결론을 현실에서 부딪혀보고, 타인의 더 논리적인 반론이나 경험 앞에서 내가 내린 결론이 틀렸다면 다시 수정하는 것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해. 요지는 남에게서 영향을 받지 마라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남에게서 영향을 받아보고, 모든 사람이 생각해본적 없던 것을 전부 가정해보면서 스스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해보며 깊게 사유해보라는 것이였어.


3. 반인륜적 사상의 존중에 대해서.


내가 말한 존중은 반인륜적 행동을 허락한다는 뜻은 아니였어. 나 역시 그런 사상을 마주한다면, 내가 세운 결론을 바탕으로 비판할거야. 다만 그 사람의 사상을 단칼에 끔찍한 것으로만 치부하고 듣지도 않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그 사람조차 생각의 주체로서 변론하고 토론할 기회는 주어야한다는 것에 가까워.